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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석 Nov 23. 2016

뜻밖의 여행_두 번째

세렌디피티 트레바리

실로 어마어마한 일

한번에 모였다면 조금 덜 했을까, 우여곡절(?) 끝에 모인 이번 여행의 멤버 8명은 이래저래 참으로 소중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훗... 어느 서점의 대문짝만한 간판에 쓰여 있던 글귀(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에서 처럼 거창하진 않더라도 소중하게 모인 8명이 제주를 온다는 것이 내겐 중대한 일이다. 첫번째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다신 이 고생을 하지 않으리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10월의 어느 밤, 나는 두번째 만남을 위해 전날부터 정성스레 뱅쇼를 끓이고 있었다. <뜻밖의 여행>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인 이유는 각자의 삶을 사는 8명이 한데 모여 이곳에 오는 마음과 내가 그들을 기다리는 마음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향유, 향연

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전제는 '열린 마음'이다. 유독 여행지에서는,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예술에 눈길이가고 마음이 쓰이는 것은 여행이 주는 해방감이 묻어뒀던 감각을 살려내기 때문이다.

서울을 출발한 8명은 비행기를 타고 오는 1시간동안 일상에서 닫아두었던 문을 자연스럽게 열어제쳤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틀간 만난 쳇 베이커(영화_본투비 블루), 김창열(전시_김창열 미술관), 그리고 바흐/비탈리/라흐마니노프(연주회_김다미 하우스콘서트)의 예술은 감히 충분하게 '향유'했다고 말할수 있다. 다음 약속을 위해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었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각자 마음의 모양대로 느끼고 나누고 감동하는 것, 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자세이다. 제주 시골의 가을밤을 가득 채운 재즈, 여유로운 휴일 오후의 미술관, (계획에 없던)해질녁 숲속에서의 하우스 콘서트는 그야말로 예술의 향연.이었다.

낯섦

직관적으로는 그리 긍정적이진 않은 '낯섦'이라는 단어가 이곳에서 만큼은 다르게 해석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낯설기 때문에 진솔해질 수 있는 것. 뜻밖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랬다. 예상치 못한 일이 즐거움으로 다가올수 있는 이유는, 딱딱했던 일상의 허울을 벗어두고 날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솔함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 30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9명의 인생(사람)이 2박 3일의 시간 동안 만들어내는 즐거운 순간들은 호스트가 아무리 세심하게 기획 한다하여도 뜻대로 만들어낼수 없다. 밥을 먹어도 똑같은 밥이 아니고 같은 곳을 가도 풍경이 모두 같지가 아니하니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예상치 못함'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제주시를 벗어나 조천으로 미팅을 가는데 하늘-맨날 보는데 맨날 달라서 놀라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또또 감상에 빠지고 말았다. 대개 이런 순간에 어떤 작은 깨달음 같은 것들이 찾아와 하나의 메시지를 얻곤 하는데, 이번엔 이렇다.

익숙해지지 말자

제주의 하늘은 아름답다.라고 정의하고 마음 한편에 두는 것은 어쩌면 그 후로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하늘은 그냥 하늘로 두고 아름다운 건 그때그때 느껴보기로 하자. 깨달음의 끝엔 어떤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또또 강박이 있는 나는, 익숙해져서 하지 않은 일을 살폈고, 지난 10월의 만남을 이제야 글로 남기게 되었다. 뜻밖의 깨달음. 촤하.


글쓴이, 나

사진, 나&아란(스페샬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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