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리뷰 (1)

오락영화에서 정치영화로 장르가 바뀐 영화이자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영화

by 잔짠

바야흐로 민주주의의 시대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자유, 특히 정치적 자유를 보장 받게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록 현재 정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하지만 모든 나라가 한국과 같은 발전을 하지는 못했고, 그렇기에 아직도 정부에 저항하고 자유를 찾기 위해 하나로 뭉치고 있다. 2021년에 시작되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미얀마 혁명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얀마 혁명에서 저항의 손짓으로 사용되는 경례가 있다. 일명 ‘세 손가락 경례’ 로, 검지, 중지, 약지만을 펼치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붙여서 하는 경례다.


이 손동작은 미얀마 혁명에서 처음 쓰인 손동작이 아니다. 바로 헝거게임에서 나온 손동작이다. 헝거게임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이 손동작은 현실로 넘어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에서 벌어진 혁명과 저항이 현실의 혁명과 저항에 힘을 주게 된 것이다. 오늘은 데스 게임 장르 영화의 대표격으로 손꼽히는 작품인 헝거게임을 중심으로 문화를 통한 혁명과 선전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영화는 데스게임 장르이자 디스토피아물이며, 세계관은 북미 국가가 망해버린 뒤 그 곳에 독재 국가 ‘판엠’ 이 들어섰다는 배경에서 출발한다. 수도 ‘캐피톨’과 13개의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던 판엠에는, 과거에 13개 구역들이 통치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한 과거가 있다. 그리고 다시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것이 바로 헝거게임이다. 헝거게임은 반란이 일어난 다음년도부터 실시되어, 각 구역에서 12살에서 18살까지의 소년소녀를 한 명씩 뽑아 단 한명만이 살아남을 때까지 살인 경기를 벌이게 한다. 판엠은 이렇게 매년 헝거게임을 실시하여 구역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반란을 일으킬 생각 자체를 못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각 구역 사람들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게 만든다.


헝거게임에서 차출되는 소년소녀들은 영화에서 ‘조공인’으로 불리며, 추첨을 통해 선별되는 구조다. 12살때부터 1장의 이름이 들어가고, 매년 1장씩 추가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한다. 즉, 18살이 되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최소 7장 넣어야 한다. 너무 많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최대가 아닌 최소라는 점이다. 국가는 잔인하게 먹고 살기 힘든 가난한 소년소녀들에게 ‘이름을 더 적어넣으면, 추가되는 이름 횟수만큼 한 사람이 1년 딱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식량을 제공해 주겠다’ 고 한다. 결국, 가난할수록 헝거게임에 추첨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헝거게임 시리즈 중 첫 번째 공개작인 '판엠의 불꽃'은 12구역에 사는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의 동생 ‘프림로즈 에버딘’이 악몽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날은 제74회 헝거게임 조공인을 차출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이제 막 12살이 된 프림의 공포심은 극에 달해있었다. 프림은 악몽에서 깨어나, 언니에게 자신이 헝거게임 조공인으로 뽑히면 어쩌냐고 울먹이고, 그런 동생에게 캣니스는 아직 12살이기 때문에 너의 이름은 1장 밖에 없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다독인다.


하지만 결국 조공인으로 프림이 뽑히게 된다. 캣니스는 동생이 게임에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동생을 대신하여 자원하고, 캣니스는 결국 제74회 헝거게임의 우승자가 된다. 게다가 원래 규칙대로면 한 명만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의 규칙을, 지략을 통해 극복하고 같이 나온 구역의 소년 조공인과 함께 공동 우승자가 되기까지 한다. 캣니스가 게임에서 보여준 행동은 몇몇 구역에게 반항의 용기를 심어준다. 독재 국가 ‘판엠’에게 위협적인 반항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된 캣니스의 참가 목적은 이렇게 사소했다. 그녀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캣니스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 평범한 10대 소녀일 뿐이었으며, 반란과 저항의 상징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는 혁명의 불씨 역할을 하는 캣니스를 없애고자 한다. 캣니스에게는 반항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캣니스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 반항하는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캣니스는 작은 행동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헝거게임은 25년 주기로 특별한 룰을 적용하는데, 제50회 헝거게임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소년소녀를 1명씩만 뽑는 룰에서 2명씩 뽑는 룰로 변경했다. 캣니스가 우승한 다음년도가 바로 25년 주기의 세 번째인 제75회였기 때문에, 캣니스를 죽일 목표로 대통령은 우승자들의 헝거게임을 연다. 즉, 각 구역의 우승자 중 남녀 한 쌍을 선발하도록 한 것이다. 12구역의 살아있는 유일한 여성 우승자인 캣니스는 당연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13구역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세 손가락 경례’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의미가 바뀐다. 처음에는 자원한 캣니스에게 지지의 의미로, 그 다음에는 캣니스의 첫 번째 동맹이였던 ‘루’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로, 마지막으로는 캐피톨의 지배에 저항하는 의미로.


제75회 헝거게임이 시작되기 전, 캣니스 구역의 멘토인 ‘헤이미치’는 이런 말을 한다.


‘게임장 안에서 진짜 적이 누구인지 잊으면 안 된다.’


경기장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던 캣니스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4구역 우승자 중 한 명인 ‘피닉’도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누는 캣니스에게 헤이미치와 똑같은 말을 했다. 그 순간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캣니스는 피닉을 겨누던 화살의 방향을 바꾸어 번개가 치는 동시에 경기장의 하늘을 향해 쏘았다. 전선을 감싼 화살과 번개에 의해 결국 경기장의 모든 시스템은 작동이 중지되고, 모든 것이 멈춘 경기장에 한 대의 호버크래프트가 들어와 캣니스를 구출한다.


전기 충격에 의해 기절했다가 호버크래프트 안에서 깨어난 캣니스는 헤이미치, 사라진 줄로만 알고 있던 13구역의 대통령 그리고 피닉을 마주하며 제75회 헝거게임에 숨겨졌던 진실을 듣게된다. 반군은 해당 게임에서 캣니스를 구출해내는 것이 목표였고, 참가한 조공인 절반 이상이 이 작전에 동의를 하여 도왔다는 것이다. 만약 캣니스가 피닉을 쏘았다면, 캣니스는 구출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결국 그 다음 년도에 제76회 헝거게임이 열렸을지도 모를일이다.


반군이 캣니스를 원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선전을 위해서였다. 꿈쩍도 않는 캐피톨에 점점 지쳐가는 반군들에게 희망을 주고 모든 구역을 하나로 뭉쳐서 반란의 성공할 수 있도록, 캣니스가 자신들의 프로파간다의 주체로 임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이때부터 오락 영화라고 생각해서 보기 시작했던 영화가 갑자기 정치 영화가 되어버리며, 작품을 안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자기가 기대한 바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그들과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다. 나는 주인공이 싸워서 이기는 걸 보고싶었던 건데, 갑자기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여러번 반복해서 본 결과, 이런 세계관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는 전개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적 사회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런 작품의 결말인 것을. 그래서 헝거게임 3부 Part 1, Part 2 부터는 본격적인 정치 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