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즌 2를 마치며.
콰드로페니아가 6주 간의 'Blue' 연재를 마쳤습니다.
시즌 2를 마무리하며 느꼈던 감상과 후일담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영재 : 호준의 <파란 서울 버스 502>라는 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꾸준히 글을 써왔기 때문에 서로의 글 성격을 잘 알고 있는데요. 간만에 자기 자신의 글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난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한 팀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확실하게 서로의 글은 다르거든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가?’ 하는 그 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승준 : 영재의 〈나는 도대체 누구야?〉라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보는 파란색이 실제로 파란색이 아니라니! 내가 보고 있는 파란색이 실제로 파란색이 아니라면, 내가 바라보는 나 자신도 진짜 내가 아니라는 걸까? 머리 아픈 질문을 연상시키는 글이었는데 글의 어투와 문체가 가벼워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덤으로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이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호준 : 가장 처음 보냈던 승준의 <우울의 파란색>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메일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을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에요.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시작했지만 지금 보면 무척 조잡하고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죠. 어쨌든 보내기까지 여러 고민을 했고, 준비했던 모든 작업이 신기했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 자기 글을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
영재 : 이번 주제의 글들은 전부 다 제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나 고민들에서 시작했는데요.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의문들을 독자 각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나도 여전히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는지?’, ‘나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같은거요. 저와 완전히 다른 생각이나 입장들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 답변들이 참 궁금합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되셨는지 알려주면 좋겠어요.
승준 : 저는 머리 아프고 답답한 주제로 글을 많이 썼는데, 글 말미에서는 그 기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노력들을 언급하는 편이었습니다. 독자들이 제 노력과 고민들을 따라가면서 자기 자신을 떠올리길 바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Blue는 제가 갇혀있던 기분을 밖으로 펼칠 수 있는 주제였어요. 〈우울의 파란색〉도 그랬고 〈보행자 신호가 반짝이고 있었다〉도 그랬습니다. 어느 작가나 자신의 기분에 공감해줄 독자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독자께서 제 기분과 노력에 공감해주길 바랐습니다.
호준 : 재미. 내 글을 재밌게 읽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 글을 쓸 때는 의도하는 바를 강하게 정했습니다. 내 의도를 알리고 공감을 얻거나 타인의 생각에 영향을 주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시즌을 마친 지금은 그보다 가벼워지고 싶어요. 글이 재밌어서 읽는 순간만큼은 일상의 시름을 살짝 잊고 몰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3. 마음에 드는 부분(구절) 하나를 꼽자면?
영재 : “내일은 눈여겨보던 파란색 젤리를 사야겠다.” [200526, ‘파란 호기심’]
사실 쓸 때는 별 생각 없었던 문장인데. 그런데 다 쓰고나니 진짜로 젤리를 사러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진짜 사지 않으면 거짓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구태여 나가서 젤리를 샀습니다. 의도치않게 제 행동을 이끌어낸 문장이 되어서, 조금은 애정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극한의 컨셉충 등장 ㅎ
승준 : “보행자 신호가 반짝이고 있다면, 나는 뛰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200602, '보행자 신호가 반짝이고 있었다']
제가 6월 2일에 보냈던 〈보행자 신호가 반짝이고 있었다〉에서 따온 구절입니다. Blue라는 주제를 쓰던 제 기분을 전반적으로 대변하는 문장이었어요. 어느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기회인지 검토할 새도 없이 그저 뛰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과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글을 쓰고 난 후에도 신호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헐레벌떡 뛰어 신호를 건너기도 했어요. 그래놓고 버스를 20분 동안 기다리기도 하고… 저라는 인간의 허술한 판단력을 보여주는 구절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호준 : "철학이 제시한 무수히 많은 답들 중에서 어떤 대답을 택할 것이냐는 순전히 개인의 결단에 달려 있고 우리에게는 그 중에 어떤 대답을 택할지에 대해 스스로 해야 할 사유의 몫이 있는 겁니다." [200616 '나는 도대체 누구야?']
철학과 학부 과정을 마친 지금 시점의 제게 이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입학할 때만 해도 대학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을 얻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하지만 많은 문제를 스스로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는 힘을 얻었죠. 그래서 이 부분이 크게 공감이 되었어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생각해봐야 할 구절 같습니다.
4. 시즌 3에 대한 힌트
영재 : 남들은 많이 바꾸는데, 나는 바꾸고 싶지 않은 것
승준 : 아무것도 손에 든 것 없이 갈 때 제일 편하고, 두 손 가득히 뭔가를 챙겨들고 갈 때 제일 애틋한 장소.
호준 : 일생 동안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콰드로페니아는 메일링 서비스로 글을 전달합니다. 첨부된 링크를 통해 구독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화요일 아침 10시에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글을 보내드립니다. 완벽하게 좋은 글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 주에 한 번 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보내 드릴게요.
저희는 반복되는 일상을 다른 관점으로 그려 내고자 합니다.
저희의 글이 일상에 작은 차이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구독 신청 https://mailchi.mp/1cb3d1a5e1ad/quad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