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고령화율이 28.9%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일본의 치매 고령자 수는 600만 명이 넘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사실상 ‘동결(凍結)’ 상태에 있다는 점입니다.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되거나 부동산이 묶이는 경우도 허다한데요.
① 가족이라도 자산처분이 불가능?
일본의 은행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시점에서 일본 내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약 175조 엔, 부동산이 약 80조 엔으로 자산총액은 255조 엔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8%에 해당하는 규모인데요. 더욱이 “2030년도에는 치매 환자의 금융자산이 231조 엔에 이르고, 치매 환자가 소유한 주택 수도 급팽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민법에는 “의사능력이 없는 자의 법률행위는 무효가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즉 치매가 진행돼 판단 능력을 상실하면 예·적금 인출, 부동산 매각 같은 법률행위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아울러 간병이 목적이라도 부모를 대신해 자녀가 재산을 처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재산분할에 얽힌 악용을 피하기 위해서지만 사실상 자산이 동결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간병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도 있어 일본에서는 치매 환자의 자산 활용이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경우 ‘성년후견제도’가 선택사항이 될 수 있는데요. 성년후견제도는 가족들이 가정법원에 신청해 선임된 후견인이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을 상실한 피후견인의 재산을 지켜주면서 필요한 곳에 재산을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치매 환자 수의 증가와 달리, 제도 이용률은 전체 치매 고령자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저조합니다.
② 치매에 대응한 신탁상품 등장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전국은행협회는 “계약자 본인의 의료비로 쓸 경우에 한해 가족들의 예금 인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학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판단능력을 잃어 보이스피싱 등 금융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큽니다.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엑사위저즈(ExaWizards)’는 고객의 입출금 정보를 분석해 ‘이상 거래’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후쿠오카 은행과 공동 개발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시스템은 확립됐지만 아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고령자 본인의 동의인데요. 관계자에 따르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금융거래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고령자가 의외로 많으며 그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염두에 둔 서비스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③ 불어나는 ‘동결자산’ 제도보완 시급
일본의 대표 신문사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치매를 둘러싼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었는데 집을 팔 수 없다니…, 이대로라면 계속 묶이고 만다.” 미국에 사는 50대 남성은 뜻밖의 사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코로나로 2년 넘게 귀국하지 못한 사이 요양원에 있던 70대 아버지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간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본가 매각을 진행 중이었는데, 치매 판정을 받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대면 기회가 적어지다 보니, 떨어져 사는 부모님의 치매 증상을 뒤늦게 알게 돼 자택 매각 등이 막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의 근본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계속하여 나오고 있습니다. (링크)
마케터의 한마디
일본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2030년도에는 치매 환자의 금융자산이 231조 엔에 이르고, 2040년에는 환자가 소유한 주택도 280만 채가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치매 인구의 증가추세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거액의 자산이 순환되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정부가 성년후견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일본 경제 침체의 큰 요인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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