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시간, 나이트 리추얼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계신가요?
저는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스무살 때부터 한결같이 스타트업을 꿈꿔왔고, 일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자 삶의 의미였죠.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주 100시간씩 일에만 빠져서 사는 게 자랑스러운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저는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컸던지라 내심 그런 문화를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밤을 새서 새벽까지 일하거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까지 일하는 스스로가 뿌듯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죠. 덕분에 어린 나이에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고, 이런 치열한 삶이 저한테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이런 삶의 방식을 유지할 줄 알았지만, 머지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일을 사랑하는만큼 제 거의 모든 일상은 일로만 가득했는데요.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었고, 더 많이 일을 하고 싶었고,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박에 가까워졌습니다.
평소에는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일의 의미와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게 될 때부터였죠.
일이 곧 행복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사람이 일하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일 외에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할지 모르니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고 멘탈도 크게 흔들립니다. 편히 쉬면서 나를 돌아봐야 하지만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모르고요. 심지어는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겨우 누워서 좀 쉬려 해도 머리속에는 일 생각으로 가득하고, 긴장을 놓지 못하니 몸도 제대로 회복되지 못합니다. 그렇게 쉬고 나면 게으르게 시간을 보냈다는 죄책감, 그리고 충분히 쉬었다는 착각에 빠져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무리해서 일을 합니다.
당연히 아직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세 다시 멘탈이 무너지는, 지독한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죠. 정말 나락에 빠진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수개월간 갖가지 노력 끝에 겨우 안정을 찾았지만, 이 상태를 벗어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도움될만한 것들을 틈만 나면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일부러 명상도 하고, 심리학도 공부하고, 산책이나 운동도 자주 하려고 했고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되찾기 위해 정말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렇게 참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지금 다시 돌아보면 핵심은 간단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나를 아껴주고, 나를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두는 것.
그렇게 모든 강박을 내려놓고 오직 나만을 위한 일을 하는 것.
앞서 노력했던 많은 것들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더라도 금방 다시 불안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얼른 좋아져야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좋대’ 이런 생각을 갖고 하는 것들은 여전히 빨리 회복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조급함과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위한 일을 할 때는 조급함을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그 일 자체를 그냥 즐기면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는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고, 아로마 오일의 향을 깊이 들이마시고, 감사한 점들을 찾아 쓰면서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 상태가 나아지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자체로 좋고 행복하기 때문에 하는 일들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편안함을 찾고, 나를 더 알게 되고,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의도를 버리고 순간을 즐기면 비로소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의미를 느끼는 일들을 ‘나이트 리추얼’이라고 부르고 매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갖는 나만을 위한 시간은 지치고 힘든 날에도 저에게 위로와 안정, 성찰을 주고 더 나은 내일을 보내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나이트 리추얼의 특징은 다른 목적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을 할 때는 목적을 갖는 게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이뤄내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전보다 더 잘하려 애쓰고, 앞으로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인간은 현재에만 집중하면 우울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되고, 미래를 생각하면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에 우울해진다는 거죠. 머리속이 일 생각으로 가득할 때는 과거를 돌아보거나 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우울에 빠지기 쉽습니다.
나이트 리추얼을 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에 잘하고 못하는 것을 나누는 기준이 없습니다. 그저 나이트 리추얼을 즐기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죠. 나이트 리추얼을 할 때는 과거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나를 위한 이 순간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충만한 행복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트 리추얼을 하면 좀더 확실한 쉼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냥 쉬는 시간이 아니라 ‘리추얼’이라는 하나의 의식으로 이 순간을 인식하면, 이전의 시간들과는 완전한 단절이 일어납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들은 오직 나를 위한, 나를 아끼는 소중한 행위들이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것입니다.
머리 속이 일로만 가득 차있을 때는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더라도 이 단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할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지금 쉬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머리 속은 일 생각으로 가득 차있으면서 몸만 누우면 쉬고 있는 거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리추얼이라는 걸 인식하면 그때부터는 그 시간의 소중함과 현재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머리속의 불필요한 소음을 비교적 쉽게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몸만 쉬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모두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나이트 리추얼을 하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잘 알게 됩니다.
전에는 쉰다고 해도 누워서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뒤적거리며 흥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쉼이라기 보다는 즉각적이고 가벼운 만족감을 주는 활동이자, 끊임없이 뇌에 정보를 입력하며 피로감을 줄 뿐이죠.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적인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무슨 상태인지에 주목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트 리추얼은 지금 느껴지는 나의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내 상태를 보다 분명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더 차분하게 생각하고 감정적으로도 충만하고 발전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제 나이트리추얼은 저에게 소중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앞날의 불안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다양한 경험담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