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의 이별

by 별집

닭육수를 냉동시키려고 남아있는 모유저장팩을 꺼내려 서랍장을 열었다.

지퍼백에 들어있는 손유축기가 먼저 눈에 띄었다. 조리원을 나와 흐릿한 조명아래서 손유축을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장 한구석엔 또 다른 지퍼백에 쪽쪽이가 가득 들어있다. 아기 재우는 게 힘들어 쪽쪽이의 도움을 받고 싶었는데 초밥이는 쪽쪽이를 거부했다. 종류별로 사서 물려보려 수차례 시도 하였는데 모두 실패였다. 억지로 입에 쪽쪽이를 물리던 밤들이, 물기 싫다고 인상 찌푸리며 퉤 뱉어내던 아기의 표정이 불현듯 스친다.


이별

그때의 초밥이와는 이별을 했다.

아무리 사진을 찍고 영상을 수십 장 찍는다 한들 한 때의 모든 순간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를 오롯이 안고 간다는 것도 불가능한 욕심이다. 너무나 안고 가고 싶어도 현재를 살아야 하기에, 과거만 되새기며 살 수 없기에 결국 많은 장면들이 잊혀질 것이고 그 사실을 순조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는데 자꾸 슬프다.

아기의 얼굴이 그립다.

소리 몸짓 눈짓 아직 너무 작은 신생아 때의 모든 순간들이

다 안고 가고 싶다.

계속 되새기며 기억하고 싶고,

계속 떠올리며 잊지 않고 싶다.

계속 머릿속에서 꺼내보며 작디작은 초밥이와 기억 속에서나마 함께 숨 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욕심내도 아무리 애쓴다 해도 다 가져갈 수 없다.

잊혀지고 지금으로 채워지고, 아는데

잊고 싶지가 않다. 흐릿해지는게 너무 속상하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존재.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

나의 작은 아기, 새빨갛고 연약했던 조그맣던 초밥이가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다


오늘 첫돌 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앞으로의 커가는 모습이 기대된다고 한다. 맞다. 그런데 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는 아기와의 만남 그리고 잠시 지속되는 시기와의 계속되는 이별

누워만 있던 초밥이와

누워서 열심히 발차기를 하던 초밥이와

끙끙대며 뒤집기를 시도하던 초밥이와


아기의 도약은 곧 이별이 된다.

만남에 초점을 두어야하는데 자꾸만 이별에 꽂힌다.

이래서야 현재도 놓쳐버린다. 바보 같은 짓이다. 현재에 집중하기. 보낼 것은 과감히 흘러 보내기.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기억 속에서 점차 흐려질 초밥이의 모습을,

그만 아까워하고 받아들이자

성장하는 아기를 기뻐하기 만도 벅찬데, 지나버린 모습들에 너무 욕심내지 않도록

욕심 많은 엄마는 마음을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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