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팩터 모델링 #2.
# 관찰 가능 팩터를 넘어
가장 초창기의 팩터 모델링은 바로 시장에서 직접적인 관찰이 가능한 변수들을 팩터들로 보는 방법이었다. 금리나 물가, GDP 같은 매크로 지표들이 이러한 팩터들의 대표적인 예시였으며, 가장 쉽게 관찰되는 팩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외생변수를 직접적으로 팩터로 놓기보다는, 어떤 팩터를 복제하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러한 외생변수 뒤에 숨어있는 실질적인 팩터들을 찾고자 했다. 이른바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Factor-Mimicking Portfolio)이다.
# 파마-프렌치 3 팩터 모델
이러한 방법론의 시초는 바로 그 유명한 유진 파마(Eugene Fama)와 케네스 프렌치(Kenneth French)였다. 파마와 프렌치는 1993년, 그들의 전설적인 논문을 통해 파마-프렌치 3 팩터 모델(Fama-French 3-Factor Model)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윌리엄 샤프가 주장했던 전통적인 마켓 팩터인 베타 이외에도, 추가적인 두 가지 팩터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HML(High Minus Low) 팩터와 SMB(Small Minus Big) 팩터였다. 이들 각각은 우리가 현재 밸류 팩터(Value Factor)와 사이즈 팩터(Size Factor)라고 부르는 팩터들이다.
그들은 우선 수많은 주식들을 시가총액과 PBR을 사용해 총 6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었고, 이를 SMB와 HML 두 가지 팩터로 표현하였다.
이들이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 기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롱숏 포트폴리오(Long-Short Portfolio)를 구성하여 시장 속에 숨어있는 팩터의 프리미엄을 향유하겠다는 아이디어 때문이다. 이러한 팩터들은 우리가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는 없지만 롱숏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팩터들이었다.
파마-프렌치 3 팩터 모델의 참신함과 높은 설명력 덕분에 이것은 단숨에 포트폴리오 운용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론은 소위 '스타일 분석(Style Analysis)'라고 하는 분석방법의 토대를 제공하였다. 가치주니 성장주니 하는 펀더멘털 스타일의 분류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 방법론의 발전
시간이 흘러 이러한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 방법론은 팩터 모델링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널리 알려진 프레임워크가 되었다. 더불어,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옴에 따라 다른 종류의 팩터들 또한 속속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1997년 마크 카하르트(Mark Carhart)는 파마-프렌치 3 팩터 모델에다가 모멘텀(Momentum)이라는 새로운 팩터를 추가하여 카하르트 4 팩터 모델(Carhart 4-Factor Model)을 제시하기도 하였고, 2015년 파마와 프렌치는 또다시 그들의 3 팩터 모델에 수익성(Profitability)과 투자(Investment)라는 팩터를 추가하여 파마-프렌치 5 팩터 모델(Fama-French 5-Factor Model)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시장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팩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였다. 변동성(Volatility)과 유동성(Liquidity) 같은 팩터들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의 장단점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 방법론을 통해 탄생한 팩터들이 가지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연구 자료와 리서치들로 인해 해당 팩터가 왜 작동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논리적 근거들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특히나 모멘텀을 비롯한 여러 가지 팩터들의 경우에는 그 논리적 근거가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경우가 많기에 리스크 프리미엄의 존재가 장기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금융시장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군중심리나 사회심리학적 요소가 그 특성을 달리하지 않는 한 이러한 팩터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널리 알려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팩터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팩터 복제 포트폴리오의 방법론 또한 관찰 가능 팩터의 문제점과 그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즉, 팩터를 선택하는 과정이 매우 임의적일뿐더러 이 또한 팩터들 간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퀀트 펀드들의 성과가 작년 코로나 사태에 처참히 무너졌던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팩터들 간의 독립성이 존재하지 않는 포트폴리오는 모든 팩터들이 무너지는 특정 시장 국면을 마주하는 순간 좋지 못한 예후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연역적 모델링의 한계가 바로 이것이다.
Reference
1. 『Common Risk Factors in the Returns of Stocks and Bonds』, Fama, E. and K. French. (1993)
2. 『On Persistence in Mutual Fund Performance』, Carhart, M. (1997)
3. 『A Five-Factor Asset Pricing Model』, Fama, E. and K. French.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