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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Apr 16. 2017

세월호 3년,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노래 '꽃이 지네' 애니메이션 영상



https://youtu.be/wnY-gVAJ75w






2년 전쯤, 그러니까 2015년이 막 시작되었던 겨울이었습니다. 놀러 온 친구들에게 노래 하날 불러주었죠. 내 노래에 혹평을 주로 날리던 그 친구들은 내가 불러준 곡이 괜찮은 노래라며 앨범으로 내라고 이야길 해줬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난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노래를 만든 건 그보다도 몇 달 전이었습니다. 그해 4월에 있었던 사고는 어쩌면 나와 별 상관없는 일일수도 있었지만, 저는 종종 그 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숨이 막혔고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이 곡은 불을 끄고 방구석에 앉은 어느 날 단숨에 써내렸지만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이 노래를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가 그 사고의 주요한 공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곡은 내 휴대폰 한 구석의 '음성 메모'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사고가 지나고 1년이 다 되갈 무렵의 그 때에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세월호를 잊고 싶어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나쁘게 먹고 싶어 했던 어떤 이들은 곡기를 끊은 유가족 옆에서 게걸스럽게 피자를 먹었고, 또 어떤 이들은 '아이는 가슴에 묻는 법이니 그만하자'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도 그 이유조차 묻지 못하고 있는 슬픈 사람들의 면전에 두고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치사하게도 시간이 지나서 죄책감이 조금 가벼워져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4월의 슬프고 아픈 일들이, 그대로 잊히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음을 하고 음원을 공개했습니다. 유통사를 거쳐 발매를 하면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듣기 위해 돈을 내야 했고. 나는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습니다. 다운로드도 그냥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가사를 쓰면서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시하며 노래를 팔아먹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가사 속에 나 혼자 생각했던 단어들을 집어넣었습니다. 당신이 이 곡을 듣고, 그때 그 사고와 그 사고로 인한 아픔들을 떠올리며 같이 기억할 수 있다면 좋고, 굳이 그게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곡을 공개했고 몇몇은 사운드클라우드가 듣기 불편하다며 음원으로 내줄 수 없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러기로 했습니다. 대신 모든 수익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이 곡은 내 첫 디지털싱글 <꽃이 지네>입니다.

이 영상은 몇 달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진 누군가의 세계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걸 그려내고 싶었다. 이미지가 들어간 영상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 같이 일러스트 작가와 미팅을 했습니다.

작가와 만날 때마다 그런 고민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이걸 우리가 이렇게 그려도 되는 건지, 우리는 지금 장사를 하려는 건 아닌지. 만들어놓고 보아도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입니다. 이 부족한 시도가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만 간절합니다.

세월호가 뭍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잊지 않는 것을 넘어 한 마음으로,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누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왜 어떤 죽음은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아직 우리에게 할 일이 남았습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가방 한쪽에 달고 다녔던 그 노란 리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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