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㉛〉 배토, 시간에서 비용으로
골프장에서 캐디들이 종종 겪는 일 중 하나가 ‘배토’다.
예전에는 라운드 외 시간에도 코스 정리를 위해
매주 3회, 40분 정도 배토를 직접 수행해야 했다.
흙을 고르고, 디봇을 메우고, 잔디를 다듬는 일은
고객에게 보이지 않지만 골프장의 질서를 지탱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다.
배토 시간을 직접 투자하는 대신
월 6만 원을 내고 배토를 면제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몸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지만,
‘돈으로 대신한다’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배토를 직접 했던 시절에는
귀찮기도 했지만 코스 곳곳에 손때가 묻어 있는 느낌과 함께
자신이 라운드의 일부를 지켜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작은 흙 한 줌, 메운 디봇 하나에도
하루 라운드를 원활하게 만드는 책임감이 스며 있었다.
반면, 월 6만 원을 내고 면제받는 지금은
시간과 체력은 아낄 수 있지만
그만큼 코스와 직접 연결되는 감각은 줄어든 느낌이다.
누군가 대신 처리한 흔적을 보는 것과
직접 손으로 다듬은 흔적을 보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결국 배토는 단순히 ‘노동’의 문제가 아니다.
캐디에게는 코스를 이해하고, 골프장과 호흡하며
자신의 역할을 느끼게 하는 장치다.
돈으로 대신할 수 있는 편리함과
직접 몸으로 느끼는 경험 사이에서
각자의 선택과 가치 판단이 묻어난다.
오늘도 캐디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골프장의 하루를 지탱한다.
과거의 습관과 현재의 제도 사이에서
조금 더 효율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서른한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