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AI, AI
요즘엔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화두가 바로 AI, 인공지능이다. 그만큼 AI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또 그만큼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산업 군에서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다. 서점엘 가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인공지능, 딥러닝, 머신러닝에 관한 도서들이 즐비해있고,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가르치는 강의들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미래에 AI가 가져올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모든 비즈니스가 AI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노동력이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미리 다가올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현재의 상황에서 당연히 AI의 인력 대체 가능성은 응당 매우 두려운 일이다. 최근 발표된 많은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단순 반복적 업무를 하는 비중이 높은 직군부터 순차적으로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패스트푸드점의 주문은 키오스크가 대신 받고 있으며, 형식이 정해져 있는 뉴스 기사는 알고리즘이 알아서 작성해 내보낸다. AI가 암인지 아닌지를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판별하며,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래는 BBC가 예측한 AI에 의해 사라질 위험성이 높은 직업들에 대한 표인데, 한눈에 봐도 자동화가 매우 쉬운 업종이 위험성도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 그렇다면 주식 애널리스트는?
단순 사무직은 당연히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명명백백한 룰에 의해 규칙적인 행동을 하는 것만큼 기계가 잘하는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식 애널리스트는 어떨까? 주식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를 분석해서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는? 혹은 불확실한 금융시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나 트레이더들은? 과연 인공지능 또한 이러한 소위 Decision Maker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근에 발표된 한 논문이 제시하는 주장은 매우 흥미롭다.
이 논문에 의하면 의사결정을 요하는 직업의 경우 인간과 AI의 대결구도보다는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모습으로 산업이 발전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전까지의 연구 결과들과는 다소 관점에서 AI의 미래에 대해 바라보고 있다. 이전까지의 연구 결과들이 '인간과 AI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둘 중 누가 더 좋은 성과를 낼까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 논문은 '인간+AI로 구성된 팀이 인간 혹은 AI보다 더 나은가'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인간과 AI가 각각 가지고 있는 상대적 우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과거에 형성된 대용량의 빅데이터로부터 패턴을 발견하는 일을 매우 정확하게 매우 빠른 속도로 하는데 강점이 있다. 반면 인간은 그런 면에서는 AI보다 뒤처지지만 직관을 사용해 세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또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미래에 무슨 일이 펼쳐질까에 대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는데 강점을 보인다. 그들은 이 둘을 결합한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들의 연구를 진행했고, 실제로 이 연구 결과는 미래의 목표주가와 실적을 예측하는 데 있어 인간과 AI가 같이 팀으로 일한 경우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주장한다.
아래의 세 그림은 각각
1) AI vs. 인간
2) 인간+AI vs. 인간
3) 인간+AI vs. AI
대결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AI와 인간의 대결이다. AI와 인간의 대결에서는 확실히 AI가 우세를 보인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우세의 정도는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인간+AI로 구성된 팀 대 인간의 대결이다. 데이터를 보고 제한적 인사이트만을 얻을 수 없는 인간에 비해 인공지능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인간의 판단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마지막으로는 인간+AI로 구성된 팀 대 AI의 대결이다. 두 번째 대결과 마찬가지로 AI만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이 AI의 도움을 받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의 결과가 더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각각 가지고 있는 상대적 우위가 상호보완작용을 통해 한 층 더 높은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97년 딥블루가 체스 마스터 카스파로프를 꺾은 이후 AI와 인간이 한 팀이 되어 AI를 상대로 체스를 둔 실험들이 있어왔고, 이렇게 팀으로 플레이를 한 결과 계속해서 AI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파워가 AI에 의해 증강된 것이다.
# 인간과 AI의 태그팀 플레이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노동시장은 '인간 vs. 기계의 경쟁 체제'라기보다는 'AI를 아는 인간 vs. AI를 모르는 인간의 경쟁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장본인은 결국 인간이 될 수밖에 없거니와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각자만의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기에 이를 결합한다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논문 또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페이퍼를 마무리하고 있다.
The complementarity between humans and machines documented in this study also provides guidance about how humans can adapt to survive and thrive in the age of machines. For example, reforming education and professional training to strengthen soft skills and creativity can help human professionals to better prepare for the incoming future.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시나리오에서건 간에 절대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AI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