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Tomorrow.City.
‘회사를 브랜딩한다.’, ‘브랜드를 만든다.‘라고 했을 때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나 구도가 있을 것이다. 슬로건이나 로고처럼 뚜렷한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고, 아주 모호한 분위기가 상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휴대폰 모델이나 자동차 등의 제품이 그 회사의 브랜드라고 말하기엔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진다. 브랜드는 수많은 제품군을 아우르는 ‘느낌’이고 기준점이자, 상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작업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케팅 작업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브랜드 없이 생각할 수는 없다. 브랜드는 마케팅 전략을 짜고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고안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상대가 브랜드이든 사람이든 보이지 않는 특성을 끌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일차원적인 단계에서 시작한다. 그 브랜드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사람, 혹은 물건을 직접 보는 것이다.
가령 김세라 씨는 말을 똑부러지게 하는 타입이고, 애견용품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으며, 보라색 아이템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사람일 수 있다. 혹은 최 규 씨는 늘 돈가스 카레만 고르는 사람일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보통 개성이라고 부르며, 김세라 씨처럼 그 사람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추고 있을 때, 그것을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아마 누군가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카피를 내건 화장품 광고를 보고 김세라 씨에게 그 제품을 소개해주기도 할 것이다.
물론 브랜드를 설명하는 것은 시각적인 요소만은 아니다. 경험이나 소위 말하는 ‘느낌’은 브랜드를 구성하는 매우 핵심적인 부분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브랜드를 구축할 때 시각 정보의 중요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인간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정보의 7할은 시각으로 습득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브랜드가 무엇을 제공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어떤 심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지향하는 이미지, 혹은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콘셉트들은 표정이나 말씨, 손짓에서 나타난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가질 때 파악하는 것들은 프로젝트 기간이나 예산, 범위처럼 매우 수치적인 것도 있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상상하는 클라이언트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때는 서면으로 작성된 데이터 이외에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신경 써야 할 포인트들을 얻을 수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지금, 사람을 대하는 직종이라면 상대방의 몸짓언어를 읽기 어려워진 것이 퍽 버거운 과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날 수 없거나, 명확한 제품 내지는 가시적인 서비스가 없을 때는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케세라세라에는 이 과제가 조금 일찍 찾아왔다. Tomorrow.City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프로젝트 클라이언트는 바르셀로나에 있었고, 이들이 제공하는 것은 상품이나 공간 등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라 데 바르셀로나Fira de Barcelona가 주관한 스마트 시티 엑스포에서 공개된 Tomorrow.City는 기후변화와 대중화, 교통체증, 주택 공급, 교육, 보건, 불평등, 사회정의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시설들의 플랫폼이다.
스마트 시티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도 있고, 지나가는 말로 한 번쯤 귓가에 스쳐 지나간 단어일 수 있다. 잘 감이 오지 않는다면 교통량 정보제공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된다. 지리적 통계 데이터와 실시간 도로 상황을 파악하여 운전자들에게 교통량과 소요시간을 안내하고 좀 더 빠른 경로 제공을 하기도 한다. 대구의 도로자동살수 시스템이나 쿨링 포그, 스마트 그늘막 등 온습도에 맞추어 자동으로 작동하는 폭염대책 설치물 역시 도시가 정보통신기술로 시민의 편의에 기여하는 사례 중 하나이다.
스마트 시티의 목적은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도시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스마트 시티는 목표하는 바가 다르다. 전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스마트 시티가 서로 다른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가령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기상예측 서비스에 높은 가치와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인도의 스마트 시티들은 상수도 문제 해결에 상당한 비중을 할당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Tomorrow.City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아니다. 스마트 시티는 필연적으로 많은 예산이나 복잡한 계획을 동반하게 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원하는 무엇인지 분석하고 실제로 그것을 해결하는 실행단계에 옮기기까지 많은 코스트가 요구된다.
그러면 스마트 시티가 아닌 도시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제 막 도시 개념이 발상하기 시작한 곳에 스마트 시티부터 기획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도시를 스마트 시티로 계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도시 사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도출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발상된 것이 Tomorrow.City이다.
따라서 비주얼/버벌 양쪽 모두 기술의 날카로운 발전보다 많은 과제와 성찰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도록 작업해야 했다. 이 서비스 그룹을 상징하는 요소는 지나치게 유행을 타거나, 개성을 가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각각의 요소들은 감정에 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 동시에 아주 낯설어도 안 된다.
이제 우리에게는 예상치 못한 숙제가 생겼다. 뚜렷한 실체가 없는 대상을, 클라이언트의 얼굴을 보지 않고 브랜딩 해야 한다. 제공받은 몇 가지 데이터와 사업계획서는 이를 테면 빌딩을 올리는 데 쓸 재료이고, 설계도 자체는 아니다. 재료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건물의 용도를 고려하여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상상력에 달렸다. 이 플랫폼의 주요과제는 무엇이며, 이것이 활발하게 기능하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상상하고 예측하여 문자와 비주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Tomorrow.City의 리서치는 다른 프로젝트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특정한 인사이트나 통계적인 지표를 발견하기 위해 수행하던 리서치 과정은 프로젝트의 비전을 반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재료들을 모으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Tomorrow.City 프로젝트는 비영리 서비스 프로젝트였으므로, 아이덴티티 수립 단계에서부터 상업적 기대효과보다 공공성과 상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했다.
그 첫 번째 해결방법은 색상에서 찾았다. Tomorrow.City 의 메인 컬러는 흰색과 검정색이다. 흰색과 검정색을 기본으로 하여 도출한 파랑, 하늘, 주홍, 초록의 네 가지 색상은 괴테의 <색채론>적 해석에 입각하여 선택되었다. 괴테는 색이 생리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 외에도 감성과 도덕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언어와 똑같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이 느낄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괴테의 색채 접근법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색상 팔레트는 Tomorrow.City가 해결해야할 과제와 기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주황색은 역동성과 진취성, 파란색은 사색과 탐구, 초록색은 안정성을 나타내며, 짙은 파란색은 기술과 선진성을 나타낸다. 동시에 모든 색상들은 지나치게 예리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중성적인 톤으로 조절했다. 이제 Tomorrow.City의 슬로건인 Make invisible, visible은 과제와 해답의 시작과 끝이 되었다.
택리지가 제시하는 살기 좋은 곳은 인심 좋고 풍광 좋으며, 살림살이 어렵지 않고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곳이다. 아마 오늘날도 ‘살기 좋은 곳’의 조건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한 우리는 이 중 무엇도 단독으로 월등하게 기능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반시설과 보건수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기반시설이 확보되려면 니즈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구성할 환경과 경제수준이 필요하다. 도시의 경제력은 안정성과 기반시설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고, 이 요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로를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어느 것 하나 크게 모자란 것이 없어야 한다.
케세라세라가 제안한 Tomorrow.City의 내러티브 역시 정보와 지식, 기술, 사업과 문화의 연결성Connection이다. 로고에 숨겨진 다섯 개의 도형은 스마트 시티 엑스포의 로고에서 가져왔다. 이것은 Tomorrow.City가 성격적으로는 피라 데 바르셀로나의 스마트 시티 박람회와 맥을 같이 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나타낸다. 보기처럼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을 가진 기하학적 도형들은 서비스의 특성이나 필요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결합될 수 있다.
각 도시가 당면한 문제에 따라 기술적인 해결이 더 중요시될 수도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해지기도 할 것이다. Tomorrow.City의 로고는 쓰임새에 맞추어 유연하게 변용될 수 있고, 사용처가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각자에게 필요한 요소만 꼽아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은 꽤 오랜 시간 전부터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다. 도로 구축으로 생활 안정과 도시개발을 완수한 고대 로마부터, 기원전 250년대 지어진 중국의 수리관계시설 두장옌 역시 인간에게 닥친 문제를 지성과 기술,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해결한 사례들이다.
Tomorrow.City는 문제를 해결할 수단들의 집합이다. 즉 Tomorrow.City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들은 스마트 시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도시형태에 복합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올봄 우리나라는 매해 겪던 미세먼지 문제에서는 풀려난 것처럼 보였다. COVID-19 사태 이후 생산 및 운송업 침체로 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대기질이 나아진 것이다.
그러나 도시는 여전히 오염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간이 지나자 일회용품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도시 전체가 쓰레기 처리에 난항을 겪게 된 것이다. 매립지는 이미 과포화상태인데 재활용 폐기물 수출에도 어려움이 생기면서 전년에 비해 20%이상 증가한 쓰레기들을 처리할 길이 묘연해졌다. 쓰레기 문제는 국내의 골칫거리이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의 증가로, 해외에서는 푸드 서비스에 공백이 생기면서 농축산 폐기물 및 사재기를 했던 식료품들이 한꺼번에 폐기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라 데 바르셀로나에서 제안한 Tomorrow.City의 목표가치는 ‘지속가능성’과 ‘공존’이다. 예상치 못한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어떤 문제는 이렇게 눈에 띄는 형태로 변하는가 하면 어떤 문제는 오래도록 드러나지 않은 채 방치되기도 한다.
문제가 눈에 보이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우리가 밀어야 할 가치, 대한민국의 도시가 시민과 함께 살기 위해 추구해야할 가치를 상상해보라. Tomorrow.City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상상의 결과물이듯 우리의 도시도 그렇게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 케세라세라의 프로젝트 더 자세히 보기
http://queserser.co.kr/projects
▶ 케세라세라의 Re-sight 는 네이버 비즈니스 <인터비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2047038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