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연극- 지구를 지켜라 리뷰.

by optimist

<초초초 강력한 스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외계인. 지구에 살지 않는 우주의 생명체. 외계인은 크게 두부류가 있다. E.T와 같은 선한 외계인, 혹은 트랜스포머의 메카트론과 같은 악한 외계인. 이 연극에서는 악한 외계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외계인을 막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인간들은 병구, 순이. 그들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강만식이다.


그들은 강만식을 외계인이라 지칭한다. 그의 악행이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병구의 눈엔 정말로 외계인으로 보였으리라. 자신의 어머니를 폭행했던 아버지. 무자비한 폭력으로 자신을 학대했던 고등학교 선생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강만식까지. 현상은 사람의 사고를 바꾼다. 병구는 사건, 사고를 통해 아버지, 선생님, 강만식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그런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병구는 자신이 외계인이라 지칭한 자들에게 거침이 없다. 고문은 물론, 살인까지 서슴없다. 하지만 절대 후회하는 표정을 비추지는 않는다. 자신은 지구를 지키는 일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구를 파괴하는 외계인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에게 폭행, 살인도 저지를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죽임으로써 지구를 지킬 수 있다. 이런 병구의 심리는 연극을 끌고 가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와 동시에 이 연극에서 순이의 역할은 참 재미있다. 극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이자, 이 세계의 악함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다. 부모한테 버려지고? 서커스단에서 자랐지만 능력이 없어서 결국엔 쫓겨난 불쌍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병구와 우연한 만남을 하게 되고, 병구를 따라다니며 같이 납치에 참여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병구와 순이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감정'이다. 사실 순이에게는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병구처럼 많지는 않다.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병구를 위해 같이 일할 뿐. 또한 병구와는 다르게 사람의 관심에 목말라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해서 일까? 추측만 할 뿐. 그래서인지 순이는 죽어가면서 까지 병구에게 묻는다. "날 사랑해?"


그들이 진짜 외계인인지 아닌지는 모른 채 극은 막을 내린다.(나는 이렇게 봤지만,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강만식은 진짜 외계인이었다는...)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계가 절대 바람직한 사회는 아니라는 것을 연극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돈, 권력, 명예에 지배당해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사회. 병구에 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외계인으로 보였을까?