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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퀸 Jun 23. 2015

월간 비굿 매거진 창간 에세이

반갑습니다.  

포스터 얻으러 가는 일이 더 많았던 동네 레코드점에서 처음 음반을 샀던 게 생각납니다. 초라한 용돈을 꽤 오래 모아서 손에 넣은 카세트테이프를 내내 만지작거리며 흐뭇해했어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시디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비닐을 벗기며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시원한 생맥주의 첫 모금도 콩닥콩닥 뛰는 가슴 안고 플레이 버튼 누를 때의 짜릿함을 이길 수 없답니다.


저는 여전히 많은 음반을 삽니다.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음반을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 이렇게 대답해요. 그럼 무엇으로 음악을 듣느냐고.


대충 계산해봤습니다. 1년간 쓰는 음반 구매비로 스트리밍 사이트 이용권을 사면 약 15년간, 그것도 ‘합법’으로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더군요. 그런데 그 방식은 아직 저와 맞지 않는 거 같습니다. 음반 부클릿을 만지작거리며 첫 번째 곡을 재생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즐겁기 때문이지요.


그런 음반과 유사한 ‘과정’이 있는 음악 잡지를 사랑해왔습니다. 지난 몇 달이 길게 느껴진 건 그 사랑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의 시련을 딛고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된 지금, 많은 걸 기대하진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을 기다려주신 여러분과 함께, 조금 더 길게 사랑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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