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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Dec 04. 2022

'포기하면 편해'라는 생각의 오류

밖에서 보기에 증권사 프론트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혈기왕성하고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삶의 태도다. 나는 모름지기 프론트에 있다면 프론트라인, 즉 전쟁터의 최전방에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커리어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것이라면 말 그대로 좀 뒤로 빠져주는 게 프론트라는 조직 전체를 위한 최소한의 양심이지 않을까.


이러한 패배주의가 무서운 이유는 게임을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스스로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새 사람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있다. 그런데 사실 축구를 비롯한 모든 게임은 8할이 기세다. 손자병법에서도 이러한 세(勢)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세가 눌리면 이미 절반은 지고 들어간 게임이다. 전쟁을 나가면서도 군사들의 사기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조직에 있어서 패배주의가 더 치명적인 이유는, 이것이 전염병과도 같아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의 어느 순간에서나 기세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겁을 먹고 '안 되면 어떡하지?' 혹은 '포기하면 편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그러한 그릇된 생각을 고쳐먹고 돌파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거나 혹은 아예 깨끗이 포기하고 자리를 내주거나. 


안 되는 것에는 분명 안 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찾을 생각을 해야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실 포기는 오만함과 동치다. 본인이 모든 것을 다 해보았는데도 안 된다고 오만하게 생각한 결과가 바로 포기이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에서 퀀트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커져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답은 하나다. 그것은 바로 포기한 사람이 오만하기 짝이 없다는 것.

글로벌 헤지펀드 순위: 갈수록 커져가는 퀀트의 위상


자신의 모델로 금융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돈을 벌어와야 하는 퀀트에게 있어 이러한 패배주의는 정말로 최악이다. 왜냐하면 퀀트의 모델에는 끝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 먹혔던 모델도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치열하게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나 금융시장은 절대 정태적이지 않으며 항변하는 존재다. 이러한 시장의 다이나믹스 때문에 과거에 만들어놓은 퀀트 모델이 영원불변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이러한 퀀트 비즈니스의 속성을 고려해볼 때, 포기한다는 것, 즉 공부를 멈추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그저 안일함에 빠져 지내려는 것 자체는 퀀트에게 있어서 스스로 단두대에 올라가는 꼴이다. 어차피 포기한다고 한들 시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쾌재를 부를 것이다. 브라보, 경쟁자가 한 명 더 줄었군!


따라서 퀀트가 될 생각이라면 쉽게 포기할 생각은 덮어두어야 한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사실 포기할까라는 생각은 오만함의 결과다. '나의 데스 밸리가 이 정도면 끝나겠지'라고 오만한 희망을 했기 때문에 그 시점 이후에도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망(亡)하지 않으려면 망(望)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포지션과 사랑에 빠지면 망(亡)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이 거만한 망(望)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망(望)하기 때문에 결국 망(亡)하는 것이다. 망(望)하면 망(亡)하는 이유는 그 망(望)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포기하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과 기분을 앞세워 무턱대고 망(望)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시장을 대할 때나 모델을 만들 때나 객관적이고 차분한 태도를 견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멘탈이 붕괴되어 패배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포기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이 들 때,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김계란 형님의 주옥같은 명언을 매일매일 되새김질하며 더디더라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포기할까라고 생각될 때, 생각하지 마십시오. 생각하는 순간, 그 충동은 급속도로 확산됩니다. 이루지 못할 것 같을 때, 계속 나아가십시오.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포기한 게 아니라 포기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거야. 그 사람들이 너한테 할 수 없다고 할 때, 그 븅신들이 대체 누구인데? 그 븅신들이 네가 해낼 수 없다고 할 때 믿지 마. 너는 끈기를 가져야 돼.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시작도 해보기 전에 미리 포기하지 마세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고 그때도 안될 때 그때 마음을 편히 내려놓으세요.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기 전에 포기하지 마십시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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