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쥴리안리안 Jul 17. 2021

안녕 아가야, 나는 엄마야 (0)

변화, 과정, 저항

대략 40주, 거진 열 달을 품어야 아기가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임테기에 두줄이 뜨고, 산부인과 검진으로

"임신입니다"라는 확인서를 받고 나서도

한동안은  "나"라는 1인칭과 "엄마"라는 3인칭이 곧 하나로 통합된다는 게 전혀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해서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 달린 호칭이 "부캐"라면

아기의 출산이 가져다 줄 호칭은 나에게 새로운 "자아" 또는 "인격"인 듯합니다.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기 위한 생물학적 변화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진행이 됩니다. 그 변화가 급진적이고 크다 보니,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나"라는 자아에게는 당황스럽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임신 40주의 기간은 "마침내 엄마가 되었습니다"로 끝나는 단편소설이 아닌, 서막만 읽었는데 지쳐버린 장편소설처럼

이제 그 시작일 뿐입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life-long story(인생극)이다 보니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잊어야 살아지는 세월도 있는 듯합니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

변화의 과정에서 느꼈을 혼자만의 저항과 타협

말하지 않은 수많은 크고 작은 변화,

그런 이야기들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그제야 귀에 들리더군요.


"나"라는 자아가 여전히 유효한지,

"나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이 공존 가능한 것인지,

이런 질문들이 과연 유의미한 것인지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오래된 나의 자아가, 새로운 자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아기가 주인공이 아닌, 엄마가 되어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모든 것들에 대해 써내려 갑니다. 아마 시작은 있지만 네버 앤딩 스토리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너가 행복하기를 바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