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넬이 떠올랐다.
2005년 12월 24일 자정에 처음 만났던 넬. 그곳에서 만났던 친구와 그 후 넬의 공연도 가고 펜타포트와 지산락페도 다니며 음악의 주파수를 나누어왔다. 그 친구와의 인연도 어느덧 20년. 넬스룸도 가고 싶고 친구도 보고 싶고. 마침 모유수유도 거의 끝이 나서 아기를 두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쉽게 오케이 했다. 같이 가주지는 않지만 가는 걸 말리진 않는 스타일이다.
허나 막상 당일이 되자 남편이 질척거린다. ‘초밥아 엄마 가지 말라고 해!’ 요즘 초밥이가 밤잠 때 자주 깨는데 그때마다 엄마를 찾는다. 재우는 것도 늘 내가 해왔다. 남편은 초밥이가 엄마를 찾으며 안 잘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도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어쩌랴 이미 당일인걸. ‘끝나자마자 바로 올게, 파이팅!’을 외치며 집을 등지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기분이 요상요상하다. 묘한 일탈감과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찾아온다. 두 사람을 집에 두고 혼자 이렇게 멀리 나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모유수유로 그간 아기와 한 몸이나 다름없었기에 장시간 외출은 불가능했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잠실역의 샤브집에서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에 생기가 피어난다. 20년 전 2005년 크리스마스 넬스룸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린 20년 전 서로가 입었던 옷과 헤어스타일을 기억한다. 자정에 시작된 공연을 보고 첫차를 탈 때까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눴었다. 종이의 뒷면처럼 가깝고 가볍게만 느껴지는데 이게 무려 20년 전의 일이라니, 세월이 참 장난 같다. 단지 넬이 좋아서 알게 된 인연인데 이제는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음악적 취향의 유사함은 단순히 음악을 공유하는 것 이상이었다. 성향과 가치관 및 사고의 방향이 제법 겹친다. 친구와의 만남은 늘 특별하고 설레고 젊음을 가져온다. 너무나 특별한 인연이다.
공연장 앞은 이미 사람이 꽤 많았다. 성별도 제법 고르고 나이대도 다양했다.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음악을 하며 새로운 (젊은) 팬층을 꾸준히 유입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진정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살고 있을 그들.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 반갑고 고맙다.
꾸준히 새 앨범을 내는 왕성한 현역 밴드이기에 곡이 상당히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닳도록 들은 앨범은 3집 Let it Rain과 4집 Walk throug me인데 무려 2005년과 2006년작이다. 넬은 공연 때마다 20여 년 전의 이 곡들과 최신의 곡돌을 적절히 배분한다. 2시간의 시간 속에 20여 년의 세월이 한곡 한곡 음악을 타고 다가왔다가 사라진다. 오래된 곡들은 그때의 숨결을 고스란히 소환해 온다. 비교적 낯선 곡들은 그 신선함으로 눈과 귀를 매료시킨다.
넬의 공연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들을 비교적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넬은 밴드이다. 공연을 다녀올 때마다 이를 확인받는다. 김종완의 목소리가 거의 전부인 곡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곡에서 보컬의 목소리는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과 함께 어우러진다. 특히나 올해 셋 리스트는 더욱이 그들이 록밴드로서 건재함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여전히 이들의 음악이 좋다. 언젠가 초밥이와 넬스룸에 함께 가는 장면을 꿈꿔본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지금 자리에 있었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