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시간들

by 이수민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베이글이 먹고 싶어 졌다. 워낙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쁜 것들을 좋아해서 미디어에서 본 매장과 베이글들이 머릿속을 둥둥 또 다녔다. 은찬이가 매미소리가 나면 맴맴매맴매매매맴을 연신 얘기하는 것처럼 맴돌았다. 다행히 여긴 서울이니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 그런데 가지를 못한다.

둘째가 늦게 자고 첫째가 일찍 일어나는 날과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거나 내 컨디션이 확 떨어져 살아나지 않는 날들이 겹치다 보면 런베뮤는 요원한 소원이 되어버린다.


13kg, 돌이 된 둘째의 무게인데 이제 막 걸음마를 해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이번 주 화요일 상에 부딪혀 한양대 응급실에서 눈물의 봉합을 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첫째도 돌 무렵 발을 다쳐서 같은 곳에서 꿰맸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심지어 베드까지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모서리방지가이드를 사서 온 가구의 날 선 곳들을 도배하고 있다. 아이도 다행히 2차 징후는 없었고 시엄마가 첫째를 데리고 가셔서 이번 주도 못쓰나 했던 브런치의 연재글을 쓰고 있다.


머릿속에서는 무엇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나름 정밀하게 조율해서 스케줄을 잡아도 어그러지고 밀리고 당겨지기가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런베뮤 같은 나의 사치스러운 욕구는 가장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짜증이 날 수도 있고 마음이 꺾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아이가 아프고 난 다음이면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진다.


’ 그래 애 안 아프면 됐지.‘

다른 건 다 괜찮아진다. 베이글 좀 안 먹으면 어때.

글 좀 늦게 연재하면 어때. 예전 같으면 스스로를 향했던 단호함이 자리를 내어준다. 날쌘돌이는 아이 둘 딸린 나무늘보가 되어 한걸음 한걸음 오늘도 걷는지 기는지 모를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시간은 나를 그 라운딩 하게 하고 우리를 다져가는 시간이다. 적어도 나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love myself tip

저는 마사지를 참 좋아합니다만 아무래도 가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잠들고 난 조금의 시간에 혼자서 할 수 있는 마사지를 바지런히 하고 잠이 듭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젠링: 하나면 구석구석 특히 아기띠로 혹사당하는 척추기립근과 후두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어요. 붓기로 땡땡해진 종아리에도 좋습니다!


•찜질팩: 곡물로 만든 주머니를 전자레인지에 5분 정도 데워 배와 등, 목뒤를 찜찔합니다. 간단하지만 이완의 처음은 따뜻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로마오일: 출산 후에는 아이들과 몸이 닿기에 베이스 오일만 사용해서 마사지하고 아로마에센셜오일은 혼자 있을 때 향만 맡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많이 전환이 됩니다.


•폼롤러: 아기를 안다 보니 어느새 오스트라로 피테쿠스 부부가 된 서로를 보게 됩니다. 폼롤러는 등만 풀어줘도 돈값하는 것 같아요.


•러시 마사지바: 최근 알게 돼서 얼마 전 구입했는데 향과 발림성이 아주 좋아서 보기만 해도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신중히 제가 가장 끌리는 향을 골랐는데 그 과정도 행복했어요.


지금도 한 손으로는 아이를 잡고 한 손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밤 모두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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