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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r 05. 2022

딸기맛 사탕과 반짝이는 성 속 움직이는 축제

파리 디즈니랜드



유년의 향수가 멈추어 하루종일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 퍼레이드를 보는데 정말 행복했다.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들이 전부 있다니. 움직이는 축제들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헤밍웨이가 젊은 시절 파리를 거쳐간 사람은 누구나 움직이는 축제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로 그렇다. 내게는 파리에서의 하루하루가 매일 같이 축제야. 이곳에서는 아이들도 반짝 거리고 목마를 태운 부모들의 얼굴로 설렘으로 반짝거린다. 동글 동글하고 익숙한 캐릭터들이 눈앞에서 튀어 나와 움직이는데 정말로 기분이 이상하고.. 잠시 다른 세계로 푹빠져 일상을 잊게 만드는 환상을 심어주니 디즈니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힘들  디즈니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코코  멕시코를, 루카  이탈리아 남부를 가겠다는 소망을 품었는데. 잊고 살다가 다시금 느꼈다.  가고 싶다! 가야겠어. 남은 생이 있는  가야겠다.



앞으로 어떤 일을 겪어도 움직이는 축제인 파리를 날마다 품고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신기하지?  디즈니는 참 클래식하다. 복잡하지않고 단순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그 어떤 놀이 공원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이 곳은 정말 신기하다. 내 모든 유년 시절이 한 데 모아 담겨져 있는 기분. 어렸을 때 토이 스토리 3 를 너무 좋아해서 영구 소장으로 구매를 한 뒤 하루에 1번씩 본 적이 있다. 아직도 내용이 다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 엄청 좋아했는데. 문득 동생이 생각났다. 졸업하면 우리 꼭 같이 도쿄를 가자. 도쿄 디즈니 랜드에서 동생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다.









디즈니랜드를 같이 간 D언니는 성격이 무척 쿨했다. 쿨한데 똑부러질 때는 똑부러지고. 나와 2살 차이인 언니는 부산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새삼 한국도 크다고 느꼈다. 내게는 부산이 정말 멀게 느껴지니까. 아예 다른 나라인 것처럼.



언니는 이제 4학년에 올라가서 급하게 여행을 왔다고 했다. 로마와 피렌체를 여행한 언니는 마지막으로 파리에서 10일 정도를 머물었다.



“나 이대로 나이드는 거 억울해서 온 거야. 취업하면 몇 년간 짱박혀서 또 여행 못 갈 거 뻔한데. 이게 뭐야? 청춘은 다 죽었어. 근데 여행 오니까, 헤헤. 나 다시 청춘이다. 이탈리아 갔을 때 나 엄청 인기 많았어.”



나는 콜라 한 입을 넘긴 뒤 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청춘이지. 언니는 아직도 예뻐.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 “



언니와 나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코코를 그대로 재현한 그 멕시코 식당에서 , 우리는 콜라를 먹으며 디즈니 랜드에 대한 감탄을 하고, 이런 저런 시시 콜콜한 사랑 얘기,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얘기,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 동안 걷느라 아팠던 다리를 쉬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언니의 말.



“프랑스? 좋아.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이 좋아. 남한테 신경을 안 써. 나 사실 여기 올때도 많이 걱정했거든. 주변 사람들도, 나 자신도.  자격증 따야할 것 같고 취업 준비해야할 것 같고. 뒤쳐지는 기분들고. 근데 여기 오고 나니까 그런 게 없어진다. 나이 따지고 외모 따지고 이것 저것 따지기 싫어졌어. 계산하고 따지고 그러는게 이제는 촌스럽게 느껴져. 뒤져치면 좀 어떤데? 뭐 어쩔건데?



사실 아직도, 내가 한국 사람인데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내가 우물 안에 있었다는 생각 정말 많이 했어. 이건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몰라. 진짜 혼자 나와서 직접 걷고 천천히 거리를 느껴봐야만 알 수 있어. 여행도 다들 무슨, 가이드 끼워서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현지를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하는데. 그게 무슨 여행이야? 견학이지. 그건 여행이 아니고 견학. 하여튼  나는 그래. 오래도록 머물고 이곳 저곳 보고 나니 그런 마음이 든다. 나 진짜 우물 안에 있었어. 엄청 반성했고 .. 몰라. 나 한국가면 내 맘대로 살거야. 물론 어렵겠지만.”


​​​​


언니 말을 들으니 문득 J와 함께 에펠을 걸으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한국 친구들은 아직도 나이를 많이 따져. 이 나이가 되면 무엇을, 이 나이가 되면 무엇을. 이 정도 했으면 여기 정도는 가야하지 않냐, 여기 정도는. 여기는, 저기든. 하지만 난 그런 게 싫어. 재고 따지고 그러기 보다는 그냥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고 싶어. 그러다 보니 어느덧 6년 정도가 흘렀고.. 그러네. 어느덧 6년이 흘렀다. “

​​


나이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 벗어날  없는 코르셋과 감옥.






​​​​​​



디즈니 랜드에 올 때는 대책 없이 와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아무 정보 없이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게 되기 때문이다. 대책 없던 우리는 애초에 오면서부터 표 사기를 당할 뻔 했다. 오페라역에서 역무원에게 디즈니 랜드를 가는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자가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냐며 친절히 말을 걸었다. 우리는 디즈니 랜드를 가기 위한 티켓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여자는 자동 티켓 판매기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자동 티켓 머신에 이것 저것을 찍었다. 그렇게 찍고 난 뒤 나온 가격이 56유로였다. 무언가 이상했지만 당시 상황에는 그 여자가 직원인 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카드를 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가격이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상황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 행동이 그리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은 아니었다.


카드를 넣자 그 여자가 카드는 안된다는 말을 하며 우리를 현금 인출기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거기서 이상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남일에 이 정도로 과도하게 친절하지는 않아서. 그리고 애초에 카드가 안 된다는 게 이상해서. 그 순간 나는 언니에게 저 여자 이상하다는 말을 했고 언니도 그제서야 사기임을 자각했다. 이 곳을 오는 처음부터 우리는 .. 사기를 당할 뻔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디즈니 랜드를 왔지만 우리는 어떤 놀이기구가 있는지 아예 알아보지 않고 왔기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한국어로 구글링을 하면 별 정보가 안 나온다. 반드시 영어나 프랑스어로 구글링을 해야한다. 나는 그 모든게 귀찮아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적어도 타야하는 놀이기구 라든지, 디즈니 랜드가 2 파크로 이루어져 따로 입장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았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우리는 입장을 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분홍색 성이 예뻤다. 그 곳이 너무 아름다워서, 상상 속 그대로라서 모든 사고회로가 멈추었다. 한 순간에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그 모든 걱정을 할 틈조차 없었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온 주변에는 디즈니 코스튬을 입은 아이들이, 그리고 인형들이, 익숙한 노래들이 들려오고 정말 동화처럼 꾸며져 있었다. 겨울 왕국 속 엘사가 여왕이었던 마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디즈니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 환상인 기분. 성 앞에서 한참을 머물며 사진을 찍던 중 이내 언니는 “재밌는 놀이기구는 2 park 에 있다고 들었는데?” 라며 이성을 되찾았고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놀이공원을 헤매기 시작했다. 약 30분의 사투 끝에 겨우 2 park 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아예 1 park 에서 나와서 반대로 걸어가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알아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무튼 들어오면 된 거 아닌가. 2 park에 들어서자 마자 놀이기구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놀이기구에는 엘리베이터 모양 건축물 위에 “holly wood tower” 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문득 기차에서 대충 본 한국 블로그에서 이걸 재밌다고 찬양했던 기억이 스쳤다.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어! 이거 재밌다고 들었는데.” 라고 외쳤고 언니 역시 “그래? 그럼 타자.” 라고 아무 생각없이 동의하며 줄을 섰다.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보내는 하루였고 그것은 곧 그런 불성실한 태도가 아주 큰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그게 롤러코스터인지, 자이로드롭인지, 가상 vr 4D 머신인지도 모르는 채로 줄을 섰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 놀이기구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는 채로. 단지 재밌다는 말 딱 하나만으로 줄을 선 것이었다. 줄 선 사람들 중에 어린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그 때 알아차려야 했다.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한 극장에 들어갔고, 그 후에는..




나중에 집에서 서치를 했다. “Top 5 best thrill rides - disney land paris(디즈니 랜드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 best 5개)라는 영상이었고 그 영상의 1위는 바로 그 엘리베이터였다.






​​​​​


 내리자 마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언니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놀이기구가 그런 놀이기구라는 말을 하며 넋이 나간 표정을 했다.



-트와일라잇/ 호러 엘레베이터 

-라따뚜이

-니모를 찾아서 / 크러쉬코스터

-스타워즈 / 스타투어 

-빅썬더 마운틴

-캐리비안의 해적/ pirates of the caribbean



개인적으로 이게 디즈니 랜드 파리의 베스트 놀이기구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세 개가 타고 싶었지만 첫번째 놀이기구의 여파와 체력, 퍼레이드의 시작으로 타지 못했다. 여름에 오면 일루미네이션과 놀이기구까지 제대로 즐기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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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디즈니 랜드에 온 김에 귀여운 열쇠고리를 사고 싶다고 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은 무척 많은데 상점마다 컨셉이 다 달라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어느 곳에서는 토이 스토리 굿즈를 , 어느 곳에서는 디즈니 공주 굿즈를, 어느 곳에서는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굿즈를 판다. 뭐가 무슨 기준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커다란 필로우 인형이 사고 싶었지만 돌아갈 때 짐을 생각해서 구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일생의 한 번 뿐인 디즈니 랜드일 수도 있는데! 구매하지 못한 것을 지금은 후회한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쪽에 더 후회가 남는 법. 어쩌면 구매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어.. 라며 나를 위안한다.



문득 장난감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이렇게 쓸 데 없는 걸 사주는 엄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디서든 인형을 지나치지 못했던 나에게 그 모든 것들을 사주는 마음은. 그러니까 언젠가는 버려질 것들, 쳐다보지도 않게 될 것들. 그런 것들을 사줬던 엄마 마음이 궁금해졌고 문득 뭉클해졌다. 살아있을 것이라 믿었던 인형들은 어딘가로 가버린지 오래고  나는 이제 그런 것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J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변한다고 생각해? 나는 망설임 없이 응, 이러고 말했고 그는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모르겠다. 보여지지 않았던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사람이 변하는 걸까. 변하기도 하면서 변하지 않기도 한다. 사람이라는게 좀 이상하고 복잡하다. 그 옛날과 나는 취향이 많이 바뀌었지만 크게 보면 바뀌지 않았고. 인형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쓸데없는 것들을 좋아하는 건 똑같다. 나는 누구지? 그 옛날과 나는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코코를 그대로 재현한 멕시코 식당. 직원들은 모두 코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양새로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 콧수염을 붙인  같기도 했고. 멕시코식 노래가 흘러나왔고 가게 안은 정말로 코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 였다. 내가 정말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고, 울퉁불퉁한 유리 창문 사이로 비치는 사람들 마저도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문득 멕시코가 가고 싶어졌고 , 쿠바가 가고 싶어졌고 이탈리아 남부가 가고 싶어졌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너무 궁금해졌다. 삶이라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 그래서 자주 자주 회의에 빠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고 모든  우습게 생각하고 오만해졌는데. 그건  아닌  같아. 겸손해져야겠다. 진심으로 그곳을 직접 가고 싶어졌다.  이런 날들이 , 이런 순간들이 너무 행복한  보면 삶은 살만해.




창문으로는 어린 프랑스 남자아이가 있었고 아이는 내가 궁금한 듯이 계속 쳐다보았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타났다가, 숨었다가, 나타났다가, 숨었다가. 사랑스러워서 몇분 동안 숨바꼭질을 했다. 더 부러울 게 없이 행복했다.






아이 옆에서는 엄마가 시크하게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손에는 유모차가 있었고 그 안에도 아주 어린 아기가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아기 옆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핀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그냥 길을 걸을 때도,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도 담배를 피는 게 당연해서 이제는 그 냄새마저 익숙해져 버렸다.





아무튼  곳은 정말 너무 커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상이고, 어떤 놀이기구가 있는지 , 그리고 어떤 구역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오지 않으면 모든 파크를 둘러 보지 못하고 가는 불상사가 생긴다. 성이 있는 파크 1 있고 , 어드벤처가 있는 파크 2 따로 있다. 계획 없던 우리들은 퍼레이드가 언제 시작하는지도 알아보지 않아서 얼렁 뚱땅 자리를 힘들게 구해서   있었다. 다음에 온다면 30 전부터 자리를 맡을 것이다. 4 30분부터.. 필히. (참고로 성에서부터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방향을 알아두면 자리를 잡기가 편하다.)




코로나로 인한 중단으로 일루미네이션을 보지 못한 건 정말 슬픈 일이었지만, 퍼레이드가 정말 좋아서 그걸로도 충분히 벅차오를만큼 좋았다.



애정하는 캐릭터들이 눈 앞에서 춤을 추고 움직이고, 화려한 반짝이와 작은 폭죽들이 터지고, 커다란 용이 진짜로 불을 불고. 다만 게으른 우리는 퍼레이드 전에 자리를 잡지 못해서 조금 뒤에서 보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본 아이들이 제일 부러웠다.




여기서는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행복해보이는 가족들과 아이들, 상을 보고 활짝 웃는 사람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여기에서는 자꾸 어린 아이가 됐다. 모든 속세를 잊어버린 뒤 동화 속에 들어와 사는 기분이었다. 삶에는 환상이 필요하다. 환상이 없으면 미친다. 행복하다는 환상,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는 환상, 이 순간이 영원하리라는 환상, 모든 게 잘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 그 환상의 파도 속에 힘을 풀어놓고 온 몸으로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모든 것이 멈추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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