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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l 21. 2021

[칼럼] 직장인 글쓰기는 노트에서 시작한다.

7월초 그룹 칼럼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본문에서는 노트, 수첩, 플래너를 혼용하여 사용합니다.




당신은 지금 노트를 어떻게 쓰고 있나요?

 

 이 팀장은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팀 회의를 호출한다. 최근 환경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해당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필요한 주요 업무 분장들을 이야기한다. 팀 막내인 박 매니저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이 팀장을 쳐다만 보고 있다. 이 팀장 마음 속에 불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박 매니저가 이 과제들을 다 기억할까?'

'최소한 자기 업무분장이 무엇인지 기록해야 하지 않나?'  


 역시나 이틀 뒤 박 매니저가 가져온 보고서에는 엉뚱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팀장 생각은 반영이 안 되어 있고, 자신이 조사한 몇 가지 내용만 달랑 들어가 있다. 이 팀장은 '이러면 무엇 하러 그토록 긴 시간 회의를 했나?'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왠지 팀장인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해보자.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팀장이 박 매니저를 잘 평가할 수 있을까? 직장인에게 노트는 전장의 총과 같다. 상사가 업무지시를 한다면, 회의에 참석한다면 노트를 먼저 집어 들어야 한다. 필자도 신입사원 시절 '상사를 만날 때는 항상 노트를 들고 가라'는 선배의 코칭을 받았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다이어리도 좋고,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학노트라도 좋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쓰기가 가능한 에버노트(Evernote)를 쓰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회사 PC와 모바일이 서로 연동가능한 원노트(OneNote)를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만의 노트 작성법을 가지고 있다. 기록은 기억을 앞서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성과는 노트에서 시작한다. 오죽하면 적자생존(적는 자가 살아남는다)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류현진은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포수 사인대로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 포수가 시키는 대로 던지기만 한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선수 축에 속했다. 2015년 그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이 찾아온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류현진의 야구인생이 그렇게 끝날 것이라고 했다. 30세를 넘어선 투수의 어깨 수술은 재기 성공률이 7%도 안 되는 도박이다. 수많은 천재 투수들이 어깨 부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류현진도 어깨 수술 후 구속의 저하가 찾아왔다(류현진 직구 평균 구속 144km/h, 메이저리그 직구 평균 구속 150km/h).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구속이었다. 류현진은 좌절하는 대신  경기 전날 상대팀 타자들의 경기 영상을 미리 분석한다. 각 타자들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적는다. 다음 날 볼 배합을 미리 생각하면서 적어둔다. 적고 생각하고 다음 날 경기를 미리 상상해본다. 그는 재기를 위해 그저 노트에 상대팀 타자와 볼배합을 적었을 뿐이다.  


 류현진 선수는 2019년 방어율 2.32로 메이저리그 방어율 타이틀을 차지한다. 화려하게 재기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노트를 작성하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 것이다. 그는 경기에 미리 이겨두고 나갔다. 상대팀 타자를 이미 아웃시키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류현진 선수는 2019년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8000만 달러 FA 계약을 했다. 한화로 900억 원이다. 류현진 선수는 강타자가 즐비해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아메리칸리그 동부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단축시즌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코로나 19로 힘든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2021년 현재도 뛰어난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류현진은 오늘도 노트를 쓰고 있다.  

 

 

 

 여기 전도유망한 과학자가 있다. 어느 날 연구와 글쓰기가 갑자기 막히는 일명 '블록현상'에서 좌절하게 된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마음을 지배했다. 해서는 안 되는 결심을 한다. 교수실 문을 걸어 잠그고 죽기로 한다. 유언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첫 기억부터 시작해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못난 아비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고 또 써내려 갔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3일 밤낮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그저 쓰기만 했다. 


 그는 노트를 쓰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문한 재래시장에서 깻잎을 파는 할머니의 주름살을 보면서 마음의 깨달음을 얻는다. '위대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 살아내는 것이 위대하구나.' 그 날 이후 노트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3~4일간 글을 몰아 쓰고 1~2주면 책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 이재영 교수의 이야기다. 노트 쓰기로 인생을 변화시킨 이 교수는 직장인들에게 노트를 쓰라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특히 노트에 대한 4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① 정자체로 또박또박 쓰기, ② 쓴 노트는 반드시 다시 보기, ③ 노트 처음 20%를 단숨에 쓰기, ④ 수첩을 활용하기이다. 특히 노트를 다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 중에는 노트를 쓰되 다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노트를 제대로 활용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트를 다시 볼 수 있어야 기억이 정리되고, 생각이 확장된다.   

 

[유튜브강의] 노트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이재영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g-39OF50pUw&t=18s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회화, 건축, 음악, 수학, 철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는 23세부터 죽을 때까지 4만여 장의 노트를 남겼다고 한다. 그의 천재성과 열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노트 안에서 글을 쓰는 다빈치는 천재가 아니었다. 그저 글쓰기를 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우리처럼 천재들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꼈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노력하고 노력하는 인간이었다. 노트를 쓰고 또 쓰면서 좌절을 딛고 천재적인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 빌게이츠가 350억원을 주고 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죽는 그 순간까지 노트를 썼다고 한다. 그에게 노트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기록하는 공간이었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실험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적는 기록의 공간이었다. 그에게 노트와 글쓰기는 연구를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어느 날 아인슈타인이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자, 그의 아내가 찾아 나섰다. 그녀는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노트에 글쓰기를 하면서 몰입하고 있는 아인슈타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을 문 앞에서 발견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노트 안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노트 안에서 위대한 과학자의 실험들을 해나갔다. 노트 안에서 몰입했던 것이다.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패러데이 법칙’을 발견한 천재 과학자이다. 14살 제본소 제본공이 어느 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노트를 쓰기 시작한다. 수만 페이지의 노트를 쓰면서 영국 왕실이 인정하는 천재 과학자가 되었다. 가난한 제본소 제본공도 노트쓰기를 통해 천재 과학자로 자기 혁명을 이루었다.  

역사 속의 천재들은 천재여서 노트를 남긴 것이 아니다, 노트를 쓰면서 천재가 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입사 후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는 있어도, 노트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 선배는 없었다. 그냥 회사에서 지급받은 수첩을 활용했다. 수첩에 적어야 할 일이 생기면 몇 줄 끄적거렸다. 업무용 수첩은 금세 메모로 가득 찼다. 한 해가 지나면 업무 노트는 책상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새 해가 되면 새로운 수첩이 생겼다. 다시 한 해가 반복되었다. 중요한 내용을 적어 놓은 것 같은데 어디 적었는지 찾기 어려웠다. 중요한 메모 내용을 찾느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항상 불안했다. 항상 일에 쫓겼다. 일에 필요한 정보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상사 지시는 여기 저기 적혀 있어서 놓치기 일쑤였다. 사람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경영정보도 어디 적었는지 몰라서 그냥 사라져 버렸다. 직장의 일상이 정리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안개 속에서 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 놓치는 일이 있을까봐 불안했다.


 답답해서 노트쓰기에 대해 공부했다. 우리보다 앞서간 선배들의 노트 작성법을 공부했다. 2005년부터 시작한 노트 작성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바른 노트 쓰기를 꾸준하게 하면 직장인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정보를 분류하고 관리하는 힘이 생긴다. 노트 쓰기는 직장인 글쓰기와 보고서 작성에도 도움이 된다.


 필자의 노트 쓰기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한다. 한 가지라도 당신에게 공감가는 내용이 있다면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실천하는 당신이 내일을 바꿀 수 있다.

 

첫번째, 당신만의 시간관리를 쓰라.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3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반드시 들어갈 것이 '시간관리'다.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성과를 낸다. 꾸준하게 성과를 내는 사람은 직장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시간관리 기법이 없으면서 직장생활을 잘하기 바라고 있다면 주식 시장에서 아무 주식이나 매수한 후 대박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시간관리에 대한 대가들의 조언들은 많다. 플랭클린, 라디어 캐롤의 <블랫저널>, 강규형 작가의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로타르 자이베르트의 <자이베르트 시간관리>,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백기락의 <목표달성을 위한 석세스 플래닝> 등이 내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다. 


 대가들의 시간관리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시간관리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른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꾸준하게 할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플랭클린 플래너’로 시간관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만의 방법으로 시간을 적고 관리하고 있다. 대가들에게 배워서 체득한 나만의 시간관리 방법을 공유하기로 한다.

 

 ① 월간 단위로는 큰 이벤트를 관리한다. 월간 플래너에는 디테일한 업무 내용을 적기는 어렵다. 지인 생일, 주요 정기 회의 일정, 교육 일정, 연차 계획, 외부 약속, 마감 일정 같은 큰 일정들을 적는다. 자신에게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을 적어둔다. 월간 단위로 정리한 내용은 나중에 기억을 더듬을 때 목차가 되어준다. 

 

▲ 필자의 월간 플래너 양식

 

② 주간 단위로 일상을 관리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간 단위로 업무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주 핵심 활동, 개인 주요 활동, 자기 성장에 대한 목표를 정한다. 양면에 걸쳐서 7일을 등분하여 하루 일정을 관리한다. 매주 동일하게 반복되는 내용은 미리 양식에 기입하여 출력하여 사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 필자의 주간 플래너 양식

 

③ 일 단위로 루틴과 주요 업무를 관리한다. 이제 본격적인 노트 쓰기다. 매일 한 장을 할애하여 노트 쓰기를 한다. 일 단위 노트의 왼편에는 매일 습관처럼 해야 하는 일들을 적는다. 기상시간, 독서, 건강습관, 운동, 공부, 동기부여, 매일 해야 하는 업무 같은 것들이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실행을 하면 ‘체크’하는 것다. 매일의 습관을 실천하면 완료되었다고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이다. 작은 쾌감이 있다. 소소한 중독성이 있다. 작은 실천을 했다는 만족감이 있다. 체크 표시를 하기 위해서 데일리 루틴(일일 습관)을 실천하게 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필자는 매일 20개의 데일리 루틴을 가지고 있다. 일 단위 노트의 오른편에는 여백의 공간으로 만들고,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주요 내용을 기록한다. 회의 결과, 하루 동안 내게 일어난 일, 느낀 점들을 적는다. 직장인 일기라고 생각하고 쓴다.


▲ 2005년부터 계속 써오고 있는 필자의 플래너

  

두번째, 상사와 리더의 생각을 모아서 적어두자. 


 필자 선배 중 한 분은 노트 쓰기 대가이다. 그의 수첩에는 상사들의 지시사항들이 일자별로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상사들의 지시사항에 대해서는 그 선배가 전문가였다. 상사들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상사가 대충만 이야기해도 원하는 답을 가지고 간다. 꾸준한 노트쓰기로 그 선배는 훌륭한 임원이 되었다. 필자도 상사 생각과 지시사항을 한 곳에 모아둔다. 최고 경영층의 신년사를 적어두기도 한다. 주요 경영회의에서 나온 경영층 지시사항도 모아둔다. 보고서나 스피치를 쓸 때 상사 생각을 반영할 수 있다. 


 

세번째, 업무 정보를 써두자.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업무 관련하여 평소 알고 숙지해야 하는 정보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외우고 있어야 하는 약어들은 어찌나 많은지... 입사해 보니 자동차 이름들이 프로젝트명(영문 스펠링 조합)으로 공유되고 있었다(OS, JS, TM, HR, NX4, RJ, CK, HM, BD, JF...). 생산관련 주요 용어들도 약어로 공유된다. (UPH, C/T, PDI, IQS, MH, HPV, WBS, PBS, MIP, KD…) 암호가 따로 없다. 회의 시간에 각종 약어들이 나오면 혼자만 모르는 것 같아 위축되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각종 약어들을 혼자만 모르는 것 같았다. 선배 노트를 어깨너머로 보니, 약어들을 정리를 해두고 틈틈이 참고하고 있었다. 이후로는 업무 관련 정보들을 노트에 적어두고 활용하고 있다. 


 임금체계, 그룹사 현황, 글로벌 현황, 사업계획, 주요 경영 지표 같은 필자 업무에 필요한 내용들을 ‘경영정보’란에 적어두고 활용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단순한 기억은 노트에게 맡겨라. 기록은 기억을 넘어선다. 우리는 창의적인 일에 몰입하면 된다. 보고 중에 상사가 팀에서 관리하는 '구체적인 지표'에 대한 내용을 물어본다면 수첩을 펼치고 대답하면 된다. 외우고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정보를 다 외우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정보를 관리하고 있으면 된다. (실제로는 적어놓고 자꾸 보다보면 어느새 외우고 있는 당신을 볼 수 있다.)

 


네번째, 사람쓰기를 해보자.


 사람 쓰기를 하자.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당신의 주변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두어라.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대인관계의 핵심이 되는 비밀을 공개하고 있다. '사람의 이름과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게 될 때 그의 이름과 작은 정보들만 기억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조직에서 리더이신 선배님의 노트를 소개하겠다. 그의 수첩에는 팀원 하나당 한 페이지가 할당되어 있다. 20여 페이지가 넘는다. 직원의 관심은 무엇인지, 최근 진행한 성과는 무엇인지, 가족들 이야기, 영어점수 목표는 몇 점인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팀원들에 대해 쓰고 또 쓴다. 직원들과 면담할 때면 자연스럽게 심도 깊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가 진행된다. 팀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람쓰기’를 한다.  


 사람 쓰기는 가장 기본이 되고 강력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실천하고 있지 않다. 쓰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귀찮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는다면 당신에게는 기회가 된다. 할 수만 있다면 당신만의 경쟁력이 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정보들은 기억을 해두었다가 노트에 써보자. SNS를 통해 알게 된 상대방 정보도 적어두어라. 생각보다 많이 적을 수 있어서 놀랄 것이다. 생일, 자녀 나이, 자녀 학교, 경력개발에 대한 고민, 재테크 이야기, 새로 이사 간 집에 대한 일상, 함께 방문한 식당 정보, 취미, 관심사 등 그냥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노트에 써두면 된다. 


 자! 이제 활용을 해볼 시간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거나 업무상 통화하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만의 인명사전을 펼쳐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슬쩍 훑어본다. 5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야깃거리들이 생긴다. '지난번 이사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떠냐 ‘ ’아이들은 전학 간 학교에서 잘 적응하냐‘처럼 남들이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 상대방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상대방은 나를 기억해 주는 당신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번거롭게 뭘 그런 것을 일일이 적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쓰기는 숙제가 아니다. 당신의 선택이다. 필요하다고 느끼면 즐겁게 하면 된다. 사람쓰기를 하면 만남에서도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 할 말이 많아진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나는 더 열심히 적었다. 사람쓰기를 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소중해졌다.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은 펜실베니아 대학교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얻으려면, 결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해야 한다.(To get something you never had, you have to do something you never did.)” 당신이 가져본 적이 없는 다른 사람의 관심과 이해를 바란다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아야 한다.

 


네번째, 최대한 정자체로 써라


 직장인 노트쓰기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최대한 정자체로 쓰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휘갈겨 쓴 정보는 나중에 활용하기가 어렵다. 무슨 내용인지 스스로 쓴 글을 해독하다가 지친다. 글씨에 자신이 없다면 중요한 정보들은 컴퓨터를 활용하여 입력한 후 출력해서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원노트나 에버노트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메모장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번째, 노트를 단권화하라.


 큰 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시험 준비의 핵심은 단권화 작업이었다. 여러 교과서를 이리 저리 뒤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한 권으로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한 과목당 하나의 교재로 통일하는 것이다. 여러 교과서를 시험 전까지 들고가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직장인 노트도 마찬가지이다. 한 권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한 권의 노트에 정보가 모여있지 않으면 정보찾다가 시간이 다 간다. 계속해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바인더 링을 사용하는 것도 추천해 본다. 클라우드 기반의 온라인 노트에 기록하는 것도 단권화 방법 중 하나이다. 

 


정은경의 노트는 답을 알고 있다.


  2020년 초반 코로나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패닉에 빠졌다. 2015년 메르스 (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 본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통째로 멈춰섰다. 국민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아우성쳤다.


이 때 홀연히 나타난 직장인이 있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정치적 욕심도 없이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나갔다. 메르스에서 실수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코로나 19 방역체계를 진두지휘해나갔다. 흔들리지 않는 위기 대응 리더십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그녀는 정은경 청장이다. 2020년 최고의 인물들을 꼽으라면 정은경 청장이 그 중 한 명일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정은경의 이름을 올렸다. 


 前질병관리본부장 정기석 교수는 정은경 청장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그녀의 노트를 언급한다. 정은경은 일하는 모든 것을 적는다고 한다. 보고사항, 지시사항, 지시받은 내용, 새로운 정보, 아이디어들을 적는다. 그녀의 직원들은 정 청장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트 쓰기로 인해 상사도 조심한다고 한다. 상사의 이야기가 정 청장의 노트 안에 다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경험을 끊임없이 적는 정은경 청장의 실력은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정 청장은 코로나 발병 6개월 전에  '집단감염병 대응절차' 메뉴얼을 준비해두었다. 선제적인 준비와 감염병 대응에 대한 뛰어난 그녀의 실력 배경에는 꼼꼼한 노트 쓰기가 있었다.  

 

 

이제 당신만의 노트를 쓸 시간이다.  


노트를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제 당신의 책상 위를 둘러보자. 당신이 쓰다만 노트 한 권이 있을 것이다. 노트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손만 뻗으면 적을 수 있다. 우리의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하여... 혼돈의 직장 생활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기 위해 오늘 당신만의 노트를 써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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