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철 Jul 20. 2024

당신은 진정한 휴식을 하고 계십니까?

멍때리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들 멍 때린다고 하는 그 휴식을

제대로 해본게 언제였던가



서울을 벗어나 무작정 교외로 달려나왔다.

아니, 실은 교외의 어떤 장소를 추천받고 무작정 달려갔다.

나 자신과의 필담을 명분으로 냅다 1시간 반을 달려왔다.



어릴때는 왜 어른들이 산으로 강으로 떠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막상 도착해서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다.

그저 흔들리는 나무와 흐르는 물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그렇게 나도 그들처럼 하염없이 흐르는 물과 흔들리는 나무를 30분 가량 바라보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에 휘갈기고, 눈을 감고 잠깐 잠들기도 했다

아이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가 커피 내리는 향에 후각을 집중해본다.



그야말로 감각을 여는 작업을 했다.

일을 핑계로 코드를 뽑아두었던 오감에 다시 에너지를 공급한다.

막혀있던 혈이 뚫리는 기분 




이 곳을 도착해서야 진정한 휴식이 되는구나 싶다

집에서 누워있을때도, 운전을 할때도 정적을 참지 못하고 

내 스스로 온갖 시청각 자극을 때려박는다.



감각을 쉬게 하는 것이 피로회복에 필수적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하루 86,400초를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효율적으로 쓰는 것과 그 시간 내내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이 같은 뜻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어떠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해내야만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거라고 착각했나보다.



그놈의 빌어먹을 효율


아니지, 그렇다면 감각을 쉬게 하는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나 스스로 받아들이는 건가?



나 자신을 동여메고 채찍질하여 성과를 내려한다.


무언가 이루려 하고, 모든 행위에 목적과 연결되는 당위성을 찾으려 한다.


이미 겪어봐서 안다.


쉼이 없다면 과열상태에 접어들어 아무 기능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 쉼조차도 이제는 효율적인 행위중에 하나로 인지해야 한다.




틀렸다.


효율을 버려야 한다. 


인생은 어떠한 목적을 갖고 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모든 순간이 가치 있으며, 내가 바라는 최단거리로 목표로 도달하는 길은 없다.



만에하나 그렇게 도달한다고 해도 곧바로 다음목표를 갈구할 것이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라는 문장을


'현재에 안주하는 삶' 으로 오역하는 현재의 사고방식에 쉼을 줄 필요가 있다.




이미 꽤나 많은 것을 이뤘다. 


타고난 성격상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저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여 매 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시나브로 내가 원하는 곳 에 도달해 있는 그런 미래를 그려본다.




문득, 서울 동남부쪽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무환경과 완전히 멀리 있을 수는 없다.


그러면서 사색할 수 있는 공간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주거환경이 필요함을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 이상과 현실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