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X 지수와 VIX 선물
우리가 흔히 '공포 지수'라고도 알고 있는 VIX 지수는 주식 시장의 내재 변동성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이자, 여러 트레이딩 전략이나 헤지 전략, 그리고 시장 국면 분석에 자주 사용되는 도구이다. 이 VIX 지수는 주식 시장의 실제 변동성인 실현 변동성을 수치화한 것이 아니라, 옵션 시장에서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미래 변동성 수준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 VIX 지수는 결국 상품이 아닌 지수(Index) 그 자체이기에 만약 우리가 내재 변동성의 등락을 예측하여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해도 이 지수에 직접적으로 돈을 태울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VIX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 VIX 선물(VIX Futures)을 거래해야 한다. 이 VIX 선물은 미국의 파생상품 거래소 중 하나인 CBOE에 2004년부터 상장이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변동성 관련 ETF, ETN들인 VXX나 VIXY 같은 상품들도 사실은 이러한 VIX 선물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들이다.
# 변동성 기간구조
모든 종류의 선물이 당연히 그렇지만 이 VIX 선물 또한 선물의 만기에 따른 기간구조(Term Structure)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이는 VIX 지수라는 동일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선물의 만기에 따라 각 선물들의 가격은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CBOE에 상장되어 있는 모든 VIX 선물들을 만기에 따라 줄을 세워보면 아래와 같은 곡선을 그릴 수가 있는데 우리는 이를 VIX 선물의 기간구조(VIX Futures Term Structure)라고 부른다.
선물 기간구조의 모양은 당연히 매일매일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기간구조는 크게 두 가지, 콘탱고와 백워데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콘탱고(Contango)는 선물 기간구조가 우상향하는 시장 상황을, 반대로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은 선물 기간구조가 우하향하는 시장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물 기간구조의 모습은 기초자산이 가지고 있는 특성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에 따라 계속해서 바뀐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VIX 선물의 기간구조는 일반적으로 콘탱고의 모습을 띈다. 금리 기간구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단기보다는 장기가 더 큰 위험을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테일 리스크 이벤트가 발생하여 주식 시장이 급락을 하게 되면 VIX 선물 기간구조는 단기가 오히려 폭발해버리는 백워데이션 시장으로 전환된다. 우리는 이러한 VIX 선물 기간구조를 활용해 내재 변동성에 대한 캐리 전략을 설계해 볼 수 있다.
# VIX 프리미엄과 내재 변동성 캐리 전략
우선 선물이라는 상품은 그 상품의 특성상 만기에 도달하게 되면 무조건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무위험 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물 시장에서의 캐리 전략은 바로 이러한 선물의 특성을 활용해 선물시장에 내재된 캐리(Implied Carry)를 추출해 내는 전략이다. 이러한 선물 기간구조에 녹아있는 캐리 전략은 주식, 금리, 외환, 원자재 등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내재 변동성 캐리 전략을 구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콘탱고 시장이라면 VIX 선물 숏 포지션을 가져가면 되고, 반대로 백워데이션 시장이라면 VIX 선물 롱 포지션을 가져가면 된다. 시장 상황에 따른 포지션을 구축한 다음에 만약 만기 혹은 롤오버 시점까지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즉 기간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해당 포지션으로부터 캐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간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래 그림과 같이 선물 가격은 점점 현물 가격으로 수렴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채권 시장에서의 롤다운 전략(Roll-down Strategy)과도 흡사 비슷하다.
아래의 그래프는 만기 3개월짜리 VIX 지수와 그냥 일반 VIX 지수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우상향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차이가 양(+)의 값을 가지며, 이때 VIX 선물 기간구조는 콘탱고가 된다. 하지만 이따금씩 이 값은 급격히 하락하여 음(-)의 값을 보이는데 이런 경우가 바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여 단기 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이다. 이때 선물의 기간구조는 당연히 백워데이션으로 전환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VIX 선물 기간구조가 계속 콘탱고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VIX 선물 시장의 특성상 당연히 VIX 선물에 대한 숏 포지션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합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콘탱고 시장을 보이는 VIX 선물 시장에서 롱 포지션을 취하게 되면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지속적인 손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에 우리가 우려하던 테일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VIX 선물에 대한 숏 포지션은 변동성 폭발에 따른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러한 손실 규모는 몇 년에 걸쳐 쌓아놓았던 수익을 싸그리 날려버리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옵션 매도 포지션은 이런 상황에서 처참히 박살이 나며, 일반적으로 옵션 매도 전략이 '기찻길 위에서 동전 줍기' 전략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짤짤이로 동전을 줍다가 다가오는 열차에 치여 한 방에 가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8년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볼마게돈(Volmageddon)이라고 불리는 사건이었는데, 이 볼마게돈은 2018년 2월 5일 장중 하루 만에 VIX 지수가 18.4볼에서 37.3볼로 두 배 이상 폭등하는 이벤트였다. 이러한 엄청난 변동성 쇼크로 인해 당시 VIX 지수 숏 포지션으로 변동성 캐리 수익을 추구하던 XIV라는 ETN은 100불이었던 가격이 하루아침에 6불이 되어 결국 상폐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ETN의 발행사가 크레딧 스위스였네...)
# 내재 변동성 캐리 전략이 가미된 주식 베타 포트폴리오
여기서 소개할 내재 변동성 캐리 전략은 이러한 내재 변동성의 성질을 활용하되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트레이딩 전략이다. 또한 우리는 여기서 이 전략을 단순한 주식 베타 전략과 결합했을 때 그것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는지도 한 번 검증해 볼 것이다.
우선 VIX 선물 포지션에 대한 방향은 기간구조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매일매일 기간구조가 콘탱고인지 아니면 백워데이션인지를 판단해 만약 콘탱고라면 숏 포지션(-1)을, 백워데이션이라면 롱 포지션(+1)을 취한다.
VIX 선물 포지션에 대한 방향성을 구했다면 그다음은 S&P 500 지수 선물과 VIX 선물의 베팅 사이즈를 결정하는 일이다. 여기서는 이 두 종목의 변동성을 비슷하게 만들어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동등 한계 변동성(EMV, Equal Marginal Volatility), 혹은 역변동성(IV, Inverse Volatility)라고도 불리는 횡적 배분 모델을 사용해 각각의 베팅 사이즈를 계산한다. 여기서 입력 변수로 들어가는 패러미터는 한 달짜리 역사적 변동성이다. S&P 500 지수 선물 포지션의 경우 단순한 베타 전략이기에 포지션은 계속해서 롱 포지션을 유지하며 다만 변동성에 따라 베팅 사이즈만 바뀌게 된다. 각 종목에 대한 최종적인 투자 가중치는 아래와 같은 결과를 보인다.
슬리피지는 3틱 정도 발생한다고 가정한 뒤, 해당 전략에 대한 백테스팅을 돌려보면 결과는 아래와 같이 나온다. S&P 500 지수 베타 전략과 VIX 프리미엄 전략의 샤프비율은 각각 0.6, 0.97이 나왔고, 이 둘을 결합한 최종 포트폴리오의 샤프비율은 1.04가 나왔다. 연평균 수익률과 변동성은 각각 8.8%, 14.4%, 23.3%, 그리고 14.8%, 15%, 22.5%이며, MDD는 -51.9%, -18.4%, -35%를 기록했다.
VIX 프리미엄 전략만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개별적인 팩터 전략 관점에서 이 전략은 디펜시브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꽤 매력적인 전략임을 알 수 있으며, 특히 해당 전략은 2008년과 2020년 같은 주식시장의 테일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인 테일 리스크 헤지 전략으로 작용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