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오지 않는 학교는 너무나 적막하다. 솔직히 편한 건 맞는데, 편안함은 나를 춤추게 할 원동력은 아닌 게다. 바쁘게 몰아치는 하루 중에서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 왜이리 바빠 하며 헉헉대는 와중에 나의 존재가치를 무의식중이 깨닫는다. 그리고 그 없는 시간을 쪼개어 기어이 그 많은 일들을 해내고 만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오늘도 많지 않은 수업의 출석체크를 하고 나니 과제를 점검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당장 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시간이 많으니 지금 해두면 좋은 일임은 분명한데, 왜그리 하기 싫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긴 뭐, 인간의 역설성이 어디 이것뿐이랴. 문제는 이런 편안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 일이 하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내 존재가치를 증명할 길이 별로 없다! 월급 따박따박 나오고, 퇴근 빠르고, 방학도 있다는 것이 매우 소중한 것은 알겠지만 직업 수행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그렇게 무력하게 살긴 싫다는 생각은 내 철없음의 반증인가? 오늘도 그런 수없는 고민과 물음표만을 남긴 채 퇴근. 그런 고민 와중에도 나는 내일 아침 7시에 벌떡 일어나 출근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