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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r 28. 2023

모멘텀 팩터와 옵션 스트래들 전략

# 롱 리브 더 모멘텀!

과거 100년간 크로스에셋 모멘텀 전략의 성과 추이 (출처: QuantPedia)


모멘텀(Momentum), 즉 추세추종(Trend-Following) 전략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그 성과를 입증한 최고의 퀀트 전략 중 하나이자, 미래에도 잘 작동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왜 그런고 하니, 결국 모멘텀 전략은 우리 인간의 본성에 자꾸 반하는 주문을 내도록 설계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승률이 30%가 채 될까 말까 한 이 모멘텀 전략의 특성상 합리적인 투자를 위한 심리적 훈련이 제대로 되어있지 못하면 이러한 추세추종 매매를 지속할 수 있는 확률은 제로로 수렴한다.


최근 출연한 웅달책방에서도 나는 왜 이 모멘텀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지, 왜 투자자 대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멘텀 전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역사가 증명한 대로 이러한 모멘텀의 속성은 모든 자산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수메르 문명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선생님 말은 자고로 듣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일관해온 우리 인류의 행보를 보다 보면 금융을 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 모멘텀을 정의하는 새로운 방식, 샤프비율

모멘텀 팩터를 구현함에 있어 모멘텀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방법에는 정말 오만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여기서 소개할 방식은 바로 과거 일정 기간 동안의 샤프비율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에서 말하는 샤프비율(Sharpe Ratio)은 어떤 자산이 보여주는 성과의 안정성을 의미한다.


샤프비율은 기본적으로 분수인데, 분자에는 평균 수익률이 분모에는 변동성, 즉 표준편차가 들어간다. 결국 이 샤프비율이 의미하는 바는 위험 대비 수익률, 다시 말해 리스크를 한 단위 부담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나올 것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샤프비율은 성과 안정성의 대표적인 척도가 되며, 따라서 퀀트들은 절대적인 수익률이 아닌 바로 이 샤프비율을 가지고 전략과 포트폴리오의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샤프비율을 모멘텀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결국 과거 일정 기간 동안 자산의 샤프비율을 측정한 다음에 그 값이 높으면 많이 투자하고, 낮으면 적게 투자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 성과의 안정성이 높았다면 미래에도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며, 샤프비율이 낮았다면 미래에도 성과가 잘 안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샤프비율의 추세를 따라가는 전략이다.


다만 여기서는 샤프비율 그 자체를 베팅 사이즈로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샤프비율은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무한대에서 무한대의 값까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켈리 기준(Kelly Criterion)을 금융시장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켈리 베팅 또한 그 값이 평균 수익률 나누기 분산 값으로 정의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무한대에서 플러스 무한대의 값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실제로도 켈리 베팅 사이즈를 계산해 보면 흔들림이 굉장히 심하게 나타나는 동시에 엄청난 레버리지 비율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샤프비율을 활용해 베팅 사이즈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 샤프비율을 다시 어떤 함수에 입력하여 베팅 사이즈를 계산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 함수의 모양은 바로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아래에 보이는 CDF 함수는 우리가 학교에서 통계 시간에 배웠던 정규분포의 누적분포함수(CDF, Cumulative Distribution Function)를 의미한다.

자, 이렇게 우리가 계산한 자산의 샤프비율을 위의 함수에 투과시키게 되면 이 샤프비율은 새롭게 -1부터 1까지의 값을 가지는 새로운 변수로 매핑되며, 이 값이 바로 샤프비율에 기반한 모멘텀 팩터의 베팅 사이즈가 된다. 예를 들어, 이 값이 -1이라면 가용자금의 전부를 숏포지션에 때려 넣어야 된다는 의미고, 반대로 1이라면 100% 롱 포지션을 잡으면 된다. 이 베팅 사이즈는 매일매일 변경되므로 우리는 전날 베팅 사이즈의 차이분 만큼을 조정하여 트레이딩을 한다.



# 금융공학으로 모멘텀 바라보기: 옵션 스트래들 전략

샤프비율을 활용해 모멘텀 전략을 설계한 경우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샤프비율 모멘텀이 전통적 금융공학과 모종의 이론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는 나아가 이러한 이론적 접근을 통해 모멘텀 전략이 언제 수익이 되고 언제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샤프비율로 정의한 모멘텀 팩터는 옵션 스트래들 매수 포지션의 델타를 정확히 복제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옵션 스트래들이란 행사가가 동일한 콜 옵션과 풋 옵션을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거래하여 변동성 움직임에 베팅을 하는 전략이다. 모멘텀 전략은 이 옵션 스트래들 포지션의 델타를 실시간으로 복제한다. 왜 그렇게 되냐고? 지금부터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옵션 스트래들의 델타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결국 옵션 스트래들이란 동일 행사가의 콜 옵션과 풋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옵션 스트래들의 델타 또한 콜 옵션 델타와 풋 옵션 델타를 더한 값이다. 결국 아래 나와 있는 두 옵션의 델타를 더하게 되면 옵션 스트래들의 델타를 구할 수 있다.


짜잔~ 옵션 스트래들의 델타가 완성이 되었다. 

어라, 그런데 갑자기 이 모양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이 데자뷰가 일어난다. 그렇다. 아까 샤프비율로 구했던 베팅 사이즈를 만들어내는 함수랑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옵션 스트래들 델타에는 누적정규분포 함수에 d1이라는 값이, 베팅 사이즈 함수에는 샤프비율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만약 이 두 값이 같다고 한다면 모멘텀 전략이 베팅 사이즈와 옵션 스트래들의 델타가 같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진짜로 그렇게 되는지 전개해 보자.


우선 옵션의 행사가를 T 기간 이전의 주가, 무위험 수익률은 0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블랙숄즈 옵션 모델의 세팅대로 주가가 기하 브라운 운동을 따른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d1을 샤프비율로 근사화시킬 수 있다. 결국 옵션 세상에서 말하는 이 d1은 트레이딩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면 샤프비율이 되며, 또한 통계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것은 결국 스튜던트 t-분포(Student's t-distribution)의 t-통계량(t-statistic)이 된다.

이러한 간단한 전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모멘텀 팩터가 사실은 옵션 스트래들과 페이오프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를 통해 우리가 모멘텀 전략이 언제 작동을 하고 언제 그렇지 않은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옵션 스트래들 매수 포지션은 언제 돈이 되고 언제 돈이 되지 않는가? 그렇다. 해당 포지션은 변동성이 폭발하면서 추세가 있는 장에 먹히는 전략이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변동성이 죽어있는 횡보장에서는 옵션 스트래들 매수가 단지 비용만 지불하고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멘텀 전략도 마찬가지다. 모멘텀 전략도 추세가 크게 나오는, 즉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잘 작동하며, 반대로 변동성이 낮은 횡보장에서는 빈번한 손절로 인해 계속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퀀트 영역에서는 주식 시장이 하락장일 때 주식 베타 포지션과 같이 가져가면 좋은 전략들 중 하나로 모멘텀 팩터를 꼽는데, 위의 논리를 곱씹어 본다면 왜 이러한 말이 이치에 맞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게 되면 사람들의 공포심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멘텀 팩터는 변동성 상승으로 수혜를 입는 전략이기에 모멘텀은 주식 베타의 테일 리스크를 경감시켜줄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멘텀 전략과 옵션 스트래들 포지션은 같은 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릇 관점을 달리할 때 같은 대상이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법이다. 궁즉통(窮卽通), 즉 궁극에 달하면 통하게 된다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며, 팩터와 금융공학은 이렇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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