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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분의 일 Jul 13. 2023

사랑이 희망이 되는 순간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느껴보고 싶은 순간

그분과 가졌던 만남과 사랑은 저에게 희망이 됐었다고 생각해요. 사고로 저의 삶이 전혀 다르게 바뀌기 전에는 절대 하지 못했던, 못했을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은 희망이 될 수 없었거든요. 사랑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저 스스로가 나약한 생각이라 느꼈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고로 그때의 저의 상황과 지금의 저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저에게 있어서 그분과의 사랑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그분이 다 무너져 내렸던 저의 삶에 희망을 주었던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앞으로도 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에게는 너무 소중했고 두 번 다시 겪지 못할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갖게 되는 희망을 어떻게 쓰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가졌던 희망을 저는 건강하고, 올바르게 쓰지 못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밝게 빛나고 아름다웠던 저와 그분의 관계가 점차 어둡게 변해갔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분을 만나기 전 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당시의 저에게는 정말 말 그대로 꿈도 꾸지 못했던 굉장히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성은 고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무섭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분을 만나기 전, 저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가족들의 시선조차 불편해서 저 스스로를 좁은 방 안에 가두고 저 자신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선조차 불편해서 저의 내면을 마주하지 않고 돌보지 않았어요. 그저 게임과 같은 순간의 쾌락들로 잊기 바빴던 것 같아요. 가끔씩 가장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안부전화가 와도 예전과 다르게 망가져버린 저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받지 않은 적도 많아요. 그때의 저에게는 가까운 사람들의 위로보다 오히려 저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현실을 잊기에는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그때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힘든 때였다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사고 전 저의 모습과 사고 후 저의 모습이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저는 항상 저에게 어떤 일이 생기거나, 몰랐던 저의 부족한 부분들, 문제점을 알게 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저에게 생긴 일을 해결하려고 하고, 저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고, 문제점을 바로잡으려고 했거든요. 그렇기에 사고 후 저의 상황에서 계속해서 벗어나려고 하고, 잊으려고 했던 저의 경험은 제가 다시 일어나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있어서 희망은 아무 이유 없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치기 전의 저에게 희망은 삶에 대한 욕심과 야망으로 생겼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다치기 전에 갖고 있던 나이에 대한 강박, 성공에 대한 강박도 이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사고로 긴 시간 동안 현실을 도피하고 회피하려고 했던 이유도 저의 삶에 있어서 희망이 되어주던 삶에 대한 욕심과 야망을 잃은 현실이 너무 밉고 싫었던 것 같아요. 마주하고 이겨내려 하지 않고 그저 부정만 했던 거죠. 이런 일상이 당연해질 때 그분을 알게 되었죠.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기보다는 점점 그분을 알아가면서 현실로부터 도망치기만 했던 일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도 그분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일부러 갖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저의 일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대단하고 큰일이었지만 그때 당장 바뀐 현실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분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사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제일 먼저 바꾸려고 했던 것은 아무래도 저의 망가진 몸을 먼저 가꾸기 시작한 거였어요. 2년 만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고르던 밤이 기억이 나네요. 기분이 정말 묘했던 것 같아요. 그저 휴대폰으로 옷을 사는 일조차 제가 포기했던 수많은 일상 중 하나였다고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누군가는 겨우 그 정도로 울컥했냐 물어볼 수 있지만 겨우 이 정도의 일상까지도 포기했던 제가 너무 미웠던 마음이랑 그분을 만나가면서 포기했던 일상들을 하나씩 되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던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사치라고 느꼈던 그분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저에게는 희망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 분과 만남이 오고 그분을 사랑을 하게 되었어요.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제가 놓았던 일상들을 하나씩 되찾아갔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분의 존재만으로 저의 마음속에 비어있던 공간들은 점점 채워져 갔어요. 감정의 풍요로움. 정말 오랜만의 느껴보는 아름다운 감정들의 향연이었어요. 다시는 제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밝게 빛나는 감정들은 그분의 존재와 함께 저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추었어요. 그저 옆에서 지켜만 보아도 기쁘고, 따뜻했어요.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천국이 이런 느낌일까 싶어요.


저는 그분이 계속해서 주려고 했던 희망을 받지 못했어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이미 구멍투성이의 제 마음에 아무리 희망을 주려고 해도 저에게 희망은 물 같은 것이었어요. 당장 눈에 보이긴 하지만 손으로 잡고 저의 마음속 주머니에 넣을 수 없던 거죠. 그럼에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구멍을 마주하지 않고, 막지 않고 계속해서 받기에만 급했던 것 같아요. 제 마음속 주머니에 계속 쌓이고 있는 줄 알았던 거죠. 그분과의 관계에서 항상 노력하고 배려와 존중해 주는 사람은 저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저는 받기만 했더라고요. 얼마 되지 않는 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배려와 존중을 받기만 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 글을 써 내리는 지금도 진심으로 후회하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같은 상황을 절대로 반복하고 싶지 않기에 뉘우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에 후회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어요. 저는 후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후회를 해봐야 깨달음이 있고 뉘우침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저를 바꿔가는 원동력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저는 그분이 저에게 남기고 간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요. 이 희망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저의 몫인 것을 알기에 더욱더 지금의 상황을 피하고, 잊으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떠한 감정이든 그 감정을 이성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에는 끝없는 감정의 심연 속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거든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저의 의지로 더욱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을 이성적으로 마주하고 대하는 것은 그저 감정의 심연 속에서 발버둥만 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의지로 헤엄을 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이별의 아픔도 물론 있지만 저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는 설렘이 이별의 아픔을 덜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금의 저는 감정의 심연 속에서 헤엄을 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의 단 하나 욕심 어린 바람이 있다면 감정의 심연 속을 그분과 함께 헤엄을 치고 싶어요. 혼자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말 그대로 저의 욕심이랄까요. 언젠가 그분이 저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감정들과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었던 것처럼 저도 감정의 심연 속에서 멋지게 걸어 나갈 날을 바라보며 오늘도 글을 써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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