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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Feb 28. 2023

퀀트, 그 레버리지의 힘

# 갓오브하이스쿨

내가 즐겨보았던 네이버 웹툰 중에 갓오브하이스쿨이라는 만화가 있다. 액션, 판타지 장르물로써 주인공들이 나와서 격투 대결을 펼치는 것이 이 만화의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 만화에는 다른 만화들과는 다르게 차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여기서 이 차력(借力)이라는 것은 어떤 신수나 인물들로부터 힘을 빌려 사용하는 개념이다. 힘을 빌려주는 주체는 실로 다양하다. 손오공, 여포, 해태, 구미호 등등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캐릭터들이다. 주인공들은 이 차력을 통해 자신만의 액션을 펼쳐나간다.



# 차력 = 레버리지

그런데 사실 이 차력이라는 것은 영어로 표현하자면 레버리지(Leverage)다. 레버리지 또한 어떤 외부의 대상으로부터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은행의 도움을 받거나 하는 등의 모든 행동이 사실은 레버리지를 거는 행위다. 학습에도 이러한 레버리지의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어떤 것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과거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았던 생각을 레버리지 걸어 그것을 좀 더 발전시키는 행위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다음과 같이 이러한 레버리지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



# 퀀트는 무엇을, 누구를 레버리지 하는가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학습하여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추구하고자 하는 퀀트에게도 이러한 레버리지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어찌 보면 퀀트는 레버리지가 생명 그 자체인 직업이다. 과거에 쓰였던 수많은 논문들을 들춰보고 관념들의 계보를 기록해 나가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그들의 힘과 자원을 항상 빌려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내 책 <퀀트의 정석> 또한 개별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나는 나의 모든 정신적 스승님들로부터 내가 필요한 것들을 전수받고 이를 내 식대로 새롭게 재해석해 나만의 퀀트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메가스터디 일타강사 패키지마냥 나는 나의 과외 선생님으로서 소크라테스, 공자부터 데카르트와 칸트, 장 보드리야르, 다니엘 카너먼, 찰리 멍거, 앤티 일마넨, 이고르 툴친스키 등과 같은 짱짱한 일타 라인업이 있다.



# 퀀트라는 실리주의

거란족과 담판을 지어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처럼 퀀트의 기본 생각은 실리주의다. 퀀트는 도대체 왜 가치투자자와 기술적 분석가들이 언성을 높이며 서로 자기들이 맞다고 싸우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퀀트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스윽 접근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투자 아이디어를 가져와 계량적 방식으로 모델링을 한다. 


퀀트는 누가 옳냐 그르냐 같은 자존심 대결에는 관심이 없다. 금융시장에 왔으면 돈을 버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돈이 된다고 한다면 그 아이디어를 철저히 검증해 본 후 그것이 진짜로 그러하다면 그걸 그냥 가져다 쓰기만 하면 그만이다. 파이썬 언어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도 좋은 패키지가 있으면 그걸 가져다 써서 생산성을 높이자는 철저히 실리주의적 생각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공자님은 논어 술이(述而) 편에서 스물두 자의 글자로 이러한 레버리지의 힘을 역설하셨다.



삼인행 필유아사언
(三人行 必有我師焉)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擇基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이를 배워 따르고, 

나쁜 점이 있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퀀트의 도(道)는 공자의 가르침을 물려받고자 한다. 좋은 전략이 있다면 응당 이를 배워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며, 반대로 시장에서 남들이 비이성에 취해 실수를 하는 것이 보이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되새기며 묵묵히 시장의 비효율성을 수익으로 치환해 나간다. 퀀트는 세상 사람 모두에게 항상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메사끼를 잘못 사용해 계좌를 말아먹거나 시장을 항상 기가 막히게 반대로 맞추는 프로 반꿀러들에게도 우리는 배울 점이 있다. 그들의 행동 패턴에 단순히 -1만 곱하면 극강의 전략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투자 아이디어, 그 모든 것들을 계량화해 하나로 모아 강려크한 원기옥을 쏘는 것, 그것이 바로 퀀트 투자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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