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
공항으로 가는 터미널에서 오랜만에 H를 만났다.
“오늘부터 여기서 일해?”
“응. 오랜만이다.”
코로나로 본가에서 지내면서 꽤 가까워졌던 친구인데. 언젠가부터 연락도 뜸해지기 시작하면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굳이 만나지 않았다. 사람 만나는 것은 에너지와 용기가 무척이나 많이 드는 일이니까. 마음 문이 꽁꽁 닫혀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오려면 엄청난 보안문을 통과해야하는 내 마음이 누군가를 만나야겠다고 동하는 일은 무척이나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았던 H와 잠깐의 담소를 나누다 출발할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뻔뻔스럽게도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넣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했고 , H는 호탕하게 OK를 하며 족히 20KG은 될듯한 캐리어를 짐칸 안에 넣어주었다. 버스 기사는 아가씨 혼자 들고가는 짐이 왜이리 많냐며 푸근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버스 기사는 보기 드물게 친절하고 매너가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성격은 옷 매무새에서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기사는 깔끔하게 다림질 된 셔츠와 얇은 경량패딩 , 정장 바지와 구두를 갖추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옷차림에 신경 쓴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기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안전벨트를 해달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른 뒤 출발하기 전에는 다시 사람 수와 좌석 수를 일일이 대조하기도 했다. 빼놓고 가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말하는 태도와 행동, 옷 매무새를 보고 깔끔하고 매너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란 참으로 웃기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적으로 행동하면 나 역시도 그렇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그 버스 기사님께 감사하다고 크게 인사를 하고 내렸다.
마침 김포로 왔겠다, 이 동네에 사는 한이를 만나 밥을 먹었다. 약 2년만의 만남인가. 18년도에 만나게 된 선물같은 인연 한이를 이제서야 다시 만났다. 20년도 제일 힘들었던 시기에 한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고, 그 이후로 우리는 더욱 가까워져서 마치 영혼을 공유하는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심심할때 손편지를 부치는 사이가 된 우리.
짐은 약 2시간 전부터 부칠 수가 있어서,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돌아다닐 수는 없기에 짐을 부치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내가 좋아하는 일식을 먹으러. 언제나 사람들을 만나면 10에 8은 일식을 먹으러 가는 것 같다. 주변인들 죄송해요. 그런데 저는 일식이 너무 좋아요..
여튼 한이와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무척 재밌어서 비행기 시간을 미루고 싶었다. 너무 아쉽고 미안했다. 다음에 또 김포로 올게. 제주를 떠나 공항을 올 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뒤 우리는 헤어졌다. 아아 슬퍼라.
아아. 얼마만의 비행기란 말인가.
일부러 창측 좌석을 결제해서 하루종일 창만 구경했다. 좌석 틈의 사이로 앞 좌석과 앞앞 좌석을 보니 창측의 사람들이 모두 나같이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구름 구경을 하기에 바빴다. 앞 좌석 아이는 어린 여자 아이였다. 나는 중간 중간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인 반면에, 아이는 체력도 좋은지 이륙부터 착륙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창문을 구경했다. 두 눈으로 구름을 모조리 담아버릴 기세로 .
앞앞 좌석의 아저씨 역시도 이륙부터 착륙까지 계속해서 창문을 보았다. 카메라 한번 들지 않고 조용히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나는 우주 속의 고아가 된 기분이었는데.
비행기를 혼자 타서인지 하늘에 덩그라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장난감 레고같은 건물들을 보니 이 작은 세상에서 먼지같은 사람들이 아둥바둥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허무함이 밀려왔다. 다들 먼지같이 엄청 작게 보이는데. 이 먼지들이 어떻게든 잘 살기위해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배신하며 살아간단 말이지. 아아 허무해. 너무 허무해서 정말이지 구름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이 속에서 죽는다면 그리 고통스럽지도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포근했던 구름 구경. 과연 어떤 세상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제주도를 왔다. 왔는데 온 것 같지가 않고 이상하다. 마음이 너무 이상하고 심란하다. 너무 외로워서 눈물이 덜컥났다. 온지 일주일 된 스텝은 나와 시끄럽게 떠들때는 언제고 갑자기 돌연 떠난다고 한다. 정말로 미쳐버릴 지경이다. 무엇보다 연고가 없는게 이정도로 힘들 줄이야. 정말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숙소는 무척 좋다. 밥걱정도 없고, 호텔침구에, 따뜻하고. 뭐가 문제야?
그런데 사람이 외롭다. 연고도 없으니 더그렇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날 걱정하는 사람들이 보내준 메세지들
난 내 새상 속 소중한 사람들만 챙기기에도 엄청 벅찬 놈이구나. 걱정으로 잠 못이루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