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멘텀 팩터와 옵션 스트래들 전략 Review
샤프비율로 정의하는 모멘텀 팩터는 결국 옵션 스트래들 매수 포지션의 델타를 정확히 복제해내는 전략이었다. 그렇기에 모멘텀 팩터는 옵션 스트래들 매수 포지션과 마찬가지로 추세가 크게 나는 변동성 장세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며, 반대로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죽어있는 횡보장에서는 계속해서 전략의 캐리 비용만을 지불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추세라는 것은 단기간에 폭발성을 띠는 경향이 강하며 그렇기에 모멘텀 팩터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한다. 전설적인 추세추종 트레이더들의 승률이 30%가 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며, 그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승률이 아닌 추세가 났을 때 그 추세를 전부 향유하는 엄청난 손익비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세월 동안 그 성과와 생존력을 증명해온 이 모멘텀 전략은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모멘텀은 인간의 비이성성이 깃들어 있는 모든 자산군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모멘텀 팩터는 당연히 크립토 시장에서도 꽤 잘 작동한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주요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과연 모멘텀 전략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었는가를 백테스팅해볼 것이다.
# 변동성 컨트롤을 위한 도구, 변동성 타겟팅
하지만 모멘텀 전략을 실제로 구현하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내 포지션의 변동성, 즉 위험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어떠한 전략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이다. 위험 관리에 대한 방안을 미리 세팅해 두어야 하는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우리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상 엄청난 수익률 그 이면에는 엄청난 위험을 테이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시장에서 리스크(Risk)와 리턴(Return)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인식 없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레버리지를 가져가게 되면 시장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 순식간에 파산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파산이란 계좌가 전소되는 물리적 파산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는 투자를 지속할 수 없는 심리적 파산 상태를 뜻한다. 심리적 파산 상태가 되면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게 되는 순간 금융시장이라는 링 위에 흰 수건을 던지고 포기하게 된다. 투자라는 것이 항상 지속해야 하는 성질의 것임을 상기시켜 볼 때, 이러한 심리적 파산 상태에 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심리적 파산상태에 처하게 되면 이는 결국 그 순간에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음 번 큰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는 점에서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변동성 타겟팅(Volatility Targeting)은 자기 포지션을 관리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견고한 방법론이다. 변동성 타겟팅에 기반한 투자 가중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현재 변동성 수준과 내가 목표로 하는 타겟 변동성 수준이다. 분자에는 목표 변동성이, 분모에는 시장의 현재 변동성이 들어간다. 결국 이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크면 베팅 사이즈를 자동적으로 줄이고, 반대로 시장의 변동성이 잦아들면 자연스럽게 베팅 사이즈가 증가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내 포지션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1980년대 있었던 터틀 트레이딩에서 윌리엄 에크하르트와 리처드 데니스 또한 ATR이라는 기술적 지표를 활용하여 시장의 변동성에 반비례하는 베팅 사이즈로 플레이할 것을 가르쳤는데 이 또한 변동성 타겟팅 모델과 같은 논리를 공유한다.
물론 이러한 변동성 타겟팅 방법을 레버리지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목표로 하는 변동성 수준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낮다면 변동성 타겟팅은 오히려 엄청난 레버리지를 테이크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가령 시장의 변동성이 10%인데 나의 위험 감내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목표 변동성을 20%로 설정하게 되면 변동성 타겟팅에 의한 투자 가중치는 200%가 된다. 결국 이 변동성 타겟팅은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보수적인 위험 관리의 도구가 될 수도 아니면 반대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도록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투자자가 스스로에 대한 메타인지를 잘 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 또한 앞에서 본 것처럼 모델은 한 가지 정답만을 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투자 목표와 투자 성향, 심리 상태, 환경 등 매우 주관적인 요소들이다.
# 비트코인 모멘텀 전략 백테스팅
자, 이제 앞에서 다룬 1) 샤프비율 모멘텀과 2) 변동성 타겟팅을 결합하면 현재 시점에서 내가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에 내 전체 자금의 얼마만큼을 투자해야 될지를 계산할 수 있다. 가령 샤프비율로 계산한 베팅 사이즈가 0.5, 변동성 타겟팅에 기반한 베팅 사이즈가 0.5라고 한다면 우리의 최종 베팅 사이즈는 이 두 값을 곱한 0.25, 즉 25%가 된다. 결국 이 값은 비트코인의 모멘텀과 변동성 수준을 모두 고려하여 모멘텀은 취하면서 비트코인의 변동성 수준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춰주게 된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구현한 비트코인 모멘텀 전략의 백테스팅 결과는 아래와 같다. 여기서 거래비용은 시장가 주문을 냈을 때 3 호가 정도를 잡아먹는 슬리피지가 발생한다고 가정하였다. 백테스팅 결과 해당 전략의 샤프비율은 1.68, 연평균 수익률은 7.1%, 변동성은 4.3% 그리고 MDD는 6.3%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개별적인 팩터 전략의 샤프비율이 1이 넘으면 해당 전략은 굉장히 좋은 전략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서의 목표 변동성은 5%이기 때문에 해당 전략의 변동성은 그 목표 변동성에 근접하게 된다. 물론 수익에 대한 욕심이 나서 목표 변동성 수준을 높이면 수익률과 변동성, MDD는 그만큼 비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결국 위험과 수익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멘텀 전략은 인간의 비이성을 먹으면서 성장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뇌 구조가 ChatGPT처럼 0101로 바뀌지 않는 한 미래에도 작동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멘텀 전략을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금융시장에 뛰어들기에 앞서 제대로 된 심리적 훈련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라는 것은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싸움이고, 그렇기에 투자는 사실 공부, 운동, 독서 등을 비롯한 삶의 모든 것들에 적용되는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똑같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지와 실천의 괴리 때문이다. 그저 본능대로만 산다면 이러한 괴리를 극복하는 것은 굉장히 요원하다.
모멘텀 팩터를 실천하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이유는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심리적 장애물들이 전략의 곳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대로 모멘텀 전략의 승률은 채 30%가 될까 말까다. 이 말인즉슨 10번 트레이딩을 하면 7번 이상을 손실을 본다는 이야기다. 횡보장에 있을 때 모멘텀 전략은 계속해서 손절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두려운 인간의 뇌는 쉽사리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장애물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추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후행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멘텀은 추세가 지속되고 있을 땐 정말 신이 난다. 릴리리리~ 릴리리리~ 니나노~ 문제는 그다음이다. 추세라는 것은 당연히 끝이 있는 것이고 그 추세의 끝에는 변곡점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모멘텀 전략은 후행성 때문에 이 변곡점에서 당연히 손실을 보게 된다. 추세의 끝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멘텀 전략은 기존에 벌어놓았던 수익의 어느 정도를 다시 시장에 뱉고 빠져나온다. 다시 말해, 이는 마치 시장에서 한 판 잘 놀다가 깨평을 쥐여주고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우리의 심리적 계좌에는 전 고점의 수익 수준이 찍혀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전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놓고 나와야 추세가 없는 장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와 다음 번 판을 준비할 수 있는데 절대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해바라기씨가 가득 든 우리 안에 햄스터가 들어가 두 볼을 빵빵하게 채우게 되면 몸집이 커져서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지막 장애물은 바로 모든 전략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FOMO다. 횡보장에 있을 때 모멘텀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그런데 이때 옆에 있는 친구가 테마주로 화끈한 수익률을 올리게 되면 당연히 배가 아플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전략을 지속할 힘을 잃게 된다. 모든 사람이 가치투자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밸류 트랩에 걸리기 때문이며, 모멘텀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도 어느 순간 횡보장은 찾아오기 때문이다.
터틀 트레이딩을 만든 일명 피트의 왕자라 불렸던 리처드 데니스가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이유 또한 투자 혹은 트레이딩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전략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투자가 시장을 이겨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겨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우리의 트레이딩 규칙을 신문에다 공개해도 따라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하죠.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자제력이거든요. 우리가 터틀에게 가르친 규칙에 버금가는 규칙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자신들이 세운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죠.
- 리처드 데니스, 터틀들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