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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nta time Mar 05. 2024

보이지 않는 비용, 감가상각비

예전에 지불했지만, 이번에 반영하는 비용

손익계산서는 얼마를 벌었고(매출), 얼마를 지출해서(비용)  종국에 총얼마만큼의 이윤(순이익)을 남겼는지를 알려주는 보고서이다. 그래서 회계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들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과 같은 결론을 말해주는 수치를 통해 기업 실적과 전망을 파악해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손익계산서를 파악할 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또 다른 개념이 있다. 비용으로 찍혀는 있는데, 알고 보니 지금 돈이 나가지 않는 비용, 감가상각비이다. 감가상각비에 얽힌 웃픈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 보자면, 어느 지자체 의원이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고자 공식적인 자리에서 재무제표 회계처리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날카로운 눈빛과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는데.. 


손익계산서에 보면 감가상각비라는 것이 한해 100억 이상이 나가는데, 지출 기록이 없는 돈인 거 같네요! 이건 어느 통장에다 숨겨 놓은 겁니까!!


 감가상각비를 마치 비자금의 출처로 인식하고 날카롭게 질의했던 상황이었다. 사실 이 질의를 받은 대표도 뒤를 돌아 회계팀장에게 "감가상각비 통장이 따로 있습니까?"라고 물어본 것은 안 비밀이다. 당시 회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뜬금없는 헛소리에 실소를 참느라 곤욕이었고, 모르는 사람은 무엇인가 큰 게 걸렸구나 라는 비장한 표정으로 숨을 죽였던 시트콤 같은 순간이었다.  





럼, 감가상각비는 무엇일까?


감가상각(減價償却, depreciation)이란 토지를 제외한 고정 자산에 생기는 가치의 소모를 셈하는 회계상의 절차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유형자산의 가치 감소를 회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유형자산의 가치 감소를 의미하나, 회계학의 관점에서 감가상각이란 고정 자산의 가치 소모를 각 회계 연도에 할당하여 자산의 가격을 줄여 가는 것, 취득한 자산의 원가(취득원가)를 자산의 사용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배분하는 과정(allocation)을 의미한다.


 감가상각비의 사전적 설명을 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형자산의 가치감소니.... 비용의 할당이니... 회계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의 입장에서는 한글로 쓰여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손익계산서 편에서 등장했던 Mr. 빈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상의 카페 케이스를 통해 직관적으로 감가상각비에 대한 개념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한 달 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들어온 수입이 얼마인지 확인해 보니 총 400만 원이다. 
-동일한 기간 동안 얼마나 썼는지 확인해 봤더니, 원두랑 소모품 등을 사는데 100만 원을 썼고,  
  임대료로 50만 원을 냈다. 
-카페 새 단장 이후 한 달 만인 2월에는 순이익 250만 원을 달성했지만,
 오픈 첫달인, 1월에 구매한 1000만원 짜리 커피머신 때문에 현재 적자인 상태이다.


 "그럼 1월만 적자인데.. 왜 난 2월에도 적자인 것처럼 느껴질까? " 


사장님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새로 산 커피머신의 비용을 매달 나누어서 인식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앞으로는 매달 손익계산서에 그 금액을 넣어 판단하기로 했다. 사장님 생각에 커피머신은 한 2년 정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00만 원에 산 커피머신을 2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매월 42만 원씩 비용을 더 인식하기로 했다.


위에 1월과 2월로 나뉜 손익계산서는 사장님이 카페운영을 위해 매달 지불한 원두비, 임대료 등의 직접비 외에도 1월 한 번에 현금으로 구매한 카페머신에 대해서도 사용하는 기간을 고려해서 비용을 매월 인식하는 것으로 계산한 결과이다. 

커피머신을 구매하고 비용을 지불한 것은 1월이지만, 다른 소모품과 달리 커피머신은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계설비로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산을 구입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해 내는 기간이 길 때, 우리는 그 자산 구매 비용을 한 번에 인식하지 않고 사용하는 기간에 나누어서 계산한다. 이것이 바로 감가상각비의 개념이다.




감가상각비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사용하는 기간에 나누어서 인식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렇게 자산의 구입비용을 1월에만 인식하지 않고, 커피머신을 사용하는 24개월로 나누어서 인식하게 되면 사장님 입장에서도 매월 250만 원을 버는 것이 아니라 208만 원을 버는 기준으로 경영을 하게 된다. 커피머신을 구입한 비용도 항상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과대계상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게 해 주고 그 덕분에 매월 벌어들이는 이익도 더욱 현실적이게 된다. 


정리하자면 감가상각비는 자산구입에 대한 비용을 그 자산을 사용하는 기간에 나누어서 비용을 인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하면, 큰 비용을 들여 구입한 자산을 특정기간에 비용으로 한꺼번에 잡지 않을 수 있어 외부사람이 보기에 매출이 떨어지거나 수익성이 저하되거나 하는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고 기업측면에서도 합리적으로 비용을 생각할 수 있어 감가상각비가 없을 때보다 원감절감을 위한 노력이나 매출증대를 위한 투입 등에 대한 전략을 보다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어 유리하다. 


감가상각비 통장은 없군요! 흥


이런 이유로, 의원님에게 100억이 든 감가상각비 통장을 찾아드리지 못해 아직까지 죄송할 따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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