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죽었다.
어떤 고통은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순간에 입은 화상이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아도 오래도록 흉터로 남듯이, 참혹한 흉터는 오래도록 남아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마음의 흉터로 남는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있다가도 , 어쩔 수 없이 불현듯 떠오르는 이런 아픔들은 내가 웃어도 될까, 내가 행복해도 될까라는 생각까지 들어 한없이 슬픔이 차오르게 만든다.
그런 상실과 아픔의 앞에서 고통을 망각할 수도 , 지울 수도 없는 나약한 인간은 그렇게 평생토록 마음에 흉을 지닌채로 아픔을 간직해나간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속에서 한 인간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참혹하게 죽어갔는가. 참혹한 광주 시민들의 죽음은 너무도 한꺼번에 일어났기에, 이것이 현실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걔가 죽었대” 에서 “걔도 죽었대” . 처음에는 놀라움과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던 한 명의 죽음이 점점 여러 명의죽음이 되고, 이것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그렇게 생긴 마음의 구멍은 어떤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픈 구멍이 되었고, 이는 아직까지도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큰 상처가 되었다.
그가 죽었다. 그 어떤 반성과 사과도 없이 , 죽는 날까지 편안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았다. 끝까지 국민들에게 상처주기를 택한 셈이다.
나는 그에게서 한없이 인간이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재판이 열리는 날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고 골프장을 갔던 그, 마지막까지 왜 광주 학살의 책임을 나에게 묻느냐고 말했던 그. 그런 그의 죽음이 겨우 화장실 가다가 쓰러져 죽은것이라니. 너무 평안한 죽음이라 괘씸하기까지 하다. 어찌 그리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망을 할 수 있는가. 그가 죽으면 더이상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으며, 5.18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그가 평안한 죽음을 맞기까지 별 손을 쓰지 못했던 무능한 정부를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시민들을 학살한 독재자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부끄러움이다. 최소한의 참회도, 사과도 없이 뻔뻔했던 그의 죽음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가 제발 죽어서는 편치않기를 바란다. 괘씸한 죗값을 받아 끔찍한 날들을 살아가기를 , 평생 그렇게 살아가기를 . 매일독수리에게 간을 떼이는 프로테메투으스처럼 평생의 형벌을 받고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