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이라는 사업

by 퀀트대디

트레이딩은 결국 사업을 영위하는 일이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헛된 생각을 품고 시장에 뛰어든다. 무슨 생각이냐? 열심히 공부해서 올바른 지표를 찾거나 효과적인 전략을 발견하기만 하면 결국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하는 듯한 사례들이 넘쳐난다.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스크린샷이 도처에 널려 있고, 백테스트 결과는 대개 굉장히 매끄럽다. 또 SNS를 보면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는 것이 매우 흔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굉장히 가혹한 곳이다. 초보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교훈은 뛰어난 지표를 개발하거나 최신 머신러닝 모델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트레이딩이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트레이딩을 일확천금을 위한 베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하나의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카페를 차리거나, 치킨집을 차리는 등의 그러한 사업 말이다. 트레이딩은 다른 어떤 종류의 사업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기대치와 철저한 위험 관리, 인내심, 그리고 경쟁 가능한 영역에 대한 명확한 이해 즉, 메타인지가 필요한 분야다.


이런 사고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초보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대부분이 능력이나 노력 부족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트레이딩을 시작하고,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트레이딩의 불확실한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이 되어 술을 처음 배울 때 잘못된 방법으로 술을 배우면 나중에 큰일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대부분이 위험 감내 수준을 과대평가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시장이라는 링 위에 처음 진입한 사람은 더닝-크루거 효과에 따라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시장의 철퇴를 제대로 맞기 전까지 이러한 오만함은 지속된다.


이러한 편향은 2008년 이후 제대로 된 약세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시대의 투자자들에게 광역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가격이 상승하고 매번 조정이 짧은 수준으로 마무리되면, 사람들은 꽤나 큰 낙폭 또한 호기롭게 감수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장기 평균 수익률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30%, 심지어 50%의 하락 또한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의 손실폭을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 상황을 직접 겪어 보는 것 간에는 아주 현격한 차이가 있다. 또한 평균 수익률이라는 통계적 함정은 이러한 착각을 증폭시킨다.


손실폭은 단순히 화면 속의 숫자가 아니다. 이는 자신감과 의사결정의 퀄리티, 수면, 그리고 일관성 유지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기간의 손실폭은 아무리 탄탄한 전략을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로 하여금 그 전략이 이제는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스프레드시트 상에서는 덤덤하게 감당할 수 있어 보이는 정도의 손실도 막상 실제 상황이 되면 견디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개인 투자자에게 있어 이 문제는 자본이 개인 자산 그 자체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전문적인 펀드 매니저나 프랍 트레이더는 규율이 있는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고 커리어적 위험을 고려해야 하며 또 리스크 부서에서 부여한 외생적인 각종 제약 조건 하에서만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 관리의 레이어가 다소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저축한 돈, 미래 지출 계획, 그리고 정서적 에너지를 온전히 걸고 트레이딩에 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손실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계좌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실제 삶을 대변하기 때문에 그만큼 심리적 압박감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초보자들이 종종 간과하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낙폭 발생 이후 회복에 걸리는 기간이다. 성과가 부진한 시기는 언제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만약 2~3년 동안 힘든 시기를 겪는다면, 이는 단순히 수익 곡선상에서의 실망스러운 한 줄에 그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암흑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기에 마치 수년간 실직 상태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거대한 수익을 올리겠다는 야망보다는 엄격한 위험 관리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이유다.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기 전에, 초보 투자자는 먼저 심각한 손실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놓아야 한다. 전설적인 트레이더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포지션 사이징, 분산 투자, 익스포져 관리, 그리고 자본 보호 등은 트레이딩에서의 부차적인 주제가 아니다. 이것들이야말로 트레이딩의 근본이자 기초다.



# 위험 관리, 트레이딩의 진정한 토대

초보자와 숙련된 프로 트레이더 간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리스크에 대한 사고방식이다. 주식을 처음 시작한 초보자들은 대개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전략이나 모델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프로들은 먼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 잠재적 수익은 그 다음이다. 왜냐?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번영을 위한 선결조건은 바로 생존이기 때문이다. 생존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번영을 논할 수 있다.


매력적인 잠재 수익률을 가지고 있지만 통제 불가능한 익스포져를 요구하는 전략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 하더라도 장기간의 손실 구간을 경험할 수 있다. 30번 연속 지더라도 계속 게임을 지속해나가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트레이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의 다각화는 트레이딩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트레이더들은 단일 자산, 단일 전략에만 의존하기보다 시장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자산군과 섹터, 종목, 전략들을 조합한다. 예를 들어, 모멘텀 전략은 추세장이 뚜렷한 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평균 회귀 전략은 횡보하는 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캐리 전략을 통해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굉장히 조용한 장에서도 수익의 기회는 발생한다. 전략 다각화 없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공격수 11명만 가지고 축구 경기를 뛰는 것과도 같다.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바로 헤징이다. 간단히 말해, 헤징은 포트폴리오의 어떤 부분이 손실을 경험할 때 이를 커버하기 위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포지션을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헤징의 목적은 손실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불리한 시장 변동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있다. 가령 테일 리스크 헤지 전략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산 투자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대표적인 위기 헤징 전략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장에 진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안티프래질적인 비상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생존의 도구가 결국엔 번영의 도구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 트레이딩을 사업처럼 대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그렇다면 트레이딩을 사업처럼 대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트레이딩 자본을 오락용 자금이 아닌 사업 자본으로 간주해야 한다. 트레이딩은 도박 혹은 복권 구매가 아니며 매출과 비용, 그리고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철저한 비즈니스 구조를 띄는 성질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딩 자본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그 어떤 사업주도 자신의 기업이 자본잠식 되는 것을 원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트레이딩의 목표는 공격적인 성향의 매매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손익비와 승률을 증진시키고 복리 효과를 통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다.


현명한 경영자는 스스로의 비용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절대로 무리한 확장을 꾀하지 않는다. 내실을 다지기도 전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카페베네의 케이스를 생각해 보자. 모든 사업에는 성장 계획에 우선해 먼저 리스크 관리 방안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트레이딩 또한 마찬가지다. 최대 수익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어떻게 하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파산 확률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지를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딩 비즈니스 또한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란 매스컴에서 다루는 트레이딩처럼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은, 아니 오히려 화려함과는 반대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이 인내심이야말로 좋은 트레이딩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촌각을 다투는 시장 속에서 모두가 조급증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을 때, 잡음을 걸러내고 시장이 전하는 메세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서두르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 조급함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눈을 멀게 할 뿐이다.


이처럼 트레이딩을 사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질문의 퀄리티 또한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최대한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지를 묻는 대신, 트레이딩을 통해 어떤 것이 달성 가능한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견딜 수 있는지, 어떻게 단계적으로 견고한 트레이딩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지 묻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는 SNS가 팔아제끼는 달콤하고 환상적인 신비의 나라 에버랜드 같은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쪽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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