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체감온도는 35도를 훌쩍 넘겼고,
햇볕은 피부를 뚫고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목으로 밀려들었고,
한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빛과
잔디 위로 반사되는 열기가
쉴 틈 없이 온몸을 조여왔다.
그런 날에도 골프장은 평소처럼 열려 있었다.
예약된 티오프 시간은 그대로였고,
사람들은 도착했고,
나는 그들을 맞이했다.
내가 일하는 골프장에는 그늘이 거의 없다.
코스 위 내가 서 있는 곳은 대부분 볕이 쏟아지는 자리다.
얼음주머니는 손님을 위한 것이고,
나는 그 햇볕 속을 따라 걷는다.
포도당은 반드시 2정 챙기고,
물과 이온음료는 매일 몇 병씩 비운다.
처음엔 얼어 있던 생수도
한 시간이 지나면 미지근해지고,
온몸은 땀에 젖어 축축해진다.
나인 홀쯤부터는
땀이 흐른다기보다 몸에서 김이 나는 느낌이다.
속옷까지 젖은 채
햇볕을 이고 걷다 보면
내가 지금 더운 건지, 지친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웃으며 최선을 다한다.
고객들이 집에 가기 전까진
나는 절대 쓰러질 수 없다.
“이런 날씨에 어떻게 일해요?”
손님이 웃으며 물으면,
“하하하, 최대한 버텨봐야죠!”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나도 몰라요. 그냥, 오늘도 버티는 중이죠’
하고 되뇐다.
가끔은 어질어질한 순간도 찾아온다.
잠깐 그늘을 찾고,
쉼이 있을 때
‘정신 차리자, 아직 안 끝났다’고 중얼거린다.
그 말 한마디에
몸이 다시 일어난다.
그렇게 1부가 끝나고
짧은 휴식 뒤에 2부를 시작한다.
몸은 이미 반쯤 지쳐 있지만,
오늘 하루 내가 맡은 손님이 끝나기 전까진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뜨거운 날일수록 말수가 줄고,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꺼내게 된다.
물 한 모금도 소중하고,
그늘 하나에도 감사하게 된다.
걸음을 멈출 수는 없지만
걸음을 늦출 수는 있다.
속도를 조절하며
내 호흡을 다독이고,
어느 순간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래도 이 날도 지나가고 있다’는 위로를 받는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을 때,
내 몸에서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는 열기를 보며
‘오늘도 잘 버텼다’는 안도감이 든다.
폭염도, 긴 하루도
결국은 지나간다.
태양보다 더 뜨거운 건
그 태양을 향해 걷는
나 자신이었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열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