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돌잔치를 앞두고
마음에 울적함이 찾아든다.
한 시간 넘게 우는 아기를 달래 가며 결국 안아서 재우고 나왔더니 거실과 주방은 들어가기 전 그대로 난장판이고 남편은 컴퓨터방에서 바닥에 누워 코를 골고 있다.
씻고 나와 설거지를 하고 아기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그제야 남편이 나온다. 남편은 일단 쉬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체력이 부족하다. 세 시간 가까이 누워있었으니 이제야 충전이 되었나 보다. 거실에 나와 아기 빨래를 정리하고 소독티슈로 장난감을 닦는다. 아기 재우는 거 많이 힘들었냐며 어떤 점이 힘들었냐고 묻는다. 애기가 많이 울고 보채는 게 오랜만이라 그랬다고 대답한다. 실은 그 뒤의 풍경이 더 컸지만 굳이 꺼내지 않는다.
돌이 되도록 일 년 동안 내 시간이랄만 한 게 없었다. 하루 반일 출근한 거, 결혼식 한 번 다녀온 거, 두 시간 아기 맡기고 지인들과의 만남 몇 차례, 혼자 카페 다녀온 거 몇 차례 모두 한 손에 꼽는다. 항상 수면부족에 늦잠은 불가능하다. 책도 영화도 마찬가지다.
바닥 돌돌이까지 끝낸 남편이 다시 컴퓨터방으로 들어간다. 본인 할 일을 끝냈으니 거리낄 게 없다. 거실 매트를 닦는데 방에서 깔깔거리는 예능소리가 흘러나온다. 불을 끄고 안방에, 아기가 자고 있는 방에 자러 들어가기까지 계속 소리가 들린다. 남편은 현재 자유다. 놀 만큼 놀고 새벽에 자러 들어올 거다. 컴퓨터방에서 바로 잘 수도 있다. 난 아침 일찍 아기와 하루를 시작해야 해서 놀 수가 없다 자야 한다. 남편은 그런 부담이 없다. 그래도 늘 힘들다 한다. 힘든 건 맞다. 이전에는 밤을 거의 꼬박 새우고 정오가 넘어서까지 자던 사람이 요즘은 그래도 세네시에는 자는 듯(?)하고 애기가 낮잠을 시작하는 10-11시에는 일어나니 말이다.
남편은 내가 너무 이상적인걸 바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많이 내려놓았다. 남편이라기보다 동지라고 생각하는 게 스트레스가 덜하다. 남편이라는 존재에 내가 바라는 게 많은 것도 사실이라, 적당한 거리가 있는 남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너는 그렇구나 다름을 인정하고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기가 보다 용이하다.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나를 만난다. 엄마라는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고 매일 새로운 내 모습과 만난다. 낯설고 어색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아이의 탄생으로 새로운 가족도 형성되었다. 이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도 새로이 정립되어가고 있다. 이곳도 작은 사회여서, 구성원들이 내 맘대로 내 뜻대로 굴러갈 리 없다. 관계에 관한 노력은 여기서도 평생 계속될 거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유지되도록 한층 더 깊고 꾸준한 마음수양이 필요하다. 노력해야한다.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