내가 가장 좋아하고 맹신하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우연히 없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은 알 수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오늘은 이 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집 근처의 강가를 산책하고 있는데 나를 향해서 너무 반갑게 인사하는 프랑스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은 온수가 나오지 않아서 쩔쩔매던 나를 도와주었던 프랑스 노부부였다. 낯선 이곳에서 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해주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온수 사건이 없었더라면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나를 향해 웃어주는 사람들도 없었을 거다.
나의 외로운 마음이 따뜻한 물을 만난 것처럼 녹아내렸다. 한껏 상기된 마음으로 강가를 마저 산책했다. 매일이 괴로운 이 프랑스 생활이 나에게 주어진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낯설어서 괴로운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왜 나에게 이 삶이 주어졌는지 알 수 있겠지. 그러니 조금만 버티자. 괜찮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도 괜찮다. 그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