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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Apr 17. 2024

당신의 킴즈 패밀리, 킴즈덕후입니다

선하’s 후마니타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납니다. 보통 그들과 학원 수강으로 만나는 인연은 한 학생당 3, 4년입니다. 하지만 학원을 그만두고서도 이후 관계는 더 돈독하게, 드물게, 다른 인연으로, 이어집니다.      


군대 가게 되었다고 인사를 하러 옵니다. 대학 합격 소식을 나에게 가장 먼저 알립니다. 아이가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 가면 선생님~ 하며 서비스를 줍니다. 결혼 청첩장을 보내오기도 합니다. 엄마와 딸이 내 제자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집에 세 자녀를 모두 내 학원에서 10년 이상 보내며 질긴 인연을 이어 조부모까지 안부를 묻는 일도 있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제 수업이 아니더라도 오다가다 쉬어가려고 들러 소파에 앉아 혼자 핸드폰을 보다가 갑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얼굴 보러 왔다고 불쑥 찾아와 안부도 묻는 둥 마는 둥, 그냥 한번 들렀다 갑니다. 나는 버선발로 반갑게 맞이하기도,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쥐여주기도, 수업 중이거나 바쁘게 일할 때는 눈인사만 건네기도 합니다. 


정규수업 외 특강이나 보강이 있는 날이면 내가 좋아하는 떡이나 김밥을 학원 문에 걸어 둡니다. 여행 다녀왔다고 아이들 주전부리나 기념품을 보내며 내 것도 꼭 챙겨 보냅니다. 나는 감사 인사도 깜빡하거나 뒤늦게 생각나 문자를 보냅니다. 인사도 못 받으면 서운할 텐데 또 그러려니 생각하십니다.     


보통 선물과 간식은 엄마 몫이지만 가끔 아빠의 깜짝 선물도 있습니다. 아빠는 사무실에서 아이 생일엔 피자를 배달해 파티를 엽니다. 선생님 간식으로 적당할 것 같다고 회사 라운지에서 간식을 챙겨 보냅니다. 기분 전환하라고 케이크를 직접 사들고 오시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없는 주머니 사정에 내 최애 간식 크림빵과 새우깡을 사는 데 용돈을 씁니다. 학부모는 관광지에서 엔카페를 보았다고 인증사진을 보냅니다. 학원 문제집 사러 서점에 갔다가 앤 책과 스티커 보고 내 생각나서 샀다고, 생일 선물 대신 보냅니다. 내 성향과 취향까지 알아주는 나의 킴즈 패밀리. 킴즈 덕후.     


학원 안에서 강사와 학생, 강사와 학부모 입장으로 만났습니다. 강사 이전에 엄마이기에 학생 이전에 딸이고 아들이고 조카입니다. 때로는 제 자식처럼 제 자식보다 더 훈육과 사랑으로 애증 관계가 됩니다. 나는 그들에게 천사와 악마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학부모와도 어머니~ 호칭 너머에 친구 언니 동생 소울 매이트 관계를 유지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 고민하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묻는 관계로 이어집니다.      


학생과 강사는 성적과 입시라는 뚜렷한 목표를 위해 만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모와 조카, 엄마 딸, 친구와 원수 사이를 오갑니다. 친구, 자매, 조언자 관계로 이어져 가족만큼 아끼고 믿어줍니다. 나는 그 사랑과 믿음에 답하고자 오늘도 진심으로 아이들을 만납니다. 전쟁터 같은 이 입시 현실에서 나는 그들의 지식창고이자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합니다. 그들이 나를 믿고 배려한 만큼 나도 그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월화수목금7:30

#책과강연기획자의아침생각

#동기부여자기계발비즈니스도

#결국은사람입니다

#선하’s후마니타스     



⚫ 찐 팬, 덕후가 된다는 것

⚪ 무엇, 누군가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 애정을 표현할 다양한 방법을 찾는다

⚪ 다른 팬덤과 교류하며 에너지를 쏟는다

⚪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공유하려 한다     


⚫ 팬덤 전략

⚪ 90은 무료콘텐츠만 즐기고 10은 유료콘텐츠를 이용

⚪ 대형 홍보 마케팅보다는 고유한 콘텐츠, 팬층 찾아

⚪ 원하는 것을 무료에 만족시켜 유료콘텐츠에 소비하도록

⚪ 당신의 슈퍼팬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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