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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Jun 14. 2021

일 |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손

새롬의 일


✨무소속 1년 11개월

✨구반포역

✨일





이따금 손 내미는 순간을 짚어본다. 악수를 청하고자 손을 내밀 때, 나란히 행진하려 손을 내밀 때,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 때, 계주에서 배턴을 전달받으려 손을 내밀 때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대개는 누가 먼저 내미는지, 누가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지가 드러나곤 한다. 예외적으로 나란히 행진하려 손을 내밀 때는 우위가 없다. 수직이 아닌 수평이기 때문이다.


새롬은 여성들과 나란히 서서 같이 나아가자고 손 내미는 사람이다. 자신을 포함한 여성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각기 생존하려 분투하는 모습에 마음 아파하며, 각자의 개성을 이점으로 승화시켜 잘살자고 그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내가 먼저라야 주변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나란히 서서 맞잡은 손이 늘어나면 단단한 대열이 된다. 그 모습은 단단한 동아줄 같다. 쉽게 끊어지기 쉬운 것들을 튼튼하게 지탱해주고 있어서다. 그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당장 평평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경사에 덜 미끄러지도록 할 수는 있을 테다. 안전한 관계이자 심리적 안정감이자 자기 확신이라는 올을 튼튼하게 꼬면서 궁극적으로 평평한 운동장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새롬을 만났다.






여성 퍼스널 브랜딩 블로그 코치
원새롬입니다.





일하는 나를 키워드로 표현해볼까요?

가장 최근에는 컨설팅 후기로 ‘백종원 천종원 만종원’이라는 표현을 들었어요. 과거에는 ‘분위기 메이커’, ‘임하는 태도가 최고’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요.


여태 어떤 일을 해오셨어요?

모교 산하의 평생교육원 조교로 일하며 네이버 지식인, 블로그 마케팅을 비롯해 학생 교육과 학부모 상담, 시험 감독 등을 했어요. 이어서 4년제 대학교, 재단 내에 있는 평생교육원, 성인문해학교의 공식블로그 컨설팅 및 마케팅, 기자단 학생들과 협업을 진행했고요. 나중에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설을 위한 종합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도맡았어요.


지금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독립해서 여성 브랜딩 블로그 전문 코치로 일하고 있어요. 온라인에 기록을 남기는 행위를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도움을 얻고자 할 때 공백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콘텐츠 생산자,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는 이가 되는 게 제 비전이에요.


여성 브랜딩 전문 코치라고, ‘여성에 포인트를 두신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여성이니까요. 회사에서 해온 일에 블로그가 늘 중심에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했을 때 두 가지 계기가 있어요. 독서모임과 여성 커뮤니티의 모습이었어요. 참여한 독서모임의 규칙이 블로그에 서평 쓰기였거든요. 다들 책 이야기는 정말 잘하는데, 본인의 이야기는 전혀 담지 않고 글을 썼어요. 철저히 서평만 쓰는 데서 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여성 커뮤니티에서 만난 멤버들과 대화를 나눠 봐도 비슷했어요. 누구보다 자기 일에 열정이 있고 잘 해내고 싶어 하는데 그걸 SNS에 표현하지 않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모두가 SNS를 해야 하고 나를 드러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렇지만 충분한 역량이 있고, 자기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분들이 블로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까웠어요. 블로그는 잘 운영하면 나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서 블로그 코치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사장님’이라는 키워드와 ‘여성’이란 키워드가 중첩된 것 같아요. 보통은 1인 기업가인 여성 사장님들과 같이해보고 있거든요. 이렇게 하는 게 저한테 맞단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이쪽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일단은 제가 해왔던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시작한 게 가장 컸고요. 기업과 일할 수 있는 이유는 교육기관과 요식업 프랜차이즈 일을 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회를 보면 성별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크게 느끼잖아요. 나까지 그런 상황을 공고히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내 자산, 능력들을 여성을 위한 일에 기여해 균형 잡고 싶은 마음에서 여성 브랜딩에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의미 있는 일을 책임감을 느끼며 하되 보람도 느끼려면 여성을 대상으로 해야겠다는 판단으로요. 





새롬님의 강점에 행동긍정개별화수집배움이라는 테마가 있더라고요. ‘가치수집가 연두란 닉네임은 여기서 비롯됐을까요?

먼저 전략적인 접근에서 닉네임을 정했어요. 조미료 연두가 생기고 나서는 연두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겠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연두를 잃고 싶진 않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수식어를 붙였어요. ‘가치수집가’라는 말이 없다 보니 그걸 검색하면 저부터 나오더라고요. 물론 이 표현조차도 다듬어가는 과정 중에 있긴 해요. 어찌 됐건 사람들이 가치 있는 것들을 마구 했으면 좋겠고, 저는 그 장을 엶으로써 가치를 수집하는 것들을 상상하며 지은 수식어예요.


일과 접목하면 강점과 약점이 어떻게 드러나나요?

강점은 긍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면서 도전적이에요. 배우는 걸 좋아하고 수집을 즐기는 만큼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죠. 일에 접목해보면 호기심에 기반해 공부하기 때문에 정보량이 많아요. 호기심이 사람을 향하면 관심을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인식할 수 있게 하고요. 낙담에 빠져있거나 자신을 갉아먹을 준비할 때 바로바로 북돋우는 편이에요.

약점은 시스템을 정하고 행동하는 일에 약하다는 점이에요. 이젠 틀을 확고하게 만들어보려 교육을 받을 예정이에요. 또 제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마음이 약해지곤 해요.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어서 하나씩 고쳐나가려고요.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어요. 좋은 환경에서 저를 키우고 담금질하는 과정이죠. 이로써 진정한 1인 사업가, 기업가로 발돋움하고자 해요.


강점에 집중하시는 편인가요약점을 보완하시는 편인가요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이 얘기를 진짜 많이 해요. 요즘 읽는 책도 강점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요(웃음). 제가 자주 하는 말의 테마가 ‘한국 여성들이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약점 보완은 한국 여성에게 의미가 없어요. 맨날 혼자 모든 걸 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강점조차도 약점으로 인지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강점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 회사에 있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제 기존의 모습들을 다 잃고,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죠. 결과적으로 그만두면서 <헤이조이스>와 <빌라선샤인>이라는 여성 커뮤니티를 제게 처방한 거예요.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는 일조차 떨려서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고 소극적으로 변하는 등 바닥 치고 있는 상태에서 강점 진단 세션에 참여했어요. 받아보니 흥미가 생겼고 뭉클했어요. 나에게 이런 모습이 이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에 다 나와 있는 거예요. 울컥했어요. 여성들과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강점을 얘기하고 설명 들었던 시간이 아직도 제게 뜻깊어요.


사회가 여성들에게만 각박하다고 자주 생각해요특히나 기회를 잘 안 주는 거.

맞아요. 회사 다니면 더 느껴지는 거 같아요. 여성에게 자리가 잘 주어지지 않고, 특히 작은 회사에서는 그런 얄팍한 수가 너무 잘 드러나요. 제가 경험한 예로, 남성은 뭔가를 준비하는 공백기가 생겨도 그 부분을 쉽게 인정받는 반면, 여성은 공백기 없이 커리어를 쌓아도 남성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연봉이나 직급이 낮아요. 그런 상황을 여러 번 마주하다 보면 여성들이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죠. 구조적으로 질리게 하는 면이 크다고 여겨요.

그러다 보니 ‘그럴 거면 프리랜서 한다’로 나아가는 경우도 봐요. 저는 냉정하게 봐서 프리랜서도 ‘을’이기 때문에 힘든 건 매한가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방식이기에 그 선택에 따라가야 해요. 그러면 내가 더 작아진다고요. 또 ‘돈 벌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하잖아요? 프리랜서는 새벽까지 일하는 패턴으로 돈 벌어서 2~3달 살고 또 일이 들어오길 바라는 데서 불안해요.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다 보면 자기의 강점을 자꾸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업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사업자가 되면 자꾸 나를 어필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기회가 열리고 네트워크가 생겨요. 그럼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거든요.

벤처 쪽에서 일하는 여성분들을 만나 보면 여성 기업가 수가 정말 적다고들 얘기해요. 여성이라고 못할 게 뭐냐는 생각이 계속 들죠. 제가 먼저 그 단계 하나하나를 밟아오면서 느끼는 건, 해봐야 보이는 세계가 있어요. 무소속도 회사 밖을 나와 봐야 느낄 수 있듯이. 그러려면 일단 문을 열어야죠.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지 확인한 후에 다른 데로도 한번 가보는 거예요.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그 경험이 책임감은 물론사람을 달라지게 만들어요. 그래서 권하고 싶어요.





새롬님은 삶에 일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가져가세요?

2년간의 회사생활이 모든 것의 반면교사예요. 그때는 무조건 분리하고 싶었죠. 회사에서 분리 안 해주려고 하니 안달 났던 거예요. 을의 마인드를 원했던 회사라 업무용 핸드폰을 따로 두었고, 삶에서 일을 너무나 분리하고 싶었어요. 

지금 일과 삶이 어떻게 같이 갈 것인지 생각하면 분리하는 일이 덜 필요해요. 요즘은 잘 때나 자기 전에도 일 관련 생각이 이어지는 듯해요. 나중엔 좀 달라질 수 있으려나.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한창 해야 할 때지 분리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웃음). 물론 영리하게 가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자동화든 위임을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분리하는 게 어렵지 않나 싶어요. 

단, ‘일이 나의 강점으로서 내가 꿈꾸는 것과 일치할 때’라는 전제가 있어요.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면 분리하지 않는 게 어렵겠지만, 오히려 딱 잘라 분리하려고 하는 순간 더 불행해지는 듯해요. 자꾸 얘를 떠나고 싶은데 실제로는 떠날 수 없잖아요. 건강한 사람조차 감각이며 몸이 버티기 힘들죠.


회사에 다녔던 시간이 새롬님에게 큰 가르침을 줬네요.

진짜 그래요. 지금 와서야 얘기할 수 있죠. 당시에는 너무 징그럽고 속상하고 슬펐지만 동시에 거기서 해낸 것도 많아요. 그리고 내 최악의 모습들 있잖아요. 후에 책을 읽으면서 그때 제 태도나 말버릇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걸 깨달았죠. 사람이 결딴날 수밖에 없는 말을 스스로 했었구나. 나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우쳤어요.


이 내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성취감이 커요. 어떤 가능성의 문을 열고 있단 느낌을 받거든요.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순간, 개인이 지나온 역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현재를 말하고 미래를 그리는 순간, 선물처럼 기회가 찾아와요. 앞으로 이 일이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질 생각을 하면 너무나 두근거리죠. 돈은 나날이 큼지막하게 만들 예정이고요.


새롬님의 블로그 헤더


구체적으로 고슴도치 프로젝트를 진행하시죠.

‘고슴도치 프로젝트’는 블로그라는 채널에 나와 일에 대한 글쓰기를 담아 잘 먹고 잘사는 직장인, 프리랜서, 사장님이 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프로젝트예요. 달리 표현하면 콘텐츠 마케팅을 기반으로 퍼스널 브랜딩, 기업 브랜딩을 하게끔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스코트가 고슴도치인 이유가 있나요

너무 좋은 질문이네요.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마치 캐스퍼처럼 활동하려고 해요. 유령처럼 자신이 드러나지 않아요. 머문 곳도 드러내지 않고 티를 안 내고 살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만의 가치도 있고 이야기가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당신은 몰랐겠지만당신은 나만의 가시가 있는 고슴도치다그러니까 고슴도치가 스스로 고슴도치였던 걸 몰랐던 것뿐이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한편으로 강인해 보이는 것도 좋아요. 마냥 심드렁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예요. 가시는 강점을 뜻해요. 그리고 캐릭터를 잘 보면 손에 씨앗을 들고 있어요. 저마다의 강점인 가시를 들고 그 씨앗을 심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예요. 최종단계에서는 마치 진화하듯이 가시도 연두색이고 더 뾰족하게 세워져 있어요. 황금 씨앗을 들고 심는다는 스토리가 있어요.


블로그 코칭할 때 어려운 점은 어떤 건가요?

처음에는 ‘내가 너무 무리한 걸 요구했나? 방향이 잘못됐나?’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하지만 만인을 같은 방법으로 다 끄집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도 크더라고요. 온라인 공간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 본 경험이 적다 보니 입이 안 떨어져서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봐요. 그러면 저는 ‘말 못 할 일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못 할 것도 없다’고 얘기하곤 해요. 내가 하고자 하는 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가는 건데, 밑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 참 힘들죠. 속상하고요. 왜 이렇게 곪았는지 아니까 이거 진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골몰해요. 사전에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알아주고 워밍업해야 여기서 이걸 할 수 있겠다는 걸 배웠죠.





어릴 때는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릴 때부터 큰 사람이 되겠다고 했어요. 지금도 제법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여성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송은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9년 연말에 여성 연예인들이 상을 줄줄이 탔어요. 내가 바라던 상들이 서서히 맞춰지는 기분이랄까요?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때가 있는데, 송은이를 보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여성들을 위한 판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그 자체로 이슈였지만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개개인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업적을 쌓다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비슷하다 싶었어요.


롤모델이 필요 없다고 하셨죠.

대중적으로 말하기 위해서 ‘송은이’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에 가까워요. 롤모델이 무용하다는 말은, 롤모델이 도무지 없는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는 뜻이에요그런 상황에서 롤모델 찾는 행위는 현실을 유보하는 식이 되기 쉬워요. ‘롤모델이 없으니까 못하겠어라며 내가 그런 존재가 되길 두려워하죠. 근데 내가 그런 존재가 돼야죠, 어떡해요. 그래야 누군가가 나를 보며 공부하는데.

<헤이조이스>에서 만난 시니어분들을 봐도 다 롤모델이 없었어요. 우리가 롤모델 하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인 말 습관이 튼튼하고 강인한 분들도 있지만 소수예요. 여성 특유의 몸에 밴 배려와 낮은 자신감이 디폴트인데 오죽하겠냐고요. 힘들어도 그냥 우리가 롤모델이 돼야 해요. 대신 서로가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면서요.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레퍼런스라는 말을 자주 해요.

제가 강의를 할 때마다 자주 만나는 케이스가 있어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에요. 퇴고를 10~20번 한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듣고서 ‘수정해도 최대 2번만 하고 더 하지 마라, 제발 자기를 괴롭히지 말라’고 했어요. 자기를 다듬어가는 건 좋지만 계속 다듬으면 자기 의심이 들고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장점이 단점으로 여겨지기 시작하거든요. 나는 글이 좋아서 썼는데 자꾸 내 글이 못나 보이는 거죠. 그러니 수차례 다듬는 거고요. ‘거기에 힘을 빼지 말고 다른 걸 하시라어차피 나만의 포인트가 있다지지해 줄 거다뒤에 쓸 에너지 앞에서 쓰지 마시라고 얘기하곤 해요.

어떻게 보면 제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예요. 그냥 팔라고 하고, 대충하라고 하니까. 저도 그런 게 있었어요. 국문학과를 나왔고 글에 관한 타협 못 할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그런 것들을 많이 내려놓기도 했고 대중적인 느낌을 살리다 보니 멀어졌어요. 결과적으로 ‘글은 잘 읽히면 된다’라는 생각에 다다랐기에 더 편하게 말하는 것이기도 해요. 여성들은 소위 방망이 깎는 노인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웃음). 그만 깎고 팔라고 조언하는데도 안 팔아요. 팔더라도 고작 1천 원에 팔거나 무료로 나누죠. 남들보다 훨씬 더 다듬어 놓고 말이에요.


돈쭐 내준다는 말은 남에게만 해당하는 듯해요.

맞아요. 꼭 자신에게도 적용해줬으면 해요. 되든 안 되든 프로젝트를 해보는 건 좋은데 돈을 안 받고 하지 말란 거예요. 정 마음이 안 내킨다면 최소 두세 번 해본 뒤에 유료화하길 권해요.


새롬님을 통해 저렇게 시작할 수 있구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이 좋은 게, 프로젝트는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면 되거든요. 저는 여성들에게서 공통으로 자꾸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발견해요. 예를 들면 스마트스토어가 뜨면 배우려고 강의를 들어요. 배우는 데 몇 개월 흐르고, 사업자 등록해서 조금 팔다 말아요. 배우고 시도해보는 과정이 나쁜 건 아니에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시도하면 품도 적게 들고 성과가 나기도 쉬운데,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게 의아해요. 즉 내가 쉽게 벌 수 있는 일을 멀리하고 새로운 거로 채우려고만 해요. 모든 걸 리셋하고서 새로이 시작하려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이직도 그렇고요.

이 회사가 별로기도 했고 일이 빡세기도 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걸 하고 싶다고들 해요. 몇 년십여 년 경력이 있는데 대번에 버리면 자기 자신을 학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내가 그 일과 진짜 안 맞았을 수도 있죠. 그런데도 5~10년이나 한 건 이상한 일이에요. ‘왜 그렇게 했을까? 내가 지향하는 바는 아닐 수 있지만, 나도 모르게 너무나도 익숙하게 흘러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걸 헤아려주지 않는 건 나에게 너무한 거죠.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저는 베짱이 같은 사람이지 성실한 개미 타입이 아니에요. 게으른 편이라 마케팅 자동화를 얼른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작년부터 말해온 팟캐스트도 이제 진짜 할 거거든요. 제가 블로그와 포스트 하나에서 전하는 이상으로 닿지 못하던 곳까지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채널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번아웃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재밌어요. 작은 조연 하나라도 매력을 살리고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거든요. 제 강점에 개별화가 있다고 말씀드렸죠(웃음). 개인의 장점을 잘 알아채고 적용할 분야로 잇는 능력이 있어요.

거슬러 가보면 어릴 때부터 그런 데서 매력을 크게 느꼈던 듯해요. 학창 시절에 급식 먹으러 가면 이과 문과 예체능 친구들과 다 친하고 선생님들과도 잘 지냈어요. 또 수업 시간도 지금으로 따지면 채팅처럼 드립치고 애들은 웃는 우리만의 코드가 있었어요. 제가 뭘 외치면 같이 뭘 하고(웃음). 그런 것들이 분위기나 각자를 다 좋게 만들려는 일환이었네요.


지금껏 해주신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해요. ‘나에게만 매몰되지 말고 넓게 보고 길게 보자!’

사실은 그것도 거창해요. 그냥 나를 위해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는 돌보지 않으면서 남을 챙기는 모습이 저는 안타깝고 속상해요. 이런 경우죠. 가위를 상대에게 건넬 때 가위 날을 내가 쥐고 상대에게 안전한 손잡이를 쉽게 쥐도록 하는 경우요. 손잡이에서 손잡이로 전달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여성들이 언제든 자기를 먼저 두려고 하면 좋겠어요.


혹시 새롬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을까요

너무 많아요. 그중 감사 일기 쓰는 일이 아주 좋다고 여기는 게, 하나하나 다 고마워지거든요. 그러면 가족들도 고맙고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도 그렇고 그냥 고마워요. 모든 게 다 제게 긍정적인 영향이죠.

1인 기업을 먼저 시작한,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들을 보며 영향과 영감을 받아요. 자빱tv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어요. 게임의 세계를 디자인해서 여성들이 롤플레잉 하는 거예요. 그 외에도 여성들이 만든 콘텐츠를 보면서 재미도, 감동도 느낄 수 있어서 제작하시는 분들을 통해 힘을 얻곤 해요. 또 <빌라선샤인>, <헤이조이스> 모든 분에게서 영감을 얻죠. 저는 긍정이 강점 테마인 사람으로서, 제 주변 모든 요소가 다 긍정 요소예요.


무소속으로 지내는 시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나를 실험해보고 싶은 기간이라 일부러 소속되지 않고 지내왔어요. 한국에서는 쉴 시간을 주지 않잖아요. 저는 대학 다닐 때도 일부러 휴학했고 그런 쉼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여겨요. 어영부영 회사에 들어가 버리면 잊고 지내고그렇게 살거든요지금 이 시점에 돌아간다면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어설퍼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좀 힘들어도 버텨보자고 다짐했죠.

제게 좋은 영향을 주던 것에는 독립해보게끔 만드는 불씨들이 있었어요. 회사 다니면서는 내가 나를 갉아먹느라 실천해보지 못하다가 지금은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 원기회복을 시켜야겠으니 독서모임도 하고 컨설팅도 해보자! 해서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있었죠. 이후에는 이런 실험을 유지하면서 단계도 만들고 도전해보면서 지내왔어요.


일만큼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새롬님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요.

맞아요. 저는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 가족이나 제 주변에 소홀하지 않는 사람이고 파요. 일에만 매몰되는 일을 경계해요. 여성들을 독려하는 일만으로 나쁘지 않죠. 그런데 가족 앞에서는 작아진다면 모순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밸런스를 맞추고 싶어요.

우리 가족은 저를 대단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줘요.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죠. 받은 만큼 아직 못 돌려줘서 아쉬운 마음이 커요. 엄마에게 케이크 만들어드리면서 ‘우리만 믿어’ 이렇게 썼거든요. 저를 믿어주는 만큼 더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새롬님을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instagram.com/brandingswimmer


인터뷰, 촬영   미란
디자인    로고블랭크
이미지 제공    새롬
copyright ⓒ 미란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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