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로마사] 1편: 로물루스와 레무스

피로 그은 제국의 첫 경계선

by 허블


로마의 건국 신화는 흔히 위대한 영웅담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규칙과 권력의 탄생’이라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두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이야기는 이들의 특별한 운명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로마를 진짜 로마로 만든 결정적 순간은 영웅담 자체가 아니라, 형제의 눈빛이 갈라지는 찰나에 있었습니다.



두 형제는 자신들의 도시를 어느 언덕 위에 세우고, 어떤 선을 그어 '우리의 땅'을 선언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었습니다. 공동체의 시작은 늘 “어디까지가 우리인가”를 묻는 경계선을 긋는 행위에서 출발합니다. 형인 로물루스는 흙을 다지고 돌을 올려 눈에 보이는 성벽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동생 레무스는 이 선을 형의 과장된 권위와 허세쯤으로 치부하며 조롱하듯 성벽을 뛰어넘었습니다.



레무스가 성벽을 넘는 순간, 사건은 단순한 형제간의 장난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로물루스는 선을 넘은 레무스를 죽이고 맙니다. 이것이 로마의 첫 번째 질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로마의 질서는 토론이나 합의가 아니라, 피로 봉인된 명령과 처벌로 세워졌습니다.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닙니다. 내부에서 누군가가 "그 경계 따위는 별것 아니다"라고 비웃는 순간입니다.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공동체는 하나로 움직일 수 없기에, 권력은 본보기 처벌을 통해 그 경계를 단순한 선이 아닌 신성한 금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작게이날 이후 로마의 규칙은 겉으로는 '규정'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포'가 깔리는 이중 구조를 띠게 됩니다. 사람들은 규칙이 옳아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넘었을 때 돌아올 가혹한 처벌을 떠올리며 순응할 뿐입니다. 공포로 세워진 질서는 당장 튼튼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침묵과 반감이 독처럼 쌓이게 마련입니다.



"넘으면 죽기 때문"에 지켜지는 약속은 애초에 절반이 깨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룰이 두려움으로 유지되는 순간, 사람들은 규칙을 사랑하지 않고 권력을 피해 숨는 법을 먼저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 억압된 공포는 훗날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동의하는 척하는 '충성의 가면'을 만들어냅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비극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공동체의 경계를 지탱하는 에너지는 존중인가, 공포인가? 합의인가, 처벌인가? 존중으로 유지되는 룰은 위기 속에서 대화를 낳지만, 공포로 유지되는 룰은 위기가 닥치면 곧바로 폭력으로 회귀합니다. 로마의 첫 선택은 질서를 얻는 대신 신뢰를 포기했고, '강한 질서와 약한 신뢰'의 이 위태로운 조합은 훗날 끊임없는 배신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배신의 로마사] 1편 처방전


진단: 경계선을 세우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경계가 존중으로 유지되는가, 공포로 유지되는가입니다.

처방: 처벌로 룰을 억누르기 전에, 룰이 왜 필요한지 공동체가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먼저 갱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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