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전하다, SOUND PRESS
요즘 서점이나 카페에 비치된 책을 보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와 못 보던 출판사 이름이 표지에 찍힌 경우가 종종 있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출판사, 공모전 이력이 없는 작가.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누구나 작가인 시대가 왔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이야기들은 학교나 직장을 다니며 쓰이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쓰이기도 한다. 이제는 글쓰기를 배워보지 않은 사람들도 책을 쓴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 혹은 소규모의 단체가 콘텐츠 생산과 편집, 가공, 유통, 판매를 각오하고 출판물을 내는 형태를 크게 아울러 독립출판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주변에 자비로 출판을 해본 사람이 있거나, 직접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떨까? 하루에도 만 단위의 새로운 곡이 코드를 받고 디지털 음원시장에 등록된다. 음원으로 등록되지 않는 곡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 플랫폼이 생기고, 오프라인 음반 매장뿐만 아니라 카페, 길거리와 SNS에서도 수십수백 가지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반응하는 장르의 폭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취향을 발견하고 취미생활에 뛰어드는 사람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음반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음원 서비스 플랫폼에 음원을 등록하는 과정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장에 음악을 출시하려면 유통사를 통해야 하고, 유통사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기획된 음악이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별도의 자본 없이 음반시장에 뛰어드는 아티스트에게 별도의 방송 출연이나 광고집행 없이 당장 큰 수익성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소위 말하는 인디 음악에 비주류음악이 많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중적이지 않거나 수익의 기대치가 높지 않은 음악들이 뒷순위로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인디 음악 전체를 비주류음악으로 동치할 수 없지만, 대중적 선호도가 낮거나 수익 기대치가 낮은 음악은 유통의 문을 넘기가 어려우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퍼블리시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프로덕션 고금이라는 레이블 위에서 만들어진 사운드프레스는 이렇게 기획사나 유통사를 따로 두지 못하거나 자신의 음악을 시장에 시험해보고자 하는 소규모 뮤지션의 음악시장 활동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음반을 등록한 뮤지션은 발매 후 자신의 음악이 어떤 플랫폼에서 어느 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 웹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정산은 원하는 때에 신청하여 받으면 된다. 앨범 구성과 디자인, 심의와 발매, 유통에 이르는 수 가지의 단계를, 관련업체를 번거롭게 방문할 필요 없이 웹사이트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도서와 마찬가지로 음반은 뮤지션이 대중을 만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이다.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의 수는 뮤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 대중에게서 온 피드백은 발상과 성장에도 큰 도움을 주며, 사운드프레스가 젊은 음악가들이 거침없이 음반을 내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했다. 프로덕션 고금이 생각하기에 뮤지션들이 거리낌없이 음반을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 중 가장 큰 것이 좋은 발매사를 만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좋은 발매사가 될 수 있나요?”
BI개발 작업에 들어가기 전 브랜드의 기능과 역할 리서치를 하는 동안 디렉터와 디자이너 모두에게 적지 않은 난항이 있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디테일을 갖춘 청사진을 그리는 데에는 클라이언트의 자문이 많이 필요했다.
사운드프레스는 좋은 발매사란 ‘뮤지션을 상업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부당한 수수료 없이 수익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발매사이기 이전에 뮤지션으로서 체감했던 제작과 유통 사이클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녹아 있는 설명이었다. 달리 말하면 사운드프레스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플랫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막상 음반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제작에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어느 만큼의 공수를 들여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음악이 어느 정도의 시장성, 영향력을 갖추었는지 가늠할 기회의 진입장벽은 높다. 플랫폼별로 흩어진 수익을 매번 확인하기가 쉽지도 않고, 내 음악이 어떻게 유통되어, 어느 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소비자의 반응은 어떠한지 확인하는 과정도 번거롭고 복잡하다.
사운드프레스의 웹사이트는 뮤지션들이 겪는 여러 가지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음원 심의나 등록은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진행 상황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앨범 제작과정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어있다. 만일 디자인 의뢰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디자인까지 사운드프레스에 맡길 수 있다. 출시 이후에도 홍보할 방법을 뾰족하게 찾기 어려운 아티스트들은 보도기사를 부탁해도 좋다.
앨범을 만들고 싶다면 본인이 원하는 사양을 웹사이트에 입력해가며 견적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중간 거래처를 거의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어들며, 음반을 등록한 사람도 제작 과정 중 어떤 지출이 발생하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통사마다 다른 정산 기준을 과감히 없애고, 수익이 1원이라도 뮤지션이 원하면 지급한다.
사운드프레스가 이처럼 강박적일 정도로 한 화면 인터페이스와 직선적인 동선을 고집하여 완성하게 된 까닭은 사운드프레스 자체가 뮤지션들이 만든 플랫폼이며, 무엇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지 제작자들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젊은 플랫폼인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플랫폼인가?”, “누가 사용할 것인가?” 몇 가지의 전제 위에서 제작된 시안 중 최종적으로 선택된 사운드프레스의 로고는 직선과 곡선의 단순한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형태는 특정한 장르를 연상하기 어려운 중성적인 모양으로 구성했다. 사운드프레스는 특정 장르에 강화된 플랫폼이 아니며, 주력 장르를 두지도 않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딱딱하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모든 라인이 기하학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되, 전체적인 로고가 직사각형 틀에 꼭 맞게 하여 신뢰도와 안정감을 더했다.
깔끔한 라인으로 이루어진 로고에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주황색이 더해졌다. 주황색은 따뜻하고 활기 넘치면서도 공격적이지 않다. 음식에는 식욕을 더해주고 창작에는 발상과 영감을 자극하기도 하는 색으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무척 친숙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사운드프레스의 플랫폼은 지나치게 낯설어서는 안 되지만, 창작자가 모이는 만큼 식상한 공간이라는 이미지에서는 벗어나야 했다. 사운드프레스의 로고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마주쳤을 때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각인될 수 있는 색깔이 사용되었다.
요즈음은 소규모 레이블을 위한 유통사와 발매사가 몇 생겼지만, 대개의 경우 선호하는 장르나 음악 스타일이 있다. 규모적으로 맞는 곳을 찾더라도, 발매사와 뮤지션 사이 취향에 합의점이 생기지 못하면 뮤지션은 다시 유통 가능한 업체를 물색해야 한다.
반면 사운드프레스는 등록 가능한 음악의 장르에도 제한이 없다. 사운드프레스를 거친 음악은 감미로운 발라드와 흥겨운 국악만이 아니다. 힙합과 기능성음악, 정겨운 학교 교가와 에너지 넘치는 응원가도 당당한 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래서 사운드프레스 웹사이트의 앨범란을 보면 마치 수백 가지 분야의 책이 모인 도서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거의 모든 작업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생각해야하는 우리도 그 욕구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립출판이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비결에는 분명 대폭 낮아진 진입장벽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간 서점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개성적인 이야기,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은 이 접근성이 보장하는 기회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창작물은 소비자에게 쉬울뿐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쉬워야 한다.
물론 소규모 아티스트가 대중에게 자신을 나타낼 창구는 아직도 매우 제한적이고, 그 창구까지 이르는 데에도 퍽 버거운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좋은 음악이 생기기 위해서는 음악과 연주자가 계속해서 배출되어야 한다. 그것이 작든 크든 표현의 가치와 의의에 규모의 차이는 없으며, 이 젊은 플랫폼도 대중과 아티스트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양쪽 모두에게 편안한 곳이 되기 위해 개선과 개편을 거듭하고 있다.
외출하기 조심스러운 때가 된 만큼 크리에이터도 안전하게 만들고 싶다. 시기가 어렵다고 소리가 멈추란 법은 없다. 예전처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때에 맞추어 과정을 더욱 쉽게 만들면 되는 일이다. 집안에서 마음 편히 듣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마음 편히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운드프레스는 뮤지션이 기획하는 모든 형태의 소리를 보도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이끄는 것도 편의성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유입되지 않는 시장은 건강하지 못하다. 비주류도 대중에게 공개될 때 성장할 수 있게 되고, 대중 역시 낯선 것을 접하며 새로운 안목과 취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창작물, 더 넓은 예술을 만드는 것은 결국 더 쉬운 방법과 더 많은 관객, 청중이다. 신문을 살게 하는 것이 구독자이듯이, 음악을 살게 하는 것은 가까이 있는 청중이다.
▶ 케세라세라의 프로젝트 더 자세히 보기
http://queserser.co.kr/projects
▶ 케세라세라의 Re-sight 는 네이버 비즈니스 <인터비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2198337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