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도가 말아주는 책리뷰, '스토너'‼️
스토너
저자: 존 윌리엄스 /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원작자가 스포일러인 소설이 있다?
P.S. 윌리엄 스토너의 생애이자 결말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영문학을 사랑해서 영문학과에 진학한 영문학도로서 10년만에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나서 흥분했다.
그래서 빠르게 리뷰를 작성하자면 일단 이 책은 '작가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결말을 다 읊어주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줄거리로 읊어주자면 이 책은 윌리엄 스토너 라는 사람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는 영문학과 교수로서 오랜 세월 삶을 보내다가 암으로 사망한다.
이게 실제 책의 초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물론 내가 적은 내용보다는 더 자세한 그의 생애가 나와있지만 (대학에 간 동기, 어릴 때 자란 배경 등) 결론은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결말을 알면서도 끝까지 계속 달려가기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그렇다고 어마무시할 정도로 극단적인 사랑 이야기나 갈등 이야기가 있는것도 아니다.
문장력도 개인적으로 나는 깔끔하니 읽기 편하다고 느꼈지만 막 심장이 요동치는 느낌이 들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너무 좋다.
위대한 개츠비 이후로 10년만에 가슴을 뛰게 만든 영문학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을 다 봤음에도 멈출 수 없어! 그렇게 결말을 보고 한 생각은?!
뭘 기대한건데?
이미 줄거리로 스포는 했지만, 진짜 책의 결말은 책의 초장에 나와있는대로 윌리엄 스토너가 암에 걸려 사망하는것이다.
젊은 나이로 사망한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하는 듯 하다.
' 그래. 맞아. 인생에 끝에서 넌 뭘 기대한거니.
이게 그냥 삶이지.'
어찌보면 매사에 무던하고 조금은 눈치가 없어보이거나 고지식해보이는 듯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듯한 생각이면서
동시에 독자들과 소설, 작가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한 번에 엮어버리는 문장 같았다.
맞아. 반전 없어.
그냥 이런게 삶이야.
이미 결론을 알아도 우리는 살아가야해.
그게 삶이야.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하고
예상과 다른 결말과 시련이 와도 우린 결국 살아가.
그게 삶이라니까?
도대체 넌 뭘 기대한거야?
약간은 시니컬한 작가의 이러한 메세지가 나는 오히려 너무 좋았다.
짜릿했다.
어떻게 이런 간단하고 재수없는 메세지를 이렇게 단순하지만 참신하게 전달했지?!
결말부터 까고 시작하지만 궁금하게 하는 그의 재주가 너무 탐나고 신기하다.
아이러니 하지만, 비극은 아니야.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해 남들보다 1년 늦게 입학했다.
8년 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있을 때도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그의 이름을 입에 잘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죽은 그의 삶은 누군가의 지적처럼 '실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학자로서 명성을 떨치지 못했고 교육자로도 크게 인정을 받은게 아니며 심지어는 그는 사랑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연애와 결혼과 같은 사랑 이야기를 굳이 나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는 성실하고 조용한 사람이지만 현명하지는 못한 사람이라는게
그의 인생 중 사랑과 관련된 부분에서 크게 드러나는 것 같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보다는 조용히 인내하며 흘러가는대로, 해결되는대로 혹은 해결되지 않는대로 기다리는 편이었다.
나는 그의 그러한 성향이 한 편으로는 답답하고 한 편으로는 공감도 되었는데,
이 책을 결말까지 읽으며 한 생각은 어찌보면 그의 인생이 마냥 실패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에서 나는 위대한 개츠비가 떠올랐다.
분명 주인공이 기분 나쁘게(?) 죽었는데 비극은 아닌 작품이기 때문에.
비록 사랑에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쁘게만 가정에서의 하루 하루가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그는 적응했고 아내와 무언의 합의를 하며 그 기준에서 살아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평생 애정을 가지고 해왔다는 것이다.
영문학을 사랑해서 영문학과에 왔고 지금도 영문학과 수업만큼 나를 떠오르게 해주는 분야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나는 그처럼 영문학 전공으로 박사까지 가는 것은 현재로서는 접었다.
공부가 두렵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연구이자 공부니까.
대신, 유학을 가려면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나아가 이걸 공부해서 내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이 일을 한다고 내가 인정받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용기있게 자신의 길을 선택했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던
받지 않던 계속 그 길을 걸어갔다.
책을 실제로 읽어보면 알겠지만 스토너는 처음부터 영문학도로 대학에 입학한것이 아니고 빨리 졸업해서 부모님의 농업을 도와야하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또한 한창 그가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에 터졌기에 그는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전쟁에 참전할지 아니면 평생 비난을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꿈을 쫓을지)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도 그는 계속 나름의 시련과 어려움을 겪었다.
자세한 내용 또한 스포일러이기에 생략하겠지만, 그가 조교수밖에 될 수 없었던데에는 단순히 그가 욕심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전혀 아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것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욕심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할 일을 자신의 줏대에 맞게 평생을 했다.
실제 작가는 그의 삶이 어찌보면 영웅과 같고 성공한 삶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그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애정을 잃지 않고 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영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다면 더욱 좋아할 수 있는~
주인공이 영문학 교수다보니 그의 강의 내용 또한 종종? 책에서 다루어지는데 나는 그 또한 흥미로웠고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라틴어와 영문학의 발전과의 연계성 같은 것도 100%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고
한 학기였지만 외국에서 공부해본 나로서는 실제로 사고의 틀에 박히지 않고 개인의 관심사와 역량을 위해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 또한 너무 와닿고 좋았다.
영문학에 대한 관심이 적다거나 평소 서양과 한국간의 교육방식에 대한 관심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거나
별것 아닌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 처럼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내용이 밝은 책은 아니기에 계속 이 책을 읽어나가기 위한 소소한 나만의 이런 재미를 찾는 것도 추천한다.
'기대와 실망의 총합은 0이다.'
책의 배경에서 세계 1차 대전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역사적인 배경이 아주 잘 드러나거나 하는 책은 아니다.
내가 '위대한 개츠비'를 언급했다고해서 당시 시대적 배경이 개츠비처럼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라는걸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용에 맞춰 같이 흘러가고 따라가면서 나는 읽었다.
나중에 읽는다면 또 다른 상징적인 요소들을 나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
대신,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명확해서 좋았다.
눈물이 나도록 기쁜 날들과 웃음이 나도록 슬픈 날들을 통과하며 우리는 모두 저 속절없는 0을 향해 나가갈 것이다.
스토너처럼, 삶이라는 서술어의 보편주어 같은 이 사람 윌리엄 스토너처럼.
작가는 윌리엄 스토너를 삶이라는 서술어의 보편 주어로 보며
'기대와 실망의 총합은 0이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음을 책에서 명확히 드러낸다.
비록 엄청난 메세지가 아닐 수도 있고,
엄청난 통찰력을 주는 책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사소한 것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메세지이자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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