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㉓〉 골프공을 따라다니는 시선

by 최선근

〈캐디일상㉓〉 골프공을 따라다니는 시선



캐디의 하루는 결국 작은 흰 공 하나를 따라다니는 시간이다.
그 공을 바라보고, 설명하고, 카트를 몰며 쫓아다닌다.


첫 티샷이 날아가면 눈은 곧장 하늘을 향한다.
멀리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따라가며
순간적으로 바람의 방향과 공의 회전을 함께 읽어낸다.


세컨드 샷은 땅 위의 이야기다.
굴러가는 방향, 멈추는 지점,
러프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까지
눈으로 기록하듯 담아둔다.


그린에 올라서면 긴장감은 배로 커진다.
퍼팅은 작은 라인 하나에도 승부가 갈린다.
골퍼는 자기 공 하나에 집중하지만,
캐디는 네 사람의 공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
누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어떤 공이 위험에 놓였는지를
머릿속에 동시에 그려야 한다.


만약 공을 순간 놓치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 작은 흰 공이 사라지는 순간,
캐디는 고객의 시선과 반응, 그리고 말투까지 곧장 읽어낸다.
그 단서를 따라 숲 속이나 러프, 벙커 속을 뒤져 끝내 찾아낸다.


“여기 있습니다.”
웃으며 공을 건네는 그 짧은 순간,
안도와 성취가 함께 찾아온다.


작은 공 하나를 하루 종일 쫓는 일.
그러나 그 안에는 캐디의 집중과 책임, 그리고 긴장이 모두 담겨 있다.


23화.JPG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스물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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