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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Feb 23. 2021

알고리즘 트레이더의 하루 일과

현시대 풍미하고 있는 최고의 트레이딩 포지션은 아무래도 퀀트 펀드에서 일을 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일 것이다.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은 기본적으로 자동 매매를 수행하는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여 트레이딩 전략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언뜻 보기에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의 이미지는 그냥 삐까뻔쩍한 마법 공식을 하나 잘 개발해놓고 돈을 벌면서 하루 종일 해변가에 쉬면서 여유를 즐기는 그런 사람들로 보인다. 왜냐면 모든 것을 자동화시키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가 과연 진짜일까?


유명 퀀트 펀드 중 하나인 AHL의 퀀트 트레이딩 헤드였었던 Robert Carver는 그것은 단지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efinancialcareers에 기고한 그의 포스팅을 통해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의 하루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이 만드는 블랙박스 알고리즘만큼이나 베일에 쌓여 있던 그들의 하루 일과를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살펴보자. (Carver는 유명한 알고리즘 트레이딩 책들 중 하나인 Systematic Trading의 저자로도 알려져있다.)


07:25 출근을 위해 지하철 탑승
투자은행에 다니던 시절, 저는 제 자리에 7시 30분까지 출근을 완료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퀀트 펀드에서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직접 시장을 마주하고 매매를 수행하지 않으며, 그들의 시스템이 100% 자동화된 매매를 진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은 출퇴근 시간과 관련해서는 매우 유연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란 매우 창조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전략들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근무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지요.

08:15 사무실에 도착해서 밤사이 뉴스, 오버나잇 리스크와 전략의 손익 체크
아침에 도착해서 하는 이러한 일들은 모든 트레이딩 포지션의 공통업무일 것입니다. 이러한 업무들은 좀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 팀에서는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매일 아침마다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퀀트들에게 이러한 업무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업무 자체가 너무 이론적인 금융 모델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세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시장을 느끼고 교감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09:00 일일 스크럼 회의 (스크럼(Scrum); 상호 점진적 개발방법론)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는 퀀트 펀드에서 트레이더들은 보통 개발자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개발자들의 몇몇 업무 습관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매일 아침 스크럼 회의라는 것을 하는데, 이것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현재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어디까지의 진전을 보였는지, 그리고 우리가 현재 어떤 상황 및 단계에 와있고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는 시간입니다.

09:15 신규 데이터 핸들링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에게 있어 데이터는 체내의 혈액과도 같은 것입니다. 없어서는 안 되죠. 그런데 매일매일 새로운 데이터들은 생성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처음부터 가용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외부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들을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 적절히 입수시켜야 하고, 뿐만 아니라 입수 과정에서 잘못 들어온 데이터는 없는지 오류가 있는 데이터는 없는지를 검증하는 데이터 클렌징을 해야합니다.

10:00 고객과의 미팅
우리 회사는 매우 실력이 출중한 세일즈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트레이딩 부서의 상급 관리자로써 세일즈팀이 중요 고객을 만날때 그들에게 당사의 전략과 아이디어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항상 그들을 만나러 가야합니다. 저의 평소 옷차림은 청바지에 캐주얼한 셔츠이지만, 이럴 때 만큼은 정장을 빼입습니다. 고객들은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고 저희는 보통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고객과 소통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의 전략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으면 얻을수록, 그들의 신뢰를 얻어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11:00 전략 테스팅
데이터를 입수했다면 그 다음에 해야할 일은 그 데이터를 사용한 전략들을 개발하여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이 업무야말로 알고리즘 트레이더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스릴있으면서 재밌는 부분이지요. 수익성이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을 때의 그 짜릿함과 희열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발견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 전략이 견고함을 가지기 위해서 전략을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검증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니까요.

12:30 점심 식사
점심이 되면 저는 주로 아래층에 있는 회사 구내식당을 찾습니다. 메뉴가 매일매일 바뀌고 심지어 바도 있거든요! (물론 안타깝지만 바는 점심에 오픈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가끔 정말 바쁜 날에는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데스크에 앉아 끼니를 대충 해결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동료 트레이더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업무 시간에는 하지 못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점심 시간을 보냅니다.

13:30 리서치 페이퍼 작성
전략에 대한 생각을 더 확장하기 전에 모든 리서치들은 문서화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잘 작동하지 않는 아이디어나 전략들조차는 문서화를 시켜놓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똑같은 아이디어를 굳이 다시 해보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15:00 리서치 리뷰 미팅
몇몇 퀀트 펀드들의 경우는 업무 및 성과제도가 매우 개인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혼자서만 그것을 비밀로 간직하면서 트레이딩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속해있던 AHL의 기업문화는 협력과 정보 공유를 통해 협동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회사였습니다. 이런 기업문화는 좋은 전략은 더 개선하고 나쁜 전략은 구현되지 못하게 막아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문화에 따른 수많은 미팅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지요!

16:00 개발자와의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
모든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은 기본적으로 코딩을 할 줄 알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를 핸들링하거나 전략을 테스팅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전략을 테스팅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형태의 코드가 실제 자금을 가지고 트레이딩을 실행할만큼 충분히 견고한 상태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더는 개발자가 필요하며,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디벨로퍼 퀀트(Developer Quant)들이 실제 매매를 할 수 있도록 프로덕션 형태의 알고리즘을 짜고 그런 과정 속에서 트레이더와 디벨로퍼 퀀트는 서로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17:00 구현 관련 미팅
프로토타입의 전략을 실제 라이브 트레이딩 단계까지 끌고 오는 것은 전사적 차원의 협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프로덕션 레벨에 가서는 전략 뿐만 아니라 기술, 오퍼레이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및 기타 팀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퀀트 펀드 업계에서는 다른 전통적인 헤지펀드들과는 다르게 소위 '스타 트레이더'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체적인 트레이딩의 프로세스에서 여러 사람들의 협조와 기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8:00 퇴근길 지하철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 동안 최근 새로 발간된 논문들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꿈 속에 나타나서 나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내일은 또 어떤 전략이 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까요?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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