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사과한 성남어린이집 피해 학부모께
어린이가 어린이를 성폭행했다는,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글 중 제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피해 어린이 엄마가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에서 엎드려서 사과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극적인 글로 어린이집에 피해를 입혔다고 다른 학부모들이 지적을 했다는 것인데요.
저는 국민청원 글을 읽고 느꼈던 참담한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겨우 이 정도였었나요?
이 사건은 경찰이 내사 중이고 아직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아이를 보냈다면 관련 의혹이 나왔을 때에 응당 피해 어린이 측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게 마땅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성폭력 사건에서 사건 전개는 그동안 이렇게 흘러왔었습니다. 피해자는 더 자책을 하거나 2차 피해를 당하고 가해자가 오히려 당당한, 판에 박힌 방식.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가장 최근에 구하라 사건도 그랬습니다.
구하라 전 남자친구는 동영상 유출을 협박했고, 구하라는 울면서 무릎 꿇고 빌면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요. 잘못한 사람이 누구이고 용서를 빌어야했을 사람이 누구였을까요? 이후에도 구하라 전 남자친구는 미용실 개업해서 새 출발을 했고 구하라는 세상을 등졌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 반응하는 모습이 이번 성남어린이집 사건에서도 반복됐습니다. 무릎을 꿇어야 했다면, 오히려 가해 어린이 측 학부모가 아니었을런지요?
가해 어린이 측 학부모는 관련 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인정한 상태이고, 실제로도 피해 어린이 측에 크나큰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입혔으며, 해당 어린이집의 평판도 떨어뜨린 상태입니다. 왜 가해 어린이 측 학부모는 가만히 있고, 위로와 위안을 받아야할 피해 어린이 학부모가 무릎을 꿇나요?
이 일은 피해 어린이 부모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는 아이가 나쁜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당시 무너졌을 당신들의 모습을 짐작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은 지난 6개월 간 왜 딸 아이가 아프다고 했던 말들을 그냥 지나쳤는지, 어린이집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것을 왜 몰랐는지 등에 대한 자책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라고요
(따님의 잘못도 아닙니다)
가해 어린이의 잘못이고
이 어린이를 잘못 키운 그 부모의 잘못입니다.
당신이 무릎꿇게 놔둔,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잘못이라는 것을요.
특히 사건 인지 후에도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면 잘못한 사람은 그들이고 무릎을 꿇어야 할 사람은 가해 어린이 측입니다.
피해 어린이 부모님이 무릎꿇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 어린이집 학부모들 역시 이해 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내 아이만 안당하면 되나요? 우리 사회의 깊은 이기주의 발로의 극단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그나마 이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린 다른 학부모님의 ‘용기’가 감사하달까요)
그러므로 당신은 무릎 꿇지 않아도 됐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성폭력’에 반대하는 저는, 국민청원에 동의를 표한 그 많은 사람들도 당신 편이라고 대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얼른 몸과 마음 추스리고
당신과 당신의 따님이
일상에 복귀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겠습니다.
엄마의 시각에서 읽는 뉴스
글을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구독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