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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24. 2020

#6. 상사의 생각을 훔쳐라.

여섯번째 : 상사의 생각을 훔쳐라.

                        

당신이 나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반드시 나의 생각을 생각하고, 
나의 느낌을 느끼고, 나의 말을 말해야 한다.  
- 로마시대의 정치가,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대관팀 박 부장은 악필이다. 박 부장은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할 때 이면지에 대충대충 적어준다. 박 부장 메모는 해독이 필요한 수준이다. 팀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설명을 들어야 한다. 들으면서 따로 메모도 해두어야 한다. 박 부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바라는 보고서의 레이아웃과 내용이 있다. 팀원들에게 바라는 글쓰기 수준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팀원들은 박 부장의 이면지 메모를 받으면 곤혹스럽다. 암호 해독 수준이다. 팀원들끼리 모여서 박 부장 메모를 해독해나간다. 그래도 알 수가 없다. 이 때 구원투수 김 과장이 나선다. 김 과장이 메모 내용을 하나씩 해독해나간다. 동료들은 입이 떡 벌어진다. 암호전문가 뺨치는 메모 해독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김 과장은 박 부장의 메모를 해독하는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사가 시키기 전에 미리 일을 준비를 해둔다. 연말이면 회사 사업계획과 팀 사업계획을 비교 분석하여 보고한다. 적절한 시점에서 박 부장에게 필요한 경영 정보와 업무 자료를 보고한다.   


박 부장도 자신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김 과장을 신뢰한다. 항상 중요한 프로젝트는 김 과장에게 먼저 맡게 한다. 김 과장이 어떻게 한 것일까? 김 과장은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상사의 생각을 훔쳐야 한다. 


상사가 평소 무엇을 생각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상사의 언어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 나의 언어로만 쓰면 백전백패이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글쓰기를 가만히 지켜보라. 성공하는 직장인 글쓰기는 이유가 있다. 상사의 의중과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때로는 상사 생각에서 반 발짝 더 나가서 글쓰기를 한다. 상사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상사는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게 된다. 상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까지 그려오면 안이뻐할 수가 없다.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상사가 구현하고 싶은 방향이 있는데 자꾸 다른 방향으로 실무자가 그려오면 답답할 노릇이다. 그냥 '잘했어'라고 칭찬을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무자가 상사의 지시를 잘 못 알아들으면 일을 맡기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직원을 육성할 수도 있다. 차분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줄 수도 있다. 현대 사회는 바쁘다. 필자와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회사는 딱 숨 돌릴 틈 없을 만큼의 일을 조직에 부여한다는 것이다. '업무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부하직원 육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하직원들이 상사 생각에 코드를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사 지시를 명확하게 재확인하라. 이것만 해도 업무의 50%는 줄일 수 있다. '상사에게 물어보기'를 부담스러워하면 몸이 고생한다. 보고서를 다 작성했는데 상사 생각과 다르다면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한다. 상사에게 물어보는 30초가 당신의 일주일을 절약해줄 수 있다. 상사에게 가서 30초만 물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영어만 리스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보고서를 잘 쓰는 후배가 있다. 후배가 만든 보고서를 보면 일목요연하다. 논리적 흐름이 매끄럽다. 거기에다가 영어도 잘해서 영문 보고서도 잘쓴다. 후배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직속 상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깜짝 놀랐다. 평가가 좋지 않았다. 


전혀 듣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업무지시를 할 때 한참을 설명하는데 눈빛을 보면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이야기를 듣고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후배가 정리하여 온 보고서도 전혀 다른 내용이 작성되어 온다는 것이다. 시험에는 출제자 의도라는 것이 있다. 출제자 의도와 다르게 나만의 논리로 답을 작성해도 오답이다.  


글쓰기도 상사의 의도라는 것이 있다. 상사의 의도를 무시하고 나만의 논리를 전개하면 상사에게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문학작품의 글쓰기는 독자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독자가 따라온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다르다. 철저하게 상사와 소통해야 한다. 상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더 많이 들을수록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직장인의 글쓰기가 문학과 다른 점이다.  



당신의 업무수첩에 '상사의 생각' 란을 만들어두자 


평소 상사 관심사가 무엇인지 적어두자. 당신이 쓰고 있는 수첩에 몇 페이지만 할애해도 된다. 상사의 업무에 대한 철학이나 생각이 담긴 내용이라면 들을 때 마다 적어둔다. 업무 지시도 적어둔다. 한 두 줄이라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으나. 쌓이면 가치있는 정보가 된다. 상사의 생각이 온전히 담겨있는 든든한 무기가 된다.

   

필자의 상사는 유성룡의 <징비록>에서 유래한 '징비'라는 표현을 좋아했다. 수첩에 적어두었다. 보고서에 바로 쓰기는 어려운 말이었지만, 보고하러 갈 때 슬쩍 언급한다. 상사의 언어이기 때문에 상사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직장인의 글쓰기에서 난이도가 높은 것 중의 하나가 사업계획이다. 다음 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도 참고를 해보라. 반드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상사들은 상사가 좋아하는 사업계획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반복해 틀리는 문제를 줄여나간다. 이 때 유용한 것이 오답노트이다. 직장인 글쓰기에서도 오답 노트는 유용한 방법이다.  


직장인 중에는 글을 쓸 때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지적한 내용을 반복해서 틀리면 상사는 은근히 화가 난다. 처음 한 두번은 괜찮지만 계속 실수가 반복되면 '상사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꼰대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당신의 상사가 지적해준 내용을 모아라. 당신의 글에 상사가 빨간펜으로 수정을 해준 내용이 있다면 따로 모아두어라.  


보고서를 최종 검토하면서 오답노트를 흝어보라. 당신의 글쓰기에서 반복해서 실수하고 있는 내용이 있지 않은지 한번만 더 점검하라. 세심한 마무리가 명품 글쓰기를 만들어낸다.  



발상의 전환당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고마운 사람이다. 


지금 당신은 보고서를 가지고 상사에게 간다. 상사는 엄청나게 많은 지적사항을 쏟아낸다. 보고서의 작성 방향이 맞는지, 관련 자료가 적합한지, 최종 검토의견이 적절한 지를 지적한다. 상사의 지적을 들으면 '왜 미리 생각을 못했을까' 자책하게 한다. 스스로 자책한다. 식은 땀이 흐른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지적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상사의 지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지적도 관심이다. 관심이 없으면 지적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 배워서 다음에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 상사가 코칭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문다. 상사의 코칭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과장 시절에 호되게 코칭해준 임원이 있었다. 생산 프로세스를 잘 몰라서 보고서를 쓸 때마다 호되게 지적을 받았다. 그 상사 덕분에 생산 프로세스 관련 보고에 자신감이 생겼다. 당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고마운 사람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코칭을 받아라. 



상사의 생각을 훔치는 사람의 글쓰기가 성공한다 


오늘 당신은 자신만의 언어로 글쓰기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도 당신만의 고집에는 관심이 없다. 상대방의 중병보다 내 손의 작은 생채기 하나가 더 아픈 법이다. 상사의 관심사를 적어두어라. 상사의 생각을 훔쳐라. 글쓰기와 보고서에 큰 도움이 된다. 글쓰기를 잘 하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이다.



※ 필자 글과 다른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조언해주세요. 당신의 조언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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