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긴 시(時)선
살다 보면 문득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지나간 무언가가 떠오를 때가 있다.
마치 꿈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가
하루종일 마음에 맺혀 잊히지 않듯이
아무런 이유 없이 떠오른
지나간 것들은
마음이란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고
천천히 가라앉으며,
알록달록한 얼룩을
하루종일 묻혀가며,
나의 하루에 새로운 감정이 솟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를 다시 펼쳐들면,
난 이 시를 유난히 아껴주시던
부장님 한 분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학교에 발을 디뎌
아무것도 모르고 맡은
학교 문학 동아리 시전에
담당 교사 찬조시로 내걸었던 초라한 시.
수목원에 걸린 아무것도 아닌 시를
수고롭게 걸으시어 읽으시고
진심으로 감탄한 마음을 전하시던.
3년 차에 학년 부장과 학년 기획 교사로 합을 맞추게 되어
더욱 영광이었던.
언젠가 내 교직 생활의 첫 페이지를 돌아볼 때
그때의 수많은 고난과 힘듦을 다 제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다시금 그리워질,
비로소 깨닫게 될,
소중함, 고마움, 그리고 행복들.
지금의 시간이 그런 의미로 남을 때쯤에
달릴 제목을 위하여
오늘도 기꺼이 꽃 한 송이의 가시를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