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 선물 기간구조와 내재 캐리
원자재 시장은 그 시장의 특성상 현물을 거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물을 트레이딩하여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에 이러한 선물이라는 상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원자재 시장에서 거래를 한다는 것은 정말 매우 지엽적인 활동이 됐을 수도 있다.
만약 금융공학의 기초적인 부분을 공부했다면 이러한 선물에는 이른바 기간구조(Term Structure)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히 알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기서 말하는 기간구조란 동일한 기초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만기가 서로 다른 월물들의 가격이 서로 다른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간구조가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만기까지의 기간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와 보유 비용, 보유 편익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간구조의 대표적인 모습인 콘탱고와 백워데이션에 대해서는 이미 예전에 VIX 선물을 활용한 내재 변동성 캐리 전략에서 한차례 다룬 바 있다.)
일반적으로 선물 기간구조를 통해 캐리 전략을 운용한다고 하면 이러한 기간구조에 녹아들어가 있는 내재 캐리(Implied Carry), 즉 롤 수익(Roll Yield)을 수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시장의 움직임이 크지 않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선물 가격은 자연스레 현물 가격에 수렴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캐리 수익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한번 이러한 원자재 선물의 기간구조를 활용해 원자재 캐리 전략을 구현해 보자. 어떻게 해야 원자재 선물의 기간구조를 통해 구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 원자재 캐리 전략의 설계
1) 원자재 캐리 전략의 포지션 구조
우선 원자재 캐리 전략의 기본적인 스킴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평소에 시장이 잔잔하게 안정적으로 움직일 때는 원자재 현물의 보유 비용(Cost of Carry) 때문에 선물 기간구조가 콘탱고(Contango)를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원자재 캐리 전략은 단기물(F0)을 매도하고 장기물(F1~6)을 매수하는 포지션을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시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경우 롱숏 포지션의 현물 수익률은 거의 상쇄되고 안정적인 롤 수익을 수취해나갈 수 있다. 여기서는 BCOM Index 스케줄에 맞는 최근월물(F0)을 매도하고 그로부터 3개월 뒤의 월물(F3)을 매수했다.
문제는 갑자기 시장에 충격이 발생해 커브가 뒤틀려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으로 피벗하는 경우다. 커브 앞쪽이 들리게 되면 숏 포지션을 구축해놓은 단기 쪽에서는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선물 기간구조는 장기 쪽보다 단기 쪽의 현물 동조화 현상이 더 빠르게 발생하기 때문에 변동성 또한 장기 쪽 변동성에 비해 단기 쪽 변동성이 더 크다.
따라서 백워데이션 현상의 발생으로 인한 시장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백워데이션 발생 시 롱숏 포지션의 변동성을 동일하게 맞춰주어 최대한 베타, 즉 시장 위험을 헤지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는 이를 시장 중립(Market Neutral) 혹은 베타 중립(Beta Neutral) 포지션이라 표현한다. 여기서는 1개월 변동성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만약 시장이 콘탱고 상황이라면 캐리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롱숏 포지션의 변동성보다는 명목 금액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현금 중립(Cash Neutral) 포지션을 취한다.
2) 원자재 유니버스
원자재 캐리 전략 구현을 위한 원자재 유니버스는 다음과 같이 미국에서 거래되는 20개 종목이다.
에너지: WTI, 난방유, 천연가스, 가솔린
금속: 금, 은, 구리
곡물: 옥수수, 대두, 대두유, 대두박, 캔자스 밀, 시카고 밀
소프트: 설탕, 면화, 커피, 코코아
가축: 육우, 생우, 돈육
3) 롤오버 기준
여기서는 BCOM Index의 롤오버 기준을 그대로 따른다. BCOM Index의 롤오버 기준은 매달 6영업일부터 10영업일까지 5일간 20%씩 롤오버를 진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원자재 펀드들은 이때에 맞춰 차근월물로 롤오버를 진행한다. 물론 BCOM Roll 보다 앞서 미리 롤오버를 하는 Pre-Roll(1영업일~5영업일)도 있으며, 그 이후에 롤오버를 하는 Post-Roll(11영업일~15영업일)도 존재한다.
원자재 시장은 그 시장의 특성상 롤오버를 제때 하지 않으면 인생의 난이도를 극악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현물 인수도(Physical Delivery)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피하고자 이러한 롤오버 기간에 맞추어 주기적인 포지션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롤오버 기간에 발생하는 쏠림 현상을 역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원자재 밀집(Commodity Congestion) 전략 또한 존재한다.
4) 포트폴리오 가중치 결정
각각의 원자재 종목에 대한 원자재 캐리 전략을 구현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전략 수익률의 다발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최종적인 포트폴리오로 완성해야 할 차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포트폴리오 배분 방식의 양대 축인 횡적 배분 모형과 종적 배분 모형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가져다주는 역변동성 모형, 즉 변동성 패리티 모형과 5% 변동성 타겟팅 방식을 사용하였다.
# 원자재 캐리 전략의 결과
위의 과정을 걸쳐 구현해낸 원자재 캐리 전략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샤프비율은 0.91로 단일 전략으로는 꽤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는 전략이다. 원자재 캐리 전략이 글로벌 IB들의 전략 카테고리에 언제나 안방마님처럼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또한 원자재 시장에서는 원자재 모멘텀 전략과 원자재 캐리 전략의 궁합이 특히 좋은데, 그도 그럴 것이 변동성이 낮고 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캐리로 벌지만 반대로 최근 3년 같이 전쟁 및 인플레이션으로 얼룩진 대혼돈의 카오스에서는 모멘텀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그야말로 안티티티티~ 프래질~ 프래질~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멘텀과 캐리의 근월물 포지션 방향이 서로 반대인 경우가 많아 실제 주문을 낼 때에는 네팅을 칠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 또한 절약하여 알껌바(이거 알면 최소 30대) 같은 이른바 꿩 먹고 알 먹고를 즐길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원자재 시장에서 퀀트 전략을 발견해 운용하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