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긴 시(時)선
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보았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변신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소속사 직원
천문학자
시인
국어 선생님
유튜버
작가
이 중에 완벽히 이루어낸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의 답이다.
완벽주의.
그것은 무언가를 완벽에 가까운 정도로 이루어내도록 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이룰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지면 빠르게 포기하도록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패라는 이름에 얽매이기 싫었다.
그 무엇도 완벽히 해낼 수 없을 것이란 나약한 마음의 되뇜은
도피라는 방어기제를 즐겨 사용케 했다.
물론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이 도피하게 한 것은 아니다.
돈. 그 한 글자가 가진 무게가
나이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배로, 갑절로 커짐에도 기인한다.
좋게 말하자면
철이 들어 현실을 바라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삶 속에서 경제적 문제의 비중이 커져만 가고
내가 순수하게 하고팠던 것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그러한 변화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변하는 스스로를 바라봄에
왠지 모를 애잔함과 공허함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살아온 덕에
한 분야의 장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것저것 조금씩은 할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애처로운 다양함에 기대어
평생을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밤은 괜찮지만,
그 생각이 나의 밤을 괴롭히면
괜히 뒤척이다 방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창문을 연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그저 밝디 밝은 아침을 맞기 위해.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