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공지능(AI)에 대한 해프닝 성격의 뉴스 두 건이 시선을 끌었다.
하나는 AI의 소위 ‘인간 왕따’ 건이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AI가 실험 도중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문장으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 소식은 결국 싱거운 소동으로 결론 났다. 인간이 온전한 문장으로 대화하도록 입력하지 않아서 나온 오류였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AI 채팅 로봇 베이비Q의 ‘공산당 봉기(蜂起)’이다. 공산당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했는가 하면,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미국 이민 가는 거지”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발칙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며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퍼졌지만, 알고 보니 텐센트의 AI 로봇 모체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로봇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잠깐이나마 우리를 소름 돋게 한 이 사건들은 작년 ‘알파고 쇼크’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알파고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보여줬다면, 해프닝이긴 하지만 이 두 건은 AI가 마치 감정과 의식을 지닌 ‘존재’로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지능의 발전이야 그렇다 쳐도 ‘자의식’이 있는 AI란 섬뜩하다.
AI 얘기가 등장할 때마다 흔히 뒤따라오는 게 호기심 섞인 두려움이다. “AI가 인간을 공격하거나 지배하는 거 아닌가?”, “AI가 인류를 파괴하는 거 아닌가?”라는 식이다.
하긴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이면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자의식을 가진 강인공지능(Strong AI)이 등장한다고 예측했으니 앞으로의 일은 모를 일이다. AI의 발전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진짜 인간의 문명을 위협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분명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과 같은 AI의 도래는 두렵다. 그러나 먼 미래의 공포보다 우리 세대가 맞닥뜨리게 될지 모를 암울함은 정작 따로 있다. 바로 비즈니스 관점이다. 이는 거대 IT기업들이 AI에 쏟고 있는 관심을 보면 이해가 간다.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구글의 자회사이다. 구글은 작년 말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전략을 수정하고 전력 질주하는 모양새이다. AI로 인한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는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이미 AI 편집자를 쓰고 있다. ‘인간 왕따 AI’ 해프닝이 나온 AI리서치센터도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곳이다.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AI를 추구하는 모습도 드러난다. 지난달 MS가 100여 명의 과학자를 투입해 딥마인드에 버금가는 AI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범용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환경을 보호하거나 전염병을 예방하는 차원의 피부에 와닿는 AI 서비스이다. 그런가 하면 구글은 올 4월 당뇨성 안질환이나 암 조직 검사를 인간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AI를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시가총액 세계 톱 기업들이다.
이런 거대 기업들이 AI라는 기술 패권까지 거머쥐게 된다면 어떨지 오싹하지 않는가. 현재도 너 나 할 것 없이 구글 검색을 하고, 아이폰을 쓰고, 페이스북을 하며, MS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마당인데 말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는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로 인해 더욱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이들이 우리 삶의 영역들, 렌터카나 쇼핑이나 공연이나 의료 분야에 뛰어든다면 그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야말로 플랫폼을 지배한 몇몇 ‘IT 빅브라더’가 조종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얘기하듯 AI에는 인류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 없다. 욕망은 기업을 움직이는 인간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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