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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Dec 08. 2022

'어쩔 수 없어'라는 생각의 오류

'같이 일하는 팀원이 아주 고문관이에요.'

'올해는 시장이 안 도와줘서 어쩔 도리가 없네요.'

'리스크가 승인을 안 해줘서요.'

'윗분들이 퀀트를 이해를 못 하세요.'

'저희 회사는 너무 보수적이에요.'


위에 있는 말들을 뭉뚱그려서 전부 뭐라고 할까?

그렇다. 바로 '핑계'다.

이렇게 남 탓, 시장 탓, 회사 탓만을 하다 보면 발전이 없다.


남 탓, 시장 탓, 회사 탓을 하는 이유는 나는 잘하고 있는데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 혹은 세상이 도와주지 않아서라고 푸념을 하는 것에 불과한데, 하지만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자기 자신 때문이다. 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이고, 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팀의 누군가가 손실을 내고 있어도 그것을 메꿔주지 못하는 것이며, 내가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허락해 주지 않는 것이다.


만약 내가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매우 많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다른 회사로 내가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설득해서 새롭게 비즈니스를 해볼 수도 있다. 혹은 아예 내가 원하는 모습과 형태의 회사를 새롭게 차릴 수도 있다. 실력만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이 고려 가능한 대안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 오로지 그것밖에 없다. 내가 현재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타자를 탓할 여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인간은 본래 천성적으로 잘되면 내 탓을 하고 잘 안되면 남 탓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 귀인 편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본성에 역행해야만 한다. 잘 되면 운이 좋아서 그랬다고 생각해야 하며, 잘 안된다면 스스로 어떤 점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반문해야 한다.


퀀트라는 방식은 아무래도 합리주의와 실증주의에 기반해 있다 보니, 나는 세상 밖에 있는 존재이며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즉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퀀트가 사용하는 모델이라는 것도 바로 제3자의 관점에서 세상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려 시도하는 퀀트의 도구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타자로만 바라보게 되면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칫 잘못하다간 주체성과 능동성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고 삶의 태도가 수동적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의 원인은 바로 나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답은 이미 나왔다. 삶이라는 것은 그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닌 개척의 대상임을 인식하는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든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야생성을 회복해야만 한다. 이러한 야생성이야말로 역설적이지만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한다. 자타분리가 아닌 자타합일의 관점에서 금융시장과 커리어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퀀트라면 모델을 다룰 때는 레이 달리오처럼 합리주의와 실증주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더라도, 때로는 조지 소로스 같이 정치철학에 기반한 행동주의로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나 미국과 다르게 아직 퀀트가 주류가 아닌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실 퀀트라는 것이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인가? 아니다. 퀀트라는 것도 기존의 전통적인 투자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람들이 그 대안을 갈망하다 보니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퀀트 또한 행동주의의 산물이며 앙시앵 레짐을 개혁하고자 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생각의 결과다. 이 생각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끌어당김의 법칙'은 바로 모든 것이 내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생각과 상상은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실체가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생각을 기반으로 현재 무엇을 할지 판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 즉,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딱 두 가지뿐이다.


"How to make it better?"

"Then, what should I do for now?"


따라서 아무리 세상이 "나는 필연적이다."를 외친다 한들, 

우리는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응수하자.

"나는 아이언맨이다. 이 새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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