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여는 글
하고 싶었던 제목은 이건대 말이다. 누가 웹소설 작가 아니랄까 봐.
웹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유명한 라노벨 제목이긴 하다.
거의 편하게 적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제목이 곧 내용이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멋들어진 경력은 없다.
20대 초반 여자이고, 공부를 못 했고. (내 생각엔 주입식 공부를 못 하는 거 같긴 한데 ㅎㅎ)
남들 다 하는 재수도 실패했고. 결국은 전문학교 다니면서 글 쓰다가 출간해서 웹소설 작가가 됐다.
학창 시절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밤새서 소설 보고, 글만 쓰면 이렇게 되나 보다.
어떻게 웹소설 작가가 됐는지나 이런 건 나중에 다른 매거진에서 풀도록 하겠다. 여러모로 사연도 많다.
나에게 영어란.
학창 시절부터 단 한 번도 <언어>였던 적이 없다. 오직 수업, 그러니까 점수를 따기 위한 도구였다.
일단 흥미가 생겨야 뭘 하는 타입이라.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많이 봐서 일본어는 하잖아! 이러고 있다 ㅋㅋ
해외여행은 20살 무렵 친구와 오사카 4박 5일 여행을 가본 게 다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작가님이 (거의 매년 겨울마다 나가신다.) 여름 즘에
작가님 "올해는 쿠바에 가볼까 생각 중이야. 한 달 정도."
나 "올 ㅎ 혼자가?"
작가님 "아마도?"
나 "나도 데려가!"
작가님 "ㅇㅅㅇ 너 쿠바가 어딘지 아니?"
나 "몰라ㅋㅋㅋㅋ지금부터 알아보면 되겠지ㅋㅋ"
작가님 "뭐, 오든가?"
대충 이렇다! 지금 생각하면 대체 무슨 패기였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같이 가시는 작가님은 영어를 하신다. 이 자리를 빌어서 민폐 덩어리였던 나를 43일간 데리고 다니셨던 작가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민폐였을 것 같아.
어쨌든 그렇게 43일간의 쿠바 여행이 시작됐다!
쿠바 여행 이틀 전이다.
가급적 가기 전에 작품 완결을 내고 (실시간 연재 중이라 다음날 원고를 전날 저녁까지 줘야 하는 상황, 비축이 없어서 매일 연재해야 하는 상황. 하루라도 말리면 펑크 ㅠㅠ) 가고 싶었으나.
한번 비축에서 손을 놓아 버린 탓인지 좀처럼 비축이 쌓이지 않았다.
심지어 완결 직전이라 거의 반쯤 포기를 했다.
월요일 날 종강을 했다.
덕분에 수요일은 모처럼 아무런 약속도, 일정도 없었다. 이런 날은 꽤 오랜만이었다.
웹소설 작가라 그런지는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행복은 아침에 눈을 떠서 종일 글만 쓰다가 (굳이 마감이 없더라도) 하루를 마감하는 거다.
천성 작가다.
어쨌든 그렇게 하루 종일 글만 쓰다가 자는 날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즐겁고 보람찬 날이다.
딱 수요일이 그랬다. 분명 쿠바에 가기 3일 전인데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딱 태풍의 눈이 아니었을까 싶다.
목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본능적으로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대기 포함 30시간을 공항에 있지만, 쿠바에 도착하는 건 시차 덕분에 토요일 저녁 10시 즈음이다.
주말에는 최소한 글을 못 쓴다는 걸 뒤늦게 눈치를 챘다.
게다가 하루 전에는 짐을 싸야 하고, 45일이나 가는 장기 여행인 탓에 가기 전에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약속을 잡고 나니 목요일 최소한 2화 정도는 미리 써서 보내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담당자님도 다음 주 주말에는 해외출장을 가서 추가 원고를 한국 기준 수요일까지 줘야 한다고 한다.
현재 연재 패턴은 월~목요일까지 한편, 주말에 한편을 마감하고 금요일은 쉬는 식이었다.
하여튼 거기에 이번에 작업하는 출판사는 또 이펍이 외주인 데다가 여러모로 복잡하다.
이건 웹소설에 관련된 이야기라 그냥 패스.
결론은 원래 목요일까지 5화를 줘야 하는 걸
다음 주 수요일까지 5화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건 다음 주 이야기였고.
목요일 오전 PT를 마치고.
정말 곧바로 짐만 싸서 카페를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정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정신없이 5시까지 2화를 써서 보내 주고, 저녁 악속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7시 30분 즈음에 들어왔는데, 한 시간 좀 넘게 쉬다가 9시쯤 슬슬 짐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정고가 와 있었고, 11시쯤 끝나면 저녁에 교정 고를 처리하면 되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단단히 잘못 생각했다.
12시가 넘어도 짐 정리가 끝이 나질 않았다. 교정을 봐야 하는데 가방에 있는 노트북은 꺼내지도 못했다.
2시가 넘어가도 끝이 나질 않아서 슬슬 짜증이 났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금요일 날 짐 정리를 했다면, 울면서 짐 정리를 하고 날 밤을 새운 채 비행기를 탔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오전에 마지막 PT가 끝나자마자 근처 PC방에서 여권사본과 여행자 보험 사본을 뽑았다.
비자 심사받을 때 여행자 보험 사본을 요구한다는 블로그를 많이 봤다. 여행자 보험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비싼 여행자 보험을 들게 한다고 했는데, 왜 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여행자 보험 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쿠바 비자 연장할 때 여행자보험 서류 검사를 했다. 여행자는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데. 30일마다 비자 연장을 해야 한다. 고로 쿠바 장기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다면 여행자 보험 서류를 챙겨 가야 한다. 쿠바에서 프린트하려고 그러면 정말 힘들다.)
비행기는 멕시코 국적기인 아에로 멕시코였다.
여행자 보험 사본을 뽑고 난 이후 하나은행(+외환은행)에서 비바 플러스 카드가 발급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하나은행 이용자면 상관은 없긴 한데, 나는 미성년자 때부터 우리은행 이용자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하나은행 계좌와 카드를 발급받았다.
일단 장기 여행객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일주일 사용할 금액만 환전해가고, 나머지는 현지 ATM기에서 뽑기로 했다.
하나은행 비바 플러스 카드는 은행 수수료 1%만 내고 환전 수수료가 없다고 들었다. 설명을 듣긴 했는데 확실하진 않다. 하여튼 일반 비바 카드보다 해외 출금 시 좋다고는 한다. 솔직히 같이 간 작가님이 하라는 대로 했다. 내가 뭘 알아야지.
나는 카드를 화요일쯤에 만들어서, 사실 은행에서도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운이 좋게 출국 하루 전날 아침에 카드가 은행에 왔다는 문자가 왔다.
후다닥 달려가서 카드를 받고 난 이후, 다시 홍대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아는 작가님과 점심을 먹고, 이날이 또 작가 모임 날이라 마지막으로 모임에 갔다 왔다. 모임에서 차기작 관련할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게 돌아오니 벌써 저녁 6시가 넘어 있었다. 그 상태로 아빠와 저녁 식사를 했다.
집에 오니 10시가 넘어 있었다.
출국 하루 전에.
어제 새벽 2시까지 짐 정리를 하다가 짜증 나서 던져 놓은 방은 엉망진창이었다.
^ㅂ^ 그나마 어제 안 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다행히도 전날 많이 끝내 놓은 덕분에 막상 짐 정리를 다시 시작하니 크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두 시간 정도 해서 짐 정리를 마쳤다.
사실 해외여행이라고는 20살 때 오사카를 간 게 다고, 내 돈 제대로 벌어서 해외행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하여튼 해외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 내가 가기에 하바나는 좀 하드 한 건 맞았다.
그래서 짐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신경을 많이 쓴 것도 사실이다.
또 하바나는 와이파이 카드를 써야 한다고 한다. (2019년 기준으로 유심이 생기긴 했는데,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우리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서 도착해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뭐가 됐든 인터넷이 잘 안된다고 해서.
네이버 시리즈에 거의 30만 원 돈을 투자해서 소설들을 싹 다운로드하고, 비행기에서 들을 노래들도 오프라인 저장하고 (ㅠㅠ 벅스 정기 이용권이 하필이면 16일 날 끝나서. 어쩔 수 없이 멜론을 새로 가입했다.), 가서 볼 영화랑 하여튼 이거 저거 다운을 받았다.
근데 결국 쿠바에 돌아올 때까지 시리즈 소설들은 다 못 봤다. ㅎㅎ
그리고 비행기에서 노래 들을 거면 정말..... 멜론은 추천하지 않는다. 가입할 때부터 멜론이랑은 뭐가 안 맞나 보다. 멜론의 오프라인 저장 시스템은 정말 최악이다. (3개월 지나면 바로 해지할 예정)
결국엔 쿠바 가서 겨우겨우 벅스 오프라인 듣기 업그레이드시켜서 노래 들었다.
이래저래 짐 정리를 하고 새벽 1시 즈음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