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영화란 새벽 4시다.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남들이 모두 잠든 시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치기어린 자신감이 차오른다. 새로운 경험, 살아보지 못한 삶으로, 내일로 데려가는 새벽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내 손을 잡아 이끌어 결국 밝아오는 아침이라는 결말로 데려간다. 이런 시간이 하루 속에 그리고 세상 속에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헷갈리게끔 일렁이고 요동치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열두칸의 시계 속에 존재하는 시간이다. 돌아봤을 땐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살아서는 안된다고 느낀다. 영화 속에서만 머물면 안된다고 느낀다. 자리에서 일어나 해를 마주하고 현실을 나아가야한다. 하지만 새벽의 여운이 발목을 잡는다. 졸음이 눈꺼풀을 당긴다. 다음날 새벽으로, 다음 영화로 그렇게 습관처럼 이어진다. 끊어내기 힘든 관성에 취한다.
많은 영감이 스쳐지나가고 24시간 이성이 잡아두던 감정에 고랑을 풀어 자유롭게 휘몰아치도록 내버려 둔다.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인생에서 있어야만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꼭 지금 해도 되는 일처럼 느껴진다. 지금이어야만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아침이라는 결말이 온다는 것도 안 채로, 이 선택의 끝에는 피로의 누적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론이 온다는 것도 안 채로 늘 새벽에게 손을 내민다. 봤던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