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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Feb 21. 2023

2022 투자자 참교육의 해,  롱온리 자산배분을 넘어

# 분산이 안 되는 분산투자

작년 한 해는 코로나 사태 이후 투자를 갓 시작한 대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있어 가히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다. 최신 편향에 갇혀 계속 오르기만 했던 시장만을 봐왔던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대세 하락장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대세 하락장이 펼쳐지게 되면 대비를 해놓지 않은 베타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적절히 자산배분을 해놓았다고 자부하는 60/40 포트폴리오 또한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이는 베타라는 단일한 팩터만을 수익의 원천으로 가져가는 롱온리 자산배분의 전형적인 한계다. 


60/40 포트폴리오의 작년 성과 (출처: Bloomberg)


이러한 현상은 사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며 2000년대 초와 2008년, 2020년 등 글로벌리하게 하락 사이클이 도래하게 되면 언제나 반복해서 나타나는 패턴이다. 우리가 최신 편향을 극복하고 역사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 결국 베타 하나뿐인 포트폴리오

경제적으로 합리적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팩터라도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 무조건 찾아오게 되어있다. 시장의 칼라가 바뀌면서 이에 따라 시장 국면과 궁합이 맞는 팩터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베타라는 팩터 또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우상향하면서도 구현 비용이 매우 낮지만 이따금씩 시장에 공포심이 만연하게 되고 자산을 보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지게 되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처분하려 한다. 누구나 이성적으로는 장기투자를 외치지만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으며 매우 단기적인 존재들이다.


롱온리 자산배분의 문제는 겉으로는 분산투자를 표방하지만 정작 까놓고 보면 그 수익의 원천이 베타 한 가지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소위 돈 나올 구멍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종목 선정을 잘하고 마켓 타이밍을 잘 맞추면 베타가 아닌 알파를 수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누군가가 반문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운용된 실제 손익 그래프를 뽑아보면 사실 거의 모든 그래프가 지수와의 높은 상관계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기울기는 더 아래로 가파르다. 인간의 오만과 과신이 불러온 처참한 결과다. 패시브 투자 방식이 계속해서 파이를 키워올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대부분의 투자자가 액티브한 베타 플레이만을 해왔기 때문이다.




# 낮은 기대수익률의 시대

베타만을 가져가는 롱온리 자산배분이 2020년대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할인율 효과라 불리는 금리 하락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상승의 순풍 효과를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산의 이론적 가치는 이른바 자산가격 결정원리라고 불리는 단 하나의 계산기로 계산이 가능하다. 이 계산기의 분자에는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추정값이, 분모에는 이를 현재 가치로 가져오기 위한 할인율, 즉 금리가 위치해 있는데, 1980년대부터 유지되어온 40년간의 금리 하락 기조 덕분에 자산 보유에 대한 실질 수익률은 과거 우리의 기대수익률보다 훨씬 높았었다. 할인율이 내려가게 되면 미래 추정 현금 흐름이 고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분모값이 작아짐으로 인해 자연스레 자산의 밸류에이션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순풍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2008년 이후 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이미 미래의 기대수익률에 대한 여분을 현재로 전부 다 끌어다 써버렸다. 또다시 경제 침체가 도래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다시 하락할 수 있으나, 미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무모한 카드를 쓰지는 않을 거라는 가정하에 더 빠질 수 있는 금리 하락 폭은 과거 40년 동안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10년 금리의 역사적 추이 (1900-2022) (출처: 로버트 실러 교수 웹사이트)



# 투자자들의 세 가지 반응

이처럼 낮은 기대수익률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반응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낮은 기대수익률을 그저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부류, 다른 하나는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위해 더 많은 리스크를 지려는 부류, 그리고 마지막은 베타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수익 원천을 찾아 떠나는 부류인데, 이 세 번째 부류가 바로 "퀀트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퀀트는 베타에서 수익이 안 나온다고 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실망하거나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는 것인지에 대해 분노하지도 않는다. 퀀트는 그저 시장에는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그렇다면 지금 나는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떤 팩터를, 어떤 전략을 만들고 포지셔닝할까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퀀트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나오는 스니프와 스커리처럼 치즈가 다 없어지면 그저 묵묵히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난다. 헴과 허처럼 사라진 치즈를 붙잡고 늘어질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 종속될 뿐이며 이는 현재에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저 안주한 채 신세를 한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퀀트는 항상 전자를 택하고자 한다. 시장은 언제나 역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깊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대로만 하면 더 이상 치즈가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서는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 진정한 분산투자를 위하여

그렇기에 진정한 분산투자라는 견고한 성채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관점으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따지고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의 많은 퀀트들이 이미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 투자 세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전근대적 산업화 방식에 종속되어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퀀트는 세상에 수익의 원천이 되는 재료들이 지천에 깔렸다고 믿는다. 다만 퀀트는 아직 그가 가진 지식의 한계, 나아가 지혜의 한계로 인해 그것들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퀀트가 공부를 하루라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끝없이 확장시키기 위함이다. 


기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기회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없다면 그 기회는 단지 스쳐가는 바람과도 같을 뿐이다. 기회가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그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는지를 자문해보아야 한다. 월드퀀트의 창업자인 이고르 툴친스키는 그의 저서 『초과수익을 찾아서』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금융시장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새로운 정보와 정보원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알파를 발견할 기회가 무한정 존재한다는 것을 보장한다. 
(중략)
알파를 탐구하는 연구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 초과수익을 찾아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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